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 가지 방법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한 사람이 일생을 살면서 여러가지 직업을 경험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구축해놓은 생활을 영위해야 할 뿐만 아니라 다른 일을 하기 위한 시간과 열정을 쏟아내는 것 역시 어렵기 때문. 그러나 구혜선은 배우, 영화 감독, 화가 그리고 작가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2002년 데뷔한 구혜선은 인형 같은 외모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는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로 큰 화제를 얻었다. 명랑한 캐릭터 '금잔디' 역을 맡아 배우로 브라운관을 종횡무진했다.
구혜선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단편영화 '유쾌한 도우미'로 시작해 장편 '요술'을 연출했고 이어 '복숭아나무'를 전국 개봉하는 영화감독으로 나섰다. 2009년에는 직접 그린 그림으로 첫 번째 전시회를, 2012년에도 전시회를 열어 수익금 전액을 기부하며 화가라는 이력도 추가했다.
급기야 소설을 집필하는 작가로도 지평을 넓혔다. 첫 소설 '탱고'로 출간하기 시작한 책은 시나리오인 '복숭아나무'를 토대로 만든 중편소설을 펴냈다. 이번에는 '눈물은 하트 모양'이라는 소설을 가지고 대중 앞에 돌아왔다. 한 가지 직업으로도 버거운 세상에 구혜선의 도전은 낯설기도 하다.
"책에는 작가주의적인 부분이 많이 담겼어요. 평소 생각을 꺼내는 것을 좋아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것 같아요. 이 작품은 7~8년 전 쓴 글인데, 원래 영화를 찍으려던 작품이었어요. 그대로 놔두기에는 아깝다고 생각해 소설로 까지 나오게 됐어요."
작가 구혜선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 그의 새 소설은 경장편에 해당하는 분량의 소설으로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성격의 여자 '소주'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에 끌려드는 남자 '상식'의 사랑을 발랄한 문체로 설명한 작품이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표방하는 작품은 위트있는 내용은 물론 인간 본성의 내면을 들여다 보고자하는 노력이 돋보이는 것이 특징적이다.
익숙한 단어이지만 개인의 이름으로 사용하기는 다소 낯선 '소주'와 '상식'이라는 인물은 무엇보다 독자의 구미를 당긴다. 사람 이름이 '소주'와 '상식'이라니 괜히 소설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이름처럼 각 인물들은 책 속에서 나름대로 특별하게 분투한다.
"책 속에는 독특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와요. 소설은 주로 '소주'를 바라보는 남자 '상식'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부분이 다수 등장해요. '상식'과 호흡하는 '소주'는 상처가 많지만 순수한 인물이에요. 그리고 어딘가 이상한 부분도 있죠, 내 20대를 닮았어요. 상처를 받아 연애에 회의적인 모습, 누군가를 좋아하는 모습이 투영됐어요."
구혜선이 작품 속에 자신이 녹아들었다고 말하듯 그의 소설은 우리가 겪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수반되는 여러 감정들이 담겨 있어 묘한 공감대를 형성한다. 꼭 내 이야기 같고, 아닌 것 같은 미묘한 감정을 풀어내 지나간 사랑을 절로 되짚는 것은 덤이다.
이어 자신의 작품을 통해 응어리진 감정을 토해낸다는 그의 눈빛에서 진지함이 보였다. 여느 작가들처럼 분신과 같은 작품에 감정을 녹여낸다고 말하는 것에서 구혜선이 가진 예술에 관한 애틋함이 드러났다.
"그림이든, 책이든, 영화든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풀어내고 나면 감정적인 해소를 얻어요. 원하는 것을 구체화하면서 그 감정을 애도하고 보내주는 것까지 이어지는 거죠, 그래서 작품을 만드는 것은 고통스럽기도 해요."
도서 '눈물은 하트 모양'이 과거 연인의 연애담을 풀어놓는만큼 현재 배우자인 안재현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보통 과거 연인에 관련해 현재 연인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마련이다. 나 이전에 어떤 상대를 만났고 그 상대와 무슨 감정을 나눴는지 알고 싶지 않아하는 경우도 많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 같은 이야기들을 구혜선은 허심탄회하게 풀었다. 배우자의 과거 연애담을 마주한 안재현은 어떤 답을 내놨을까.
"안재현씨도 이 책에 내 연애담이 담겼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간 평소 이전 연애에 관련한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니 제가 과거 사랑에 적극적으로 임했듯 안재현씨도 그랬던 적이 있다고 설명했어요."
성숙하면서도 유쾌한 답변에 이어 구혜선은 안재현과의 만남, 그리고 이별에 대한 생각을 차례로 털어놨다. "더 이상 이별이 싫어 결혼을 하게 됐다"고 말하는 그의 답변은 단호하기도 하고 현실적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끝이 예정된 사랑은 누구나 두렵고 불안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번에 이별하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안재현씨와 처음 만날 때 결혼을 목표로 두지 않은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했죠. 안재현씨도 그걸 이해했고 부모님에게 처음으로 안재현씨를 보여줬어요. 부모님이 보신 첫 남자친구였는데 그 자리에서 안재현씨가 결혼에 관련해 엄마를 설득했어요."
다소 이른 나이에 가정을 꾸리게 된 안재현에 대해 걱정과 미안함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가 결혼을 확실히 결심하게 된 것은 자신과 다른 면, 그리고 순수한 면이 크게 다가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구혜선의 신작 소설을 생각나게 하는 부분이다. 서로 다른 면을 가지고 있지만 결국 끌려드는 것이 유사성을 가졌기 때문. 이어 구혜선은 한참동안이나 안재현과 관련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겉으로는 평온하고 덤덤한 신혼생활을 즐기는 것처럼 말했지만 그의 눈빛에서 안재현을 향한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구혜선이 가장 진지하게 골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다름 아닌 연기였다. 구혜선을 세상에 알린 배우라는 직업은 앞으로도 그가 분투해야 할 녹록치 않은 일 중에 하나다.
"저는 영화 감독이나 화가, 작가를 할 때 보다 배우로 나설 때 가장 예민해져요. 연기는 자신이 아닌 누군가가 돼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그런데도 연기를 안 한지 좀 되다보니까 하고 싶은 마음이 많이 들어요. 연기를 하면 우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그 장면은 저의 응어리진 감정을 해소해줘요. 20대때는 연기를 하면서 버텨온 것 같아요."
밝고 씩씩한 캔디형 인물을 무리없이 소화하는 구혜선은 다른 유형의 인물들도 도전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평소 해왔던 편한 인물에 안주하지 않고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는 뜻.
"저한테 어울리는 역할이 있고, 잘 하지 못하는 역할이 있어요. 특히 전문직 같은 걸 할 때는 늘 논란이 있었어요. 그런 부분 때문에 작품 선택을 망설이는 상황도 발생하기도 했죠. 그래도 장르물이나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구혜선은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논란이 있더라도 그것을 딛고 또 새로운 모습으로 변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역할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 '팔색조' 같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자기표현을 멈추지 않고 새로운 방식으로 풀어내는 그의 모습은 어쩌면 스스로를 제약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줄지도 모른다. 하고 싶은 것은 해내고 마는 구혜선이 다음에는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올지 묘한 기대감이 든다.
[티브이데일리 권세희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HB엔터테인먼트]
구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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