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미녀, 맥주=미남' 공식 파괴..'당찬 여성'이 뜬다

최기성 2019. 7. 9.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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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하이트진로, 롯데주류, 매경DB]
미녀 스타들이 거치는 광고 3종 세트가 있다. 화장품, 의류(청바지)와 소주다.

'소주=미녀'가 공식이 된 시기는 2000년대 이후다. 그전에는 남성 모델이나 자연을 배경으로 만든 이미지 광고가 대세였다. 음지에서는 '헐벗은 미녀'가 광고 모델로 맹활약했다. 공중파 TV에 나올 수는 없었지만 음식점이나 술집의 벽면에 붙여진 달력이나 화보에서 성적인 매력을 발산했다.

주류 광고 모델이 바뀐 이유가 있다. 2000년대 이전에는 주류 선택의 결정권자를 남성으로 판단했다. 남성들의 시선을 잡아끌고 해당 여성과 함께 있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도록 유도하는 게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서다.

주류광고 모델은 1980년대 헐벗은 미녀에서, 2000년대 들어 청순한 미녀로 전환됐다. '산소 같은 여자' 이영애가 시작이다. 1998년 10월 알코올 도수를 기존 25도 제품들보다 2도 낮춰 출시된 참이슬은 '소주는 독하다'는 이미지에서 벗어나고 순수함과 부드러움을 강조하기 위해 1999년에 이영애를 모델로 발탁했다. '저도주'로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공략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영애를 앞세운 참이슬 광고 전략은 판매량 증가로 이어졌다. 이후 김태희, 하지원, 박주미, 성유리 등 청순한 이미지의 미녀들이 소주 모델의 주류를 형성했다.

'청순 미녀'가 주도하던 주류광고는 2007년 '섹시퀸' 이효리의 등장과 함께 '섹시·발랄' 미녀들의 차지가 됐다. 이효리는 소주 '처음처럼' 모델로 나와 섹시하면서 코믹한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효리주'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현재는 섹시·발랄·청순 미녀 모델들이 소주 광고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파격적인 시도도 나오고 있다. 참이슬과 처음처럼보다는 인지도나 영향력이 부족한 소주 제품들은 남성 모델로 소비자들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부산지역 주류회사인 대선주조는 지난 2017년 가수 김건모를 모델로 내세웠다. 광주·전남 향토 주류회사인 보해양조도 사외이사인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현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모델로 삼았다. 경남 향토 주류회사인 무학도 외식사업가 백종원 씨를 모델로 기용했다.

그러나 현재도 소주 모델 대세는 미녀다. 처음처럼은 수지, 참이슬은 아이린이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사진출처=무학, 대선주조, 스텔라 아르투아]
소주 광고 시장과 달리 맥주 광고 시장에서는 미남이 주인공 역할을 차지했다. '소주=미녀'에 맞서 '맥주=미남'이 공식처럼 여겨졌다.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1위인 카스는 김수현, 이민호, 조인성 등 30여명에 달하는 남성 모델이 투입됐다. 물론 하지원, 씨엘 등 여성도 있었다. 단 그 숫자는 6명에 그쳤고 남성 모델을 보조하는 역할을 주로 맡았다.

하이트진로도 맥주 모델로 추성훈, 송중기, 현빈, 하정우 등 남성 모델을 선호했다. 여성 모델로 고소영, 전지현, 김연아 등을 내세웠지만 남성 모델보다는 적게 기용했다.

소주에 미녀, 맥주에 미남을 각각 등장시키는 이유는 소비 특성 때문이다. 맥주보다 독한 술인 소주는 남성이 여성보다 즐겨 마시고, 맥주는 남성 못지않게 여성도 많이 마신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소주회사는 주 소비층인 남성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해 여성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또 20~30대 남성 소비자에게 미녀 모델의 호소력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도 한몫했다.

맥주의 경우 여성을 공략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여겨 남성 모델을 쓰는 사례가 많았다. 여기에 짧은 시간 안에 맥주의 청량감을 전달하기에는 쾌활한 이미지를 지닌 남성 모델이 낫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현재도 '소주=미녀, 맥주=미남' 공식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처음처럼은 수지, 참이슬은 아이린, 하이트 테라는 공유다.

하지만 요즘에는 단순히 미남미녀를 모델로 발탁하기 보다는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주류회사들이 늘고 있다.

또 술을 '당당'하게 즐기려는 여성들이 증가하면서 섹시하고 청순한 여성 모델 대신 당당함을 지닌 여성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편의점 브랜드인 GS25가 지난해 3월부터 올 2월까지 1년 동안 주류 매출을 분석한 결과, 20~30대가 구입한 주류 중 매출의 55%는 여성 소비자에게서 발생했다.

소주보다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은 맥주 매출은 20·30대가 58.8%, 40대 이상이 41.2%를 차지했다. 반면 소주는 40대 이상이 50.6%에 달했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배우 김혜수와 김태리를 클라우드 맥주 '투톱 모델'로 뽑았다. 두 배우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독보적인 연기와 카리스마를 보여주며 자신만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게 클라우드 제품 속성과 부합된다는 이유에서다.

[사진출처=스텔라 아르투아]
벨기에 프리미엄 맥주인 스텔라 아르투아도 당당한 매력을 갖춘 여성들을 '쓰리톱' 모델로 기용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자신의 일에 열정적인 한국 여성들을 응원하는 '비컴 언 아이콘(Become an Icon)'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드라마 스카이캐슬로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 김서형을 포함해 가수 김윤아와 개그우먼 송은이를 모델로 발탁했다.

스텔라 아르투아는 이들이 꿈을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아가는 여성상에 잘 부합해 캠페인 주인공으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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