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텔, 패턴, 그리고 환경.. 한층 부드러워지는 '남성의 봄'

밀라노/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입력 2019. 7. 1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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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기자의 '미'리보는 '트'렌드

내년도 봄 여름 남성 패션 트렌드가 궁금하다면 딱 세 단어만 알면 될 것 같다. 파스텔과 패턴, 지속가능성. 환경보호를 부르짖는 지속가능성이야 남·녀 가리지 않고 모든 패션 분야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최근엔 한층 더 집요해졌다. 지난 6월말 밀라노와 파리 등에서 선보인 '2020 봄여름 패션위크'에서 등장한 주요 소재를 보면 폐 플라스틱에서 실을 뽑아내거나, 생분해되면서 자연적으로 재생 가능한 원단을 사용하는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해 지속가능성을 초고도화 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왼쪽부터 세번째까지는 발렌티노의 이번 남성 2020봄여름 컬렉션 의상. 유토피아를 찾는 듯 자연 한가운데 있는 느낌이다. 오른쪽 둘은 파스텔톤과 우비 스타일이 눈길을 끄는 루이비통 남성 2020 봄여름 컬렉션 의상. /발렌티노·루이비통 제공



왼쪽부터 세번째까지는 닐바넷 2020 봄여름 컬렉션. 다채로운 패턴과 절제된 스트리트풍이 돋보인다. 오른쪽부터 두번째까지는 독특한 원단의 제냐 2020 봄여름 남성 컬렉션 슈트. /닐바렛·에르메네질도 제냐 제공

프라다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피티 워모'에서 발표한 유명 요트 대회인 아메리카스컵에 출전하는 루나 로사 피렐리 팀 유니폼 제작 건을 살펴보자. 울마크 컴퍼니와 협업해 기술적 파트너십을 맺었는데, 각종 훈련부터 경기 출전까지 해양 활동에 입을 수 있는 울 리치 테크니컬 유니폼을 개발했다. 워터 프루프 재킷, 웻 재킷, 블루종(점퍼) 등을 100% 재생가능한 생분해 울로 만든다는 것이다. 울이라면 바로 물에 젖어 훈련복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의 한계를 뛰어넘어 기술적으로도 안전하면서 친환경적인 요소를 반영했다.

재활용 플라스틱에서 원단을 뽑아낸 랄프 로렌은 앞으로 5년간 친환경의 지속가능한 제품으로 모두 바꾸겠다고 선언했고, 이탈리아 밀라노 외곽에 있는 거대한 규모의 천고 높은 폐공장 건물에서 '에르메네질도 제냐 XXX 2020 여름 컬렉션'을 연 에르메네질도 제냐는 폐플라스틱에서 섬유를 추출해 특히 화제를 일으켰다. 1906년 지어져 1995년까지 화력을 뿜었던 철강 공장은 이태리 근대 철강산업을 일으킨 기념비적인 곳으로, 공장이 문 닫은 이후 쇠퇴해 도심 속 황무지로 남았던 곳이다. 현재 건축계의 노벨상이라는 프리츠커 상 수상자인 렌조 피아노가 도시 설계를 해 과학·건강 연구 중심 단지 'City of Health'로 재조성될 예정인 이곳이 패션쇼 무대로 변신한 것이다. 재생과 복원에 착안해 제냐가 선보인 '아킬 슈트'는 아킬 농장에서 슈트를 제작하는 과정 중 남은 울을 재가공하고 다시 직조했다. 제냐의 알레산드로 사르토리 디자이너는 "기존의 것을 다시 사용하고, 버려진 원단으로 새로운 원단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테일러링 기술을 탐구하며, 버려진 장소를 창조의 장소로 바꿀 수도 있다"고 전했다.

파스텔톤 색감이 조화를 이룬 2020 페라가모 봄여름 남성 컬렉션 의상. /살바토레 페라가모 제공



2020 남성 컬렉션에서 등장한 루이비통 가방. /루이비통 제공

지속가능성이 의미로서 존재한다면, 시각적인 효과는 파스텔과 패턴이 강세다. 루이비통은 연보라빛 셔츠를 청바지와 매치하는가 하면 하늘색, 핑크색, 살구색, 연노랑 등 마치 봄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파스텔 색조로 무대를 메웠다. 파스텔 핑크 슈트를 선보인 폴 스미스, 파스텔톤의 남성용 튜닉을 선보인 아크네 스튜디오, 라벤더와 핑크 슈트를 선보인 디올 옴므 등 부드럽고 온화하며 우아한 색상의 향연을 놓치지 않았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역시 슈트와 니트 등을 원색과 라벤더, 핑크, 주홍 등을 다양하게 조화해 색조의 경계를 넘었다. 완벽한 테일러링으로 화제가 되는 닐바렛은 남아공의 예술가 조디 폴센과 협업해 한층 경쾌하면서 젊어진 패턴과 하이엔드와 스트리트 분위기를 적절히 섞어 균형감을 살렸다. 해외 패션 전문지 비즈니스오프패션은 "하이브리드에 강한 닐바렛은 트렌치코트와 야구 재킷, 농구화 혹은 운동복에 데님 재킷 등 적절히 섞어 또 한 번의 흥미를 자극했다"며 "과거엔 절제된 스타일의 상징이었다면 현재는 생동감 넘치는 젊은 문화의 대가로 떠올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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