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못가 미안.. 옆집 아줌마 말 잘듣고 있어 ㅠㅠ" [이슈 속으로]

권구성 2019. 7. 2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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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반려동물 위탁 해법 떠오른 '품앗이' / 2017년 기준 1481만명 반려동물 키워 / 등록된 동물위탁관리업체만 3429곳 / 잊을만 하면 위탁시설 사고에 불안감 / 주인들 믿고 맡길 곳 찾기 쉽지 않아 / 가까운 이웃 '돌봄 품앗이' 대안으로 / 소모임 결성해 위탁문제 해결 노력도 / 반려동물 해외여행 전문 플랫폼 생겨 / 유통업계 동반상품 등 마케팅 팔걷어
#1 성우 이자명(50)씨는 2년 전 애지중지 키우던 반려견 2마리를 애견호텔에 맡겼다가 아찔한 경험을 했다. 15박16일의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평소 자주 다니던 시설에 반려견을 맡긴 것인데, 반려견들이 장시간 달라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연신 짖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여행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개들의 목이 다 쉬어 있었다”며 “시설에선 애들을 잘 챙겨주셨는데 환경이 달라지니 불안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2 휴가를 앞둔 직장인 박모(31)씨는 반려견 시추를 맡길 곳을 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가족과 함께 휴가를 떠나기로 하면서 애견호텔과 같은 위탁업체를 알아보고 있는데 쉽지 않아서다. 박씨는 “평소 집을 비울 때면 본가에 계신 부모님께 맡겼는데, 이번에는 가족과 떠나는 여행이다 보니 위탁시설에 보내야 할 것 같다”며 “워낙 노견인 데다 예민한 성격이어서 스트레스를 받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다수의 가구에서 반복되는 고민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400만명을 넘었지만, ‘믿고 맡길 만한’ 위탁시설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웃끼리 휴가 기간 서로의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품앗이’가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동물 위탁, 이웃끼리 품앗이로 해결
19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는 약 1481만명으로 추산된다. 같은 해 반려동물의 개체수 추산치는 약 874만마리로, 3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우는 셈이다.
 
반려동물이 늘면서 위탁시설도 늘고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위탁관리업체는 3429곳에 달한다. 위탁시설이 늘었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인 입장에선 ‘믿고 맡길 만한 곳’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 잊을 만하면 들리는 위탁시설의 사고 소식도 신경 쓰이는 대목이다.
아울러 양질의 시설이라고 해도 오랜 시간 주인과 떨어져 새로운 환경에 놓인 반려동물들에게는 시설에 맡겨지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반려묘 2마리를 키운다는 김윤남(45)씨는 “휴가를 떠나면서 지인이 운영하는 호텔에 고양이들을 맡겼는데, 케이지 안에만 있거나 밥을 제대로 먹지 않더라”며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서 고양이들이 주인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이웃 간의 품앗이다. 가까운 이웃끼리 휴가를 떠나는 동안 서로의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것이다. 이런 품앗이는 주로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품앗이를 원하는 사람이 글을 올리면 여건에 따라 가능한 사람이 댓글을 다는 식이다. 대체로 위탁시설에 맡기는 것이 염려돼 가깝고 믿을 만한 이웃을 찾는 경우가 많다. 반려묘를 품앗이했다는 직장인 공모(29)씨는 “예민한 성격의 고양이는 공간이나 사람이 바뀌면 심하게 경계하는 경우가 있다”며 “평소 알고 지내던 이웃이 맡아주니 한시름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품앗이를 일회성으로 하는 것이 아닌 정기적인 모임을 통해 반려동물 위탁 문제를 해소하려는 경우도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돌봄 인구들이 모여 일종의 소모임을 결성하는 것이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정모(48)씨는 “인근에 반려견 놀이터에 자주 나오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이웃들과 통성명하게 됐다”며 “같은 동네에 살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반려동물에게도 친구가 생기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동물활동가 애니는 “반려동물 품앗이가 한국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문화로 통하지만, 미국에서는 10여년 전부터 보편화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펫시터(Pet Sitter) 서비스도 점차 전문화하는 추세다. 일부 펫시터 전문 업체는 스마트폰 앱으로 펫시터의 위탁서비스나 방문서비스를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위탁서비스를 이용하면 펫시터의 집에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다. 이때 펫시터들은 반려동물을 키우거나 키운 경험이 있는 가정이어서 사실상 품앗이와 유사하다. 방문서비스는 펫시터가 집으로 직접 방문해 반려동물을 돌보거나 산책시켜 주는 서비스로 펫시터가 방문한 동안에는 집안에 설치된 액션캠으로 반려동물이 어떻게 지내는지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서비스를 이용할 때는 펫시터에 대한 검증과 보증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업체에 따라 차이를 보이지만, 대체로 펫시터에 따라 등급이 나뉘고 경력 등을 소개하고 있다.

◆반려동물도 이젠 여행 동반자… 항공기도 함께 이용

최근에는 반려동물을 위탁시설이나 타인에게 맡기지 않고 함께 휴가를 떠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인스타그램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댕댕트립’이라는 해시태그로 반려동물과의 동반여행을 인증하는 사진이 1000여건에 달한다. 회원수가 700명인 네이버 카페 ‘플라이 댕댕’에서는 반려동물과의 여행 정보가 공유되고 있고, ‘펫트래블’(petravel)과 같은 반려동물의 해외여행 정보를 소개하는 전문 플랫폼도 생겼다.

반려동물과 함께 비행기를 타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도 늘고 있다. 지난해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반려동물의 기내 반입 건수는 2015년 2만8182건에서 2017년 4만1343건으로 증가했다.
항공사와 공항도 반려동물 동반 서비스에 적극적이다. 대한항공은 ‘SKYPETS’라는 반려동물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해 운송요금 할인이나 무료 운송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2년 전 유명 반려견 ‘달리’를 홍보대사로 내세운 바 있다.

다만 반려동물이 기내에 탑승하면 반드시 케이지에 넣어 좌석 밑에 위치시켜야 한다. 보관방법은 국제항공운송협회 규정에 따른 것으로, 국적사뿐만 아니라 외항사 대부분이 비슷한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 항공사에 따라 무게 기준을 넘으면 기내 반입이 불가하며 위탁 수화물로 보내야 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케이지를 포함한 무게가 7㎏ 이하여야만 기내 반입할 수 있다.

유통 업계에서도 반려동물의 여행상품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온라인 쇼핑몰 쿠팡은 지난달부터 ‘반려동물 여행 준비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위한 카시트부터 이동 가방, 배변봉투 등이 주요 상품이다.
 
권구성·나진희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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