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경자 '미인도' 진품 주장한 前국립현대미술관 실장 무죄 확정

박현익 기자 2019. 7. 18.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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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돼있는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조선일보DB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가 진품이라고 주장했던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에게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정모(62) 전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미인도 위작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1991년 전시회에서 처음 공개하며 불거졌다. 국립현대미술관은 미인도가 천 화백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당시 천 화백이 작품을 직접 본 뒤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 것이다. 하지만 화랑협회 등 미술계는 자체 감정을 벌여 ‘미인도는 천 화백 작품이 맞는다’고 발표했다. 8년 뒤인 1999년 다른 작품의 위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화가 권춘식씨가 "미인도는 내가 그린 위작"이라고 밝히면서 또 한번 논란이 있었지만,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미인도는 천 화백 작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2015년 천 화백이 별세하자 위작 논란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천 화백 유족은 2016년 "정씨 등이 거짓 기고를 통해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주장했다"며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다.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정씨가 미인도는 진품이라는 취지의 기고문을 언론사에 보내 같은 취지의 기사가 보도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씨는 기고문에 "천 화백은 (진품이라는 이유에 대한) 반론도 하지 않은 채 오직 위작이라고 주장했다"면서 "이 작품은 천 화백이 자신의 작품 중 중요하다고 판단해 (한국근대회화선집에) 수록했을 터. 또 최소한 수차례 교정을 봤을 터인데, 이 과정에서 천 화백은 왜 이 작품을 위작이라면서 빼지 않았을까" 등이라고 적었다.

검찰은 약 5개월 동안 수사를 벌여 미인도는 진품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미술관 관계자 6명 중 5명에 대해선 무혐의 처분을 했고, 정씨에 대해서는 언론에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단정적으로 말했다며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미인도 위작 논라나 당시 천 화백은 (단순히) 위작이라고만 한 것이 아니라 미술관 직원들이 가져 온 원작을 직접 확인한 후 위작이라고 생각하는 이유와 근거에 대해 충분히 설명했다"며 "또 한국근대회화선집 편집과정에 천 화백은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1·2심은 "정씨에게 허위 사실을 적시한다는 점에 대한 인식 또는 고의가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또 미인도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있을 뿐 천 화백에 대한 사회적, 역사적 평가에 어떠한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미술품이 완성된 이후에는 작가와는 별개의 작품으로 존재하므로 작가의 인격체와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미술품의 진위 논란이 곧바로 작가의 사회적 평가를 해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이 옳다며 무죄를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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