이승과 저승 잇는 '홍자매' 귀신 드라마, 이번에도 통할까
방송 2주 만에 시청률 8%대 진입
사후 세계 판타지 경쾌한 변주로
홍정은·홍미란 작가 주특기 발휘
사실 ‘호텔 델루나’를 둘러싼 시청자들의 반응은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2005년 ‘쾌걸 춘향’을 시작으로 12번째 공동 집필을 하고 있는 홍정은·홍미란 작가, 이른바 ‘홍자매’ 작품에 대한 믿음은 있었지만, ‘주군의 태양’(2013) 이후 ‘맨도롱 또똣’(2015) ‘화유기’(2017~2018)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탓이다. 주연을 맡은 이지은(아이유)·여진구 역시 잘 나가는 청춘스타지만 시청률과 화제성을 고루 만족시켜온 배우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의 조합은 예상치 못한 시너지를 냈다. 달의 객잔이 만월당, 만월관을 거쳐 호텔 델루나가 되기까지 천 년 넘게 이곳을 지켜온 장만월 사장 역을 맡은 이지은은 고고하면서도 괴팍한 성격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죗값을 치르느라 더이상 꽃을 피우지 않는 고목처럼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시간에 박제된 채 그냥 있는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홍자매의 전작 ‘환상의 커플’(2006)의 한예슬부터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2010)의 신민아, ‘최고의 사랑’(2011)의 공효진처럼 이율배반적 성격으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얻는 여주인공 계보에 안착한 것이다.
공희정 드라마 평론가는 “귀신 이야기가 수사물 등 장르물과 결합하면 극에 서스펜스를 더하게 되지만, 로맨스나 판타지 요소가 더해지면 호러와 완급 조절이 가능해 또 다른 차원의 몰입 효과를 지닌다”고 밝혔다. 이어 “귀신을 그리는 방식 역시 무서운 존재임을 부각하기 보다는 인간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로 나온다”며 “인간과 귀신의 세계가 따로 구분된 것이 아니라 공생·공존하는 세계로 친근감을 더한다”고 덧붙였다.
사회 구성원 변화와 맞물려 매우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충남대 국문과 윤석진 교수는 “한국이 고령화를 넘어 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황에서 죽음 자체가 보다 보편적인 화두가 됐다”며 “이를 좀 더 가볍고 경쾌하게 다루는 것도 필요한 시기가 된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극 중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가에 따라 리무진·버스 등 저승행 탑승수단이 달라지는 등 죽음에 관한 이야기지만 결국 현재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담고 있다. 반성과 성찰의 효과를 지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여전히 신점을 보는 점집이 성행하고 ‘전설의 고향’ 부류의 이야기가 인기를 끄는 것만 봐도 귀신은 한국사회와 한국인의 사유 구조 안에 존재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판타지가 유행하는 상황에서 아시아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홍자매가 춘향전(‘쾌걸 춘향’), 홍길동전(‘쾌도 홍길동’), 구미호전(‘내 여자친구는 구미호’) 등 고전 작품을 패러디해 당대의 트렌드와 잘 접목해 왔다면, 서유기(‘화유기’)는 블록버스터로 판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두면서 방향성을 잃었다”고 지적했다. 윤석진 교수도 “홍자매는 아이디어와 발상은 좋지만 아이디어를 변주하는 과정에서 뒤로 갈수록 힘을 받지 못해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는 반드시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짚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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