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은 '한류스타'.. 인삼과 황기, 당귀도 알고 먹자

이진경 입력 2019. 7. 1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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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복(初伏)이다.

'삼계탕'은 삼 외에도 황기, 대추, 당귀 등 다양한 한약재를 사용한다.

삼계탕에 들어있는 인삼은 한여름 더위에 지친 오장에 양기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삼계탕에는 독특한 향기를 가진 당귀(當歸)도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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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이는 한약이야기] ④황기와 당귀
초복(初伏)이다. 어느새 일기예보는 ‘오늘 낮 기온이 예년대비 최고로 올라갔다’며 요란스럽다. 거의 매일 더위 기록이 경신되는 요즘, ‘외출할 때 더위 주의하세요’라는 기상캐스터의 이야기는 더 이상 새롭지 않다.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복날’은 왜 복날이며,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
 
‘복날’은 한자로 ‘엎드릴 복(伏)’자를 사용한다. ‘개가 사람 앞에 엎드려 있는 모습’의 문자다. ‘서늘한 기운이 더운 여름에 굴복한 날’이라는 의미에서 엎드릴 복 자를 쓴다. 음력 6월부터 7월까지 세 번에 걸쳐 있는 복날(삼복)의 기원은 중국 진나라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진덕공이 삼복에 제사를 드리면서 보양식을 먹고 기운을 내었던 것에서 유래한다. 신기하게도 우리뿐 아니라 서양에서도 지치는 여름날을 ‘dog days’로 부른다고 한다.
 
복날 가장 사랑받는 음식은 단연 ‘삼계탕’이다. 중국의 유명 영화감독 장이머우(張藝謀)는 삼계탕을 ‘진셍 치킨 수프’라 하며, 우리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먹는다. 미국, 유럽 등의 외국 관광객들도 전주비빔밥과 함께 삼계탕을 가장 맛있게 먹은 한국 음식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비빔밥 등 다른 음식이 오랜 전통을 가진 반면 삼계탕은 역사가 길지 않다. 1950년 전후 시작됐는데, 당시엔 어린 닭 뱃속에 인삼 등을 넣어 푹 끓였다고 해서 ‘계삼탕’으로 불렸다.
길지 않은 역사에도 삼계탕이 외국인에 인기 있는 ‘한류스타’ 음식으로 유명해진 비결에는 닭과 함께 들어가는 ‘삼(蔘)’의 공로를 빼놓을 수 없을 듯하다. ‘삼계탕’은 삼 외에도 황기, 대추, 당귀 등 다양한 한약재를 사용한다.
 
중국 명나라 약물학자 이시진은 그의 책 ‘본초강목’에서 ‘인삼은 오장을 보충하고 놀라고 두근거리는 것을 멎게 하며 가슴 속을 시원하게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삼계탕에 들어있는 인삼은 한여름 더위에 지친 오장에 양기를 보충해 주는 역할을 한다.
 
인삼만큼 잘 알려진 황기는 콩과에 속하는 식물로 기가 허해져 식은땀을 많이 흘리거나 식욕이 없는 사람에게 도움이 된다. 또한 황기는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에게도 사용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대추는 그 쓰임이 다양하다. 조선시대 명의 허준이 쓴 ‘동의보감’에 따르면 대추는 ‘위장을 튼튼하게 하는 힘이 있어서 즐겨먹는 것이 좋으며, 오래 먹으면 늙지 않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대추는 공연히 울렁거리고 불안해지는 증상에도 도움을 준다고 한다. 다양한 역할에 작은 열매 이름에 ‘대’를 붙여 준 것은 아닐까.
 
삼계탕에는 독특한 향기를 가진 당귀(當歸)도 들어간다. 잎은 쌈 채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당귀는 따뜻한 기운을 가진 약재로, 기를 통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어 ‘당귀보혈탕’ 등 다양한 처방에 사용된다. 또한 지친 기력을 회복시키는 데도 도움을 주어 중국에서는 전쟁터에 나가는 남편에게 챙겨 주었다 한다. 그 이름도 ‘마땅히 돌아오기를 바란다’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렇듯 삼계탕 하나에 들어간 다양한 재료들은 기운이나 식욕을 회복하고 위장을 튼튼히 하는 등 저마다 조화로운 역할을 하고 있다. 그저 무심히 먹던 삼계탕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다.
 
더운 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오늘 저녁 소중한 사람들과 삼계탕을 먹으며 다양한 재료들을 소개해 보면 어떨까. 삼계탕이 더 맛있어지지 않을까. 아는 만큼 세상은 조금 더 맛있고 조금 더 재미있어진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도움: 식품의약품안전처 생약연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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