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구가 보여준 '천생배우'의 정의 [인터뷰]

김샛별 기자 2019. 7. 11.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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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구 / 사진=프레인TPC 제공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화면 안에서의 엄태구와 밖에서의 엄태구를 보고 있자니 '배우가 천직'이라는 생각이 절로 났다. 수줍고 낯을 가리는 자신의 성격을 뒤로하고 극 중 역할에 흠뻑 빠져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현해 낸 엄태구는 '천생배우' 그 자체였다.

2007년 영화 '기담'으로 데뷔한 엄태구는 영화 '안시성'(2018), '어른도감'(2018), '택시운전사'(2017), '밀정'(2016), '베테랑'(2015), '차이나타운'(2015), '인간중독'(2014), '은밀하게 위대하게'(2013), '악마를 보았다'(2010)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필모그래피를 채워왔다.

이렇듯 주로 영화를 통해 모습을 내비치던 엄태구가 약 4년 만에 OCN 드라마 '구해줘2'(극본 서주연·연출 이권)를 통해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극 중 엄태구는 사이비에 빠진 고향 월추리 마을 사람들을 구해내기 위해 헛된 믿음에 도전하는 '미친 꼴통' 김민철 역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그는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설렜다"며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당시를 돌이켰다.

'구해줘2'는 엄태구의 복귀작인 동시에 첫 드라마 주연작이기도 했다. 때문에 설레는 마음 이면에는 주연 타이틀이 주는 부담감도 분명 존재했을 터다. 엄태구 역시 촬영장 가기 전까지 부담감에 휩싸였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촬영장에 도착하면서 그동안 갖고 있던 부담감을 바로 내려놨다고. 충청남도 홍성의 한적한 마을에서만 진행됐던 촬영 현장이 엄태구로 하여금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 엄태구는 "내게 주어진 역할에만 집중한다면 작품에 보탬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평소 하던 대로 내가 맡은 부분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상대 배우가 천호진이라는 점도 촬영 전 엄태구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인터뷰 내내 수줍었던 엄태구는 천호진의 이야기가 나오자 다소 상기된 목소리를 들려줬다. 두 사람은 과거 '악마를 보았다'에서 호흡을 맞췄던 바 있다. 약 9년 만의 재회에 엄태구는 "캐스팅 소식을 접했을 때보다 더 떨렸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적으로 봤을 때도 엄청난 선배님이지 않나. 또 '악마를 보았다' 때는 선배님 뒤를 쫓아다니는 작은 역할이었는데, 이제는 상대 역이라고 하니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처음에 작가님들과 PD님이 제게 가장 걱정이 되는 게 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그때도 제가 선배님이랑 주고받는 연기를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고 말했던 게 떠올라요. 그래서인지 선배님과 첫 촬영에서 같이 연기할 때의 떨림과 긴장감이 여전히 기억에 남아 있어요."(웃음)

엄태구 / 사진=프레인TPC 제공


'구해줘2'가 끝난 현재, 엄태구는 드라마가 주는 매력에 푹 빠져있는 상태였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드라마에는 단역이나 작은 조연으로 출연했던 엄태구였다. 때문에 긴 호흡으로 드라마 촬영을 마친 것이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에 엄태구는 "방송 중인 작품을 보면서 촬영을 한다는 게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무래도 방송을 보면서 하다 보니 다른 배우들이 제가 없는 곳에서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게 월추리 마을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눈으로 직접 보다 보니까 좀 더 작품 안에 들어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설레고 좋았던 기억이 가득했던 만큼 여운도 짙었다. 엄태구는 "종영 후에 꿈을 꿨는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아직도 찍을 게 남았다고 하더라. 깨고 나니 내가 그만큼 여운을 느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며 "월추리 마을이 어딘가에 있을 것 같다. 감독님과 작가님을 비롯한 모든 스태프들, 그리고 배우분들이 여전히 보고 싶으면서 또 봐야 할 것 같고 그립다. 여러모로 이번 작품은 여운이 가장 크게 남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여전히 '구해줘2'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엄태구였다.

아직 '구해줘2' 안에 있는 것만 같은 엄태구와 달리 '구해줘2'의 밖은 많이 변해있었다. 일례로 이번 작품을 통해 엄태구는 조금 더 대중적인 배우가 됐다. 엄태구 본인 역시 이를 느낄 때가 종종 있다고. 그는 "카페를 가면 예전과 달리 많이 알아봐 주시고, 먼저 '구해줘'라고 말씀해주신다. 그럴 때마다 인지도가 좀 높아진 걸 느낀다. 집에 가서도 부모님이 긍정적인 주변 반응을 상세하게 이야기해주신 뒤, 사인을 부탁하시더라"라며 "제게 주신 관심들을 감사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엄태구에게 '구해줘2'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신중한 고민 끝에 '도전'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4개월이라는 긴 호흡으로 촬영하는 것도 처음이고, 그 호흡 동안 많이 나오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런 것들이 가장 큰 도전이었다"면서 "사실 매 작품 도전이라는 말이 붙는 것 같다. 매번 새로운 작품, 새로운 내용, 새로운 캐릭터다 보니 새로운 도전이다. 하지만 이번 '구해줘2'는 제게 있어 좀 더 크고 거대한 도전이었다"고 했다.

그동안 약 46편의 영화, 8편의 드라마를 찍는 동안 분량에 상관없이 주연과 조연, 단역을 계속해서 오갔던 엄태구다. 드라마의 첫 주연을 맡고 난 지금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엄태구의 작품 선택 기준에는 변함이 없다. 분량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캐릭터에 집중하는 것. 엄태구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다. "이번에 주인공을 했다고 다음에도 주연작을 계속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어요. 꼭 주인공이어야 한다는 생각도 마찬가지예요. 마음에 드는 캐릭터가 있다면 전 언제든지 도전할 겁니다."

[스포츠투데이 김샛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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