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혜선이 그려낸 '사랑' 앞에 서툰 우리의 이야기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19. 7. 1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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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 출간한 배우 겸 작가 구혜선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 펴낸 배우 겸 작가 구혜선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감독, 일러스트레이터, 작곡가, 화가 등 예술 영역에서 두루 자신의 재능을 펼쳐 온 배우 구혜선. 구혜선이 일러스트 픽션 '탱고'와 '복숭아 나무' 이후 경장편의 로맨틱코미디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을 통해 작가로 돌아왔다. 원제는 '소주의 상식'이라는 사랑에 대한 우리들의 성장통을 닮은 독특한 소설로 말이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독립서점에서 만난 배우 구혜선은 "'눈물은 하트 모양'은 원래 '엽기적인 그녀'처럼 특이하고 상처 많은 여자와 그녀를 점점 사랑하게 되는 남자의 감정을 담은 시나리오였다"라며 "오랫동안 묻혀 있다가 다시 꺼내 봤는데, 이제는 내게서 나올 수 없는 풋풋한 글이었다. 그래서 소설로 가져오게 됐다"라고 소설이 독자를 만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배우 겸 작가 구혜선의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

◇ 사랑과 이별 앞에 늘 서툰 우리들의 이야기

'눈물은 하트 모양'은 좀처럼 예상하기 힘든 성격의 여자 '소주'와 거부할 수 없는 그녀의 매력에 끌려들어 가버리는 보통의 남자 '상식'의 사랑을 다룬 로맨틱코미디 장르의 소설이다. 소설 곳곳에는 유머러스한 대화와 여자 주인공 '소주'처럼 독특하면서도 때로는 내면의 허를 찌르는 문장이 담겨 있다.

'눈물은 하트 모양'의 원작은 남녀 주인공의 이름을 딴 '소주의 상식'이라는 시나리오다. 영화 '요술'(2010) 이후인 지난 2011년 즈음, 구혜선이 연애할 때 했던 말들, 당시의 경험 등을 녹여내 시나리오를 집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먼 거리를 자전거를 달려서 찾아가던, 보고 싶은 마음에 약속장소에 일찍 도착한 나머지 하염없이 계단에 앉아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던 젊은 시절의 경험과 감정이 소설 속 등장인물들에 투영돼 있다.

구혜선은 "밤새서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러 간 다음날 몸살이 나서 병원에 앓아누운 적도 있다. 그게 뭐라고"라며 웃다가도 "20대 때는 그렇게 연애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지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고, 20대 때와는 다른 결의 에너지를 갖고 살게 되기에 20대 때 할 수 있는 20대 만의 사랑을 해보라는 것이다.

'눈물은 하트 모양'은 사랑과 이별에 서툰 우리들의 일반적인 모습, 그러면서도 사랑과 이별이라는 감정 앞에 늘 서툴고 어려운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소주'라는 여자 주인공은 매사 종잡을 수 없는 언행과 미스테리한 행동은 보인다. 남자 주인공 '상식'을 처음 만난 날 '소주'는 그에게 "나는… 너를 좋아하기 시작했어"라며 프러포즈를 한다. 이후에도 소주는 상식이의 집 앞에 불쑥 나타나는 등 계속해서 기행을 일삼으며 상식에게 짜증과 연민을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이 기묘한 만남들 속에서 상식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소주에게 빠져들어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상식은 소주의 변덕스러움과 그가 내뱉는 알 수 없는 말들 뒤에 감춰진 비밀을 알게 된다.

구혜선은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 소주에 대해 "미스테리했으면 했다"라며 "소주의 미스테리를 상식이가 궁금해서 찾아들어가서 왜 이름이 '소주'가 됐고, 왜 이렇게 전화기도 안 들고 다니고, 옷도 안 갈아입고, 왜 이런 상태까지 되었는지 알아냈으면 했다"라고 설명했다.

소설 속 소주는 사실 이별이 두려워 늘 이별을 준비하며 자꾸만 도망친다. 이러한 소주의 감정과 행동은 극단적인 언어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별이 무서워 세상과 자신의 삶으로부터도 도망가려 하는 게 소주라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소주'라는 인물의 사랑법은 거의 생존을 위한 방식과도 같다. 구혜선은 우리가 '이별'이라는 상황에 대해 갖는 공포, 두려움, 슬픔 등의 감정을 소주라는 인물을 통해 극대화해서 보여준다.

구혜선은 "상처 받지 않으려고 방어적으로 행동하는 건 마치 본능처럼 누구에게나 있는 것 같다. 소주는 이러한 점은 비현실적으로 극대화시킨 캐릭터다"라며 "병적이랄까, 약간 강박적인 면이 있다. 소주는 최악의 상황일 때를 항상 마음에 그리며 사람을 대한다. 그러다보니 사랑을 받고자 하면서도 정작 사랑이라는 감정을 받으면 그게 무서워서 죽는다며 도망간다. 병적인 상처에 대한 병적인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혜선은 "이런 상식 밖의 행동에 오히려 '상식'이라는 인물은 신경이 쓰이고 굉장한 연민을 느낀다"라며 "그리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소주에게는 이상한 따뜻함과 다정함이 있다. 그런 따뜻함을 그리워했기에 상식이도 소주를 사랑하게 된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상식이가 소주를 사랑하게 되는 과정은 마치 상식이라는 인물의 성장담과도 같다. 제대로 사랑 한 번 해본 적 없고, 그래서 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하는 남자 상식은 소주의 마음을 느껴가며 비로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구혜선은 "상식이는 의리는 있는데 겁이 많고, 되게 잘 아는 것 같지만 허세가 있는 친구다. 뭔가 예쁜 것만 좋아하고, 조금 철없는 인물"이라며 "그러나 한 사람을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누군가를, 무언가를 진실되게 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다"라고 말했다.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 펴낸 배우 겸 작가 구혜선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 '사랑과 이별', 구혜선을 창작으로 이끄는 원천

이처럼 소설은 로맨틱코미디를 표방하는 만큼 '사랑'이라는 주제가 전면에 등장한다. 이성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독특하고 이해 불가한 '사랑'이라는 감정을 따라가며 동시에 '이별'과 '상처'라는 주제를 건드린다. 소설처럼 작가 구혜선이 하는 창작 활동의 원천은 '사랑'과 사랑에서 파생되는 '이별'이다.

구혜선은 "제가 사랑하는 동물, 사랑하는 부모님, 사랑하는 가족, 사랑하는 친구. 다 '사랑'에서 오는 거 같다. 또 그런 사랑하는 모든 것들과 이별했을 때의 고통에서 창작의 소재를 많이 얻게 된다"라며 "특히나 생각지도 않은 어떤 지인이 세상을 떠나게 될 때, 죽음이라는 것 앞에서 인간이 겸허해진다. 그럴 때 많은 것을 깨닫게 되는 거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글을 쓰면서 애도의 시간을 갖는 거 같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고 글을 쓴다면, 이별했던 감정을 다시 돌이키고 써야 해서 아프지만, 글을 쓰면서 그 사람을 잘 보내주게 되는 것 같다"라며 "끝내고 나면 싹 비워져서, 보냈다, 드디어 보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작가 구혜선, 영화감독 구혜선, 화가 구혜선 등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구혜선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업을 해왔다. 그러나 이처럼 많은 수식어 중에서도 구혜선이 첫 번째로 여기는 것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배우'라는 수식어다.

구혜선은 "배우로 알려졌기 때문에 이런 일들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알려지지 않아도 다양한 활동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내가 알려졌기에 대중이 관심을 가져준 건 사실"이라며 "배우는 내게 많은 것을 준 일이다. 글을 쓰게 해주고, 대중을 만나게 해줬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올해 구혜선은 다른 것보다 연기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는 "연기에 너무 소홀했던 거 같다. 올해는 연기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2019년 목표에 '술을 끊고, 살을 빼고, 연기를 해야 함'이라고 적어 놨다. 그리고 '아무것도 손대지 말 것'이라고 써 놨다"라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구혜선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이 녹아든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에 대해 "진지하지 않은 소설이었으면 좋겠다. 자투리 시간에 심심할 때, 그 심심함을 털어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편하게 보셨으면 한다"라며 "내 어릴 적 미친 연애와 함께 즐겁고, 행복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소설 '눈물은 하트 모양' 펴낸 배우 겸 작가 구혜선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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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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