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만들라", "남친 뭐하는 사람?"..둘 중 직장 내 괴롭힘은?

이민정 2019. 7. 17.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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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의 애환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는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tvN]
A. “술자리를 만들라”
B. “남자친구 뭐하는 사람이냐”

직장 상사로부터 위와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들었다면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까? 고용노동부의 답변에 따르면 A는 맞고, B는 아니다.

두 사례 모두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선 사적 지시이자, 사생활에 관한 질문이다. 하지만 A 사례의 경우 사적 용무 지시로 볼 수 있지만 B는 성적 언동으로 볼 만한 짖궂은 질문이 아닌, 직장 생활에서 발생하는 통상적 행위로 볼 수 있다는 게 노동부 설명이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 이틀째인 17일 직장 내 괴롭힘의 판단 기준을 몇 몇 사례에 비추어 설명했다. 애매모호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고용노동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사례1. 업무상 적정 범위 기준은?

「 C. 어린 시절 외국에서 자라 영어가 유창한 직장인 C씨. 영어를 가르쳐 달라는 선배들 부탁에 업무 시간 선배들에게 영어를 가르쳤다. C씨는 영어 교재 등 수업 준비를 위해 별도의 시간을 할애해야했다. 급기야 남들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D. 무역 회사 거래팀에 근무하는 D씨는 어느날 팀장으로부터 거래처와의 계약서류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계약 서류 작성은 D씨 업무가 아니었지만, 계약 담당자가 휴가 중인 탓에 급작스럽게 도맡았다. B씨는 퇴근 후 계획을 포기하고 졸지에 야근을 해야했다.

▶고용노동부 판단. C- O, D- X
개정법 상 직장 내 괴롭힘은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한다. 이에 비춰볼 때 두 사례 모두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 등에 정해진 업무가 아닌 일을 떠맡았다. 하지만 C의 경우 영어 교육은 업무상 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지만, D의 경우 계약 서류 작성은 '업무상 적정 범위'안에 들수 있다.


사례2. 근무 밖 괴롭힘 기준은?

「 E. E씨는 퇴근 후 고등학교 동창회에 갔다가 우연히 회사 동료를 만났다. 직장 동료가 동창인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두사람은 동창회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말다툼으로 끝났다.

F. F씨의 상사는 퇴근 후 팀원들이 있는 모바일 메신저에서 자신의 사정을 하소연하는 글을 종종 올린다. 하지만 팀원들이 모두 답을 하진 않았다. 그럴 때마다 F씨의 상사는 "왜 답을 하지 않느냐"는 반응을 보이며 다그쳤다.

▶고용노동부 판단. E-X, F-O
E의 사례는 직장 동료와 관련된 일이라 할 지라도 순전히 개인적 갈등으로 분류된다. 회사 밖에서 일어난 동창생 간 갈등이라는 의미다. 따라서 말다툼으로 고통을 받았다고 해도 직장 내 괴롭힘은 아니다. 다만 직장 내에서 특정 학교 출신이 집단으로 타 학교 출신을 따돌린다면 이는 사회적 관계의 우위를 이용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반면 F의 경우는 퇴근 후 온라인에서 일어난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

보너스
업무 능력을 인정 받은 후배. 후배는 자신이 사내에서 우월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상급자의 지시를 일관되게 무시했다. 이 경우 후배가 상급자를 괴롭히는 경우에 해당할까?

▶고용노동부는 그렇다고 볼 수 있다고 답한다. 다만 하급자가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로 인정되려면 상대방이 저항하기 어려울 개연성이 큰 수준의 '관계의 우위'가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한다. 이를 위해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내 정식 조사가 요구될 경우 기업 내 감사나 외부 전문가 등이 조사하고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는 별도 체계를 갖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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