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방에 빔프로젝트까지'..궁궐이 확 달라졌어요

이기환 선임기자 2019. 7. 10.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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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복원을 사실상 끝낸 경복궁 흥복전. 단청공사만 마무리되지 않았을 뿐 공사를 끝내고 외부관람이 허용됐다. 흥복전은 지금 백골집(단청을 하지 않은 상태)의 형태이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고종의 외국 사신 접견 장소 경복궁 ‘흥복전’ 복원 마무리 ‘활용기반시설 구축’ 첫 전각 “궁·능, 전시·공연 개방할 것”

“참신해 보이기도 하고… 생경해 보이기도 하고….” 10일 오전 3년3개월의 공사(2015~2018) 끝에 사실상 복원을 마무리지은 경복궁 흥복전 안에서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가 개최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올 1월 기존의 궁·능 유적 관련 부서들을 통합해 출범한 궁능유적본부가 흥복전 복원공사와 4대궁 40개릉의 중장기 발전방안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분명히 옛 궁궐, 그것도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의 전각을 복원한 것인데 여느 복원 건물과는 사뭇 달랐다. 전기시설을 갖춘 흥복전 내부는 환한 LED 조명이 비추고 있었다. 냉방기구도 가동됐다. 궁능유적본부 관계자는 빔프로젝트를 쏘아가며 PPT로 만든 간담회 자료를 설명했다. 흥복전 안에 들어선 현대식 화장실을 다녀온 기자들 중 일부는 ‘좀 적응이 안된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이왕 궁궐을 활용하겠다고 나섰으니 어쩔 수 없는 시설 아니겠느냐”고도 했다.

10일 경복궁 흥복전 안에서 열린 문화재청 기자간담회. 우철훈 선임기자

이렇게 공개된 흥복전은 궁·능 복원 사상 처음으로 활용기반시설을 구축한 최초의 전각이 됐다. 전각 건물은 아직 ‘백골집’(단청을 하지 않은 상태) 형태를 띠고 있다.

이정연 복원정비과장은 “건축문화재 전반의 복원을 위한 전통안료를 개발해놓았지만 아직 개발에 따른 품셈(건축 부분공사에서 단위당 자원 투입량) 등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일반 공개에는 걸림돌이 없다. 정재숙 문화재청장은 “흥복전의 외부 관람은 지금부터 허용되지만 내부 관람과 활용은 내년 초부터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경복궁 전각에 전기시설을 구비한다는 것은 그만큼 화재 위험에 쉽게 노출된다는 의미이다. 문화유산 활용 차원에서 갖춘 기반시설이라면 그에 합당한 철저한 관리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흥복전은 1867년(고종 4년) 경복궁 중건 당시 세운 다용도 전각이다. 특히 1885~1888년 사이 고종의 집무실로도 쓰여 외국 사신을 접견하는 장소로 활용된 곳으로 유명하다. 1917년 창덕궁 화재에 따른 복구공사를 위해 목재를 구한다는 이유로 철거되고 일본식 정원으로 둔갑하는 등 시련을 겪기도 했다.

궁능유적본부는 이날 ‘연간 1500만명이 찾는 궁·능’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안(2019~2023년)을 발표하면서 “특히 궁·능을 문화예술공연팀 등의 전시·공연 장소로 개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명하 궁능유적본부장은 “각종 국빈행사를 개최하고 영화·드라마·K팝 뮤직비디오 같은 한류 콘텐츠 제작 등의 장소 마케팅을 활성화해 궁·능의 국내외 홍보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궁궐별 특색을 살려 1395년(태조 4년) 완공된 개국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은 ‘임금이 거처하는 법궁’으로, 자연과 어울린 건축물과 후원으로 유명한 창덕궁은 ‘자연’으로 각각 특화할 방침이다.

이기환 선임기자 lk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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