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귀화 "요즘 대세? 아직 갈길이 멀어요"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19. 7. 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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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최귀화, 사진제공|판씨네마

배우 최귀화가 스크린과 TV를 넘나들며 ‘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으로 주연 신고를 함과 동시에 케이블채널 OCN <달리는 조사관>서 당당히 타이틀롤을 거머쥔 것이다.

“대세라고요? 글쎄요. 아직은 대단히 잘 됐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앞으로 갈길이 멀죠. 처음엔 그저 연기가 좋아서 시작했는데, 갑자기 아빠가 되면서 생계형 배우가 됐거든요. 그것 때문에 힘든 시절도 있었고 연기가 재미 없었을 때도 있었지만, 이후 작품들 반응이 좋게 돌아와 여기까지 성장할 수 있었어요. 앞으로도 큰 계획은 없어요. 그저 작품마다 최선을 다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려고요.”

최귀화는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기방도령>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배우로서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바라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방도령>으로 코믹물 첫 시작, 노출신 부담스러웠어요”

본격적인 코믹물은 <기방도령>이 처음이다. 여러 작품에서 웃음을 가미한 캐릭터를 연기하긴 했지만, 웃음에 초점을 맞춘 스크린 연기는 처음이라며 부담이 컸다고 고백했다. 특히 강렬한 인상을 남긴 산길 노출 장면은 고민이 컸다고.

“현장에 여성 스태프들도 있고 나체로 연기하기가 어려워서 감독에게 ‘고치면 안 되느냐’고 말했어요. 그런데 ‘이 장면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선을 긋더라고요. 아예 하지 않을 순 없어서 결국 대역을 쓰게 됐어요.”

깊이 있는 코믹 연기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지 몇번이고 곱씹기도 했단다.

“웃음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이니 부담이 크더라고요. ‘이걸 어쩌지’라고 고민만 하다가 ‘웃기려고만 하면 안 된다’는 결론을 얻었죠. 나름의 진정성이 있어야만이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에요. 또 연극을 할 때 코믹극 경험이 꽤 있어서,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그런 노력들이 영화 곳곳에 투영됐다. 그가 연기한 ‘육갑’이 고려 왕족의 후예란 설정도 그의 아이디어.

“원래 대본 상에는 그런 설정이 없었어요. 마냥 웃기기만 하는 캐릭터였죠. 그런데 그대로 연기하면 가볍게 보이고 끝날 것 같았어요.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사연을 주고 싶었죠. 감독과 이런 저런 대화를 하다가 ‘조선이 세워져 숨어 살던 고려 왕족이라 하면 어떠냐’고 제안했어요. 왕족 출신으로서 줏대를 가진 캐릭터로 살릴 수 있겠더라고요.”

동반 주연인 준호가 캐스팅 됐을 땐 적잖은 걱정을 했다는 그다.

“영화 현장을 주연이 어떻게 이끄느냐가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준호가 나이도 어리고 아이돌 출신이라 많은 스태프를 아우를 수 있을까 싶었는데, 기우였더라고요. 하하. 너무 잘하던데요.”

■“아들에겐 배우보단, ‘좋은 아빠’로 기억되고 싶어요”

단역부터 차근차근 걸어올라온 그는 결국 주연의 자리까지 꿰찼다. 데뷔 22년만이다.

“예전엔 아주 유명한 선배들 나오는 영화에 제가 끼어들어서 할 일만 하면 됐는데, 이젠 저보다 어린 동생들과 극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도 마냥 편하지만은 않아요.”

<연애의 온도> <곡성> <봉이 김선달> <부산행> <조작된 도시> <더 킹> <택시운전사> <범죄도시> <마약왕> 등 출연 영화만 해도 손으로 꼽기 어려울 정도다. 여기에 <미생> <슈츠> <황금빛 내 인생> 등 드라마도 여러 편이다.

“그 중 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를 꼽자면 <택시운전사>의 사복 경찰 역이에요. 전작인 <미생> <부산행> 속 이미지를 탈피하는 데에 성공한 작품이기도 하고요. 원래 시민군 역으로 오디션을 본 건데, 장훈 감독이 악역을 해보라고 제안해서 합류하게 됐던 작품이죠.”

출연작은 많지만 그가 보여준 얼굴은 사실상 그리 다양하지 않다. 코믹하거나 악한 이미지로 남아있는 것에 불안함을 느끼진 않을까.

“글쎄요. 대중이 제게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나요? 하하. 사실 그냥 길거리를 지나다녀도 사람들은 절 잘 못 알아보거든요. ‘요즘 작품을 너무 많이 하는 것 아닌가’ 걱정하다가도 사람들이 절 지나쳐갈 때마다 ‘인지도가 없구나. 작품 더 많이 해도 되겠다’고 느끼니까요.”

자신을 똑닮은 아들에게만큼은 ‘엄청난 배우’로 남고 싶지 않을까. 그러나 그마저도 그는 고개를 내저었다.

“배우로 기억되기 보다는, ‘좋은 아빠였어’라는 말을 나중에 듣고 싶어요. 전 어릴 적 아버지와 재밌게 논 기억이 별로 없거든요. 대부분 그 시대 아버지들이 그랬잖아요? 잔정도 많이 안 주고. 그래서 전 제 아들에게만큼은 잘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항상 목욕탕도 같이 하고, 함께 캠핑도 가면서요. 그래서 그런지 아들이 제겐 거리감이 없어요. 주말에 촬영이 없으면 늘 저랑 자려고 하거든요. 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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