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워서 채우는 밴드 호피폴라 "우리 매력에 퐁당 빠졌으면"
첼로·기타 이색 조합 서정성 더해
"한편의 영화 같은 음악 만들고파"
17일 서울 상암동에서 만난 이들은 “그게 바로 우리 팀이 우승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입을 모았다. 프런트맨으로서 이들을 차례로 영입한 아일은 “멤버 수와 관계없이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같은 감정을 공유하며 다른 소리를 만들어가면 그게 바로 밴드”라며 “특히 진호형이 첼로 활을 한 번 켤 때마다 아름다운 소리에 감동 받은 시청자들의 표가 쏟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첼로 한 번 켤 때마다 표 쏟아져”
네 사람이 함께 한 대의 첼로를 연주하는 모습도 큰 화제를 모았다. 홍진호는 “유럽에서 공부할 때 인상 깊게 본 퍼포먼스를 접목해 보고 싶어서 아이디어를 냈다”며 “현악기를 전혀 다뤄보지 않은 친구들이라 걱정했는데 역시 음악천재들이어서 그런지 금방 배우더라”고 밝혔다. 다만 “첼로를 손바닥으로 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했는데 영소가 타악기처럼 활용해 결과적으로 더 좋은 퍼포먼스가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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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널 앞두고 2주간 10곡 연습”
팀명을 결선 1차전에서 부른 아이슬란드 밴드 시규어 로스의 곡명 ‘호피폴라(Hoppipolla)’에서 따온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대자연의 풍광이 그려지듯 노래하는 이들처럼 희망과 위로를 선사하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기 때문이다. 호피폴라는 아이슬란드어로 ‘물웅덩이로 뛰어들다’라는 뜻. 아일은 “물웅덩이에 뛰어드는 당차고 용기 있는 소년의 이미지가 떠올랐다”며 “우리 음악에 퐁당 빠졌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선 1차전에서 시규어 로스가 만든 ‘희망어’로 된 낯선 노래를 부를 만큼 음악적 취향이 확고한 이들이었지만, 생방송 파이널 무대를 앞두고는 2주 동안 10곡을 번갈아 연습할 만큼 고민이 많았다. 결국 관객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신나는 곡 대신 린킨파크의 ‘원 모어 라이트(One More Light)’를 택했다. 프로그램에 프로듀서로 참여한 린킨파크 멤버 조한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이들이 가진 서정적 음악관을 보여줄 수 있는 곡이기 때문이다.
“사실 저도 밴드에 대한 선입견이 강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도 꼭 밴드를 하고 싶어서라기보다는 클래식을 듣는 계층이 너무 한정돼 있다는 아쉬움 때문이었어요. 첼로의 아름다움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죠. 하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새로운 매력을 느꼈어요. 클래식을 할 때는 항상 악보를 해석하면서 정답을 찾기 위해 애썼는데, 밴드는 개개인의 창의성이 극대화되는 게 감동적이더라고요. 건방진 생각일 수도 있지만 대중도 결국 더 고급 음악을 찾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다면 밴드도 페스티벌에서 한번 듣는 음악이 아니라 계속 찾아 듣고 싶은, 이어폰을 끼고 들어도 부담스럽지 않은 음악을 할 수 있다면 좋겠죠.”(홍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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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 찾는 클래식과 달라 매력적”
김영소 역시 ‘비움의 미학’을 강조했다. “저는 4~5살 때 드럼으로 음악을 시작했거든요. 그 후에는 예고 입시를 위해 피아노를 쳤고, 정작 기타는 중학교 때 방과 후 수업에서 처음 쳤어요. 핑거 스타일이 한창 유행할 때였는데 풍부한 소리에 매료됐죠. 그래선지 밴드는 사운드를 꽉 채워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옆에서 소리를 비워줄수록 모두가 더 빛나더라고요. 신기했죠.” 이들은 먼저 악기를 풀로 채워 넣은 다음 하나씩 소리를 빼는 방식으로 편곡을 진행했다.
호피폴라는 다음 달 결선에 오른 6팀이 함께 하는 전국투어를 시작으로 앨범 발매와 월드 투어를 앞두고 있다. 고3인 김영소가 “전국투어는 방학이라 괜찮은데 2학기가 문제”라고 말하자 형들은 “대학엔 꼭 보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사실 매 라운드가 치열한 경연이다 보니 프로그램에서 자작곡을 선보이진 못했지만 라운드마다 함께 써둔 곡이 3~4곡은 돼요. 저희 호피폴라 앨범으로 ‘짠’하고 보여주면 더 멋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빨리 신곡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아일)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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