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도 '착한 판매'..이케아, 매장 옆 컨테이너서 채소 재배

이한나,김하경,이유진 2019. 7. 18.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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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말뫼 매장 가보니
음식물쓰레기를 비료로 활용
남은 쓰레기는 버스 연료로
전력소비 줄인 전구 3억개 판매
규모의 경제로 가격 확 낮춰
친환경은 비싸다는 편견 깨
중고가구 매입해 싸게 팔기도

◆ 착한 소비, 세상을 바꾼다 ③ ◆

스웨덴 말뫼시 이케아 매장 옆에 지속가능한 미래 먹거리 실험의 대표인 수경재배가 이루어지는 컨테이너가 설치돼 있다. 이케아는 순환농업기업과 손잡고 이 컨테이너에서 4주간 수경재배한 유기농 채소(오른쪽 사진)로 만든 샐러드를 매장 고객들에게 동일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합리적 가격에 유기농 채소를 공급하는 게 목표다. [사진 제공 = 이케아]
세계 최대 홈퍼니싱업체 이케아 유통(잉카) 본사가 있는 스웨덴 제3 도시 말뫼. 이곳 이케아 매장을 찾는 고객들은 불과 20m 거리에서 자란 상추로 만든 샐러드를 맛볼 수 있다. 흙을 통해 박테리아에 오염되지도 않는 유기농 채소다. 매장 옆 컨테이너에서 약 4주간 수경 재배됐다.

이케아의 담대한 실험장에 가려면 마치 반도체 공장이라도 입장하듯 흰 가운과 모자를 쓰고 신발도 감싸야 한다. 식물 생장에 적합한 기온과 습도가 맞춰져 있는 자줏빛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아래에서 검어 보이나 부드럽고 신선한 상추가 쑥쑥 자라고 있었다. 깨끗한 물과 바로 옆 이케아 레스토랑의 음식물 쓰레기로 만든 비료를 활용해 기존 농법보다 물 사용량을 90%나 줄였고, 비료를 만들고 남은 쓰레기는 바이오가스 회사로 전달돼 말뫼시 버스 연료가 된다.

이케아는 매장에서 가구뿐 아니라 음식도 판다. 음식이 총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남짓이지만 이케아는 세계적 식품 기업으로 꼽힌다. 건강한 삶과 자원 순환을 강조하는 지속가능 전략을 위해 '도시농업(urban farming)'에 속도를 냈다. 이곳에서는 20대 여성 두 명이 교대로 100% 유기농 상추와 로메인 등을 관리하고 있었다. 이케아가 투자한 풍력에너지업체 계열 순환농업 회사 본바이오가 올 초 시험재배를 시작했다.

카트리나 엥글룬드 잉카그룹 글로벌 혁신개발 리더는 "바로 옆 식당 수요에 맞춰 상추 재배량 등을 조절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종 소비자까지 도달 거리가 짧으니 운송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도 거의 없고 자원 순환이 된다. 테스트를 거쳐 다른 매장 고객들도 이런 유기농 야채를 맛보게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이케아가 뉴욕 파리 등 도심에 매장을 내는 것도 이 같은 전략과 무관하지 않다. 엥글룬드 리더는 "이케아가 친환경적인 LED 전구를 유통하자 전구 가격이 3유로에서 1유로 아래로 떨어졌다"며 "우리 일상 속 다양한 제품으로 규모의 경제를 이루면 지속가능한 삶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이케아는 2015~2020년 LED 전구 5억개 판매라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한 해 8240만개, 누적 기준 2억9400만개를 팔아 목표를 60% 달성했다.

전 세계 30개국 367개 매장(작년 말 기준)에서 연간 고객 8억3800만명을 맞는 이케아는 '많은 사람이 더 나은 일상생활을 누리게 하겠다'는 비전에 맞춰 변화를 선도해 왔다. 조안나 예로 건강·지속가능한삶 리더는 "2013년께 지속가능성이 핵심 전략으로 통합된 후 이케아 사업모델은 100% 유통(retail)에서 탈피해 전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단순 판매만 하던 것에서 공유 서비스로 전환하는 게 대표적이다. 일본에서는 고객 가구를 되사는(buy back) 서비스를 시작했다. 아이가 커서 무용지물인 아기침대를 사들여 이케아 구매 바우처를 제공하고, 제품은 손봐서 다른 고객에게 싸게 판다. 지난해에만 일본에서 이 서비스로 중고 가구 3400개를 사들였다. 내년에는 한국을 포함한 30개 국가에서 구독경제 기반 가구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다.

이케아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을 디자인 단계부터 재생이 가능하거나 재활용된 소재만 100% 사용하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현재는 판매 제품 가운데 60%가 재생 가능 소재, 10%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다. 내년 1월부터는 모든 매장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2015년 여의도 116배 크기인 루마니아 숲 3만3600㏊를 사들였는데 이제 그 5배가 넘는 18만2000㏊ 숲을 미국과 에스토니아 등에서 보유 중이다. 작년에 나무 70만그루를 썼지만 360만그루를 심어 복원했다. 풍력터빈 441개, 매장 옥상이나 창고 등에 총 90만개 태양광 패널을 보유한 게 자랑이다.

유통 본사 건물(후브훌트 오피스) 자체가 직원들에게도 지속가능성을 전파하는 핵심 공간으로 2013년 기획됐다. 지붕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전력 손실을 줄이고 자연채광을 극대화했으며, 계단식 공용 라운지 목재는 모두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를 재활용했다. 당시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건축물로 영국 친환경건축물인증(BREEAM)을 획득했다.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어도 에너지 75%가량을 아낄 수 있고 이후 한국 매장 등에도 고스란히 기술이 적용됐다.

소비자들과 접점이 많은 기업인 만큼 올 4~5월에는 베터리빙(better living) 애플리케이션(앱)을 열어 직원과 고객들이 일상에서 지속가능한 삶을 실천하는 캠페인도 펼쳤다.

예로 리더는 "고객설문 결과 90%가 실천하고 싶어했지만 실제로 3%만 행동한다고 답한 것에 착안해 헤어드라이어 자제 등 구체적인 실천법을 게임처럼 운영해 반응이 뜨거웠다"며 "기후변화 등 글로벌 위기 상황은 이케아 혼자 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만큼 단합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케아는 지속가능성 전문가를 영입하고 2015년 덴마크 코펜하겐에 지속가능성을 주제로 한 혁신연구소 '스페이스10'도 열었다. 이곳에서는 채식주의자를 위한 미트볼이나 단백질과 아연이 풍부한 미세조류(micro algae)를 식재료로 활용하는 법부터 모바일쇼핑 앱, 가정용 태양열에너지 블록체인 거래모델 등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고 함께할 파트너를 찾는다. 정보기술(IT) 기업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올해 패스트컴퍼니 선정 혁신기업에 올라 화제가 됐다.

[기획취재팀 = 말뫼·코펜하겐·도쿄 = 이한나 기자 / 런던·베를린 = 김하경 기자 / 서울 =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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