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파국위기] 금융보복 가능성에 분주해진 시중은행

박유진 기자 2019. 7. 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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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박유진 기자]일본 금융보복 시 국내 은행 대출 확대 기회
금융권·경제전문가 "시장 영향 미미할 것"

ⓒ픽사베이

국내 금융권이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 여파가 금융에까지 영향을 끼칠 경우 일본계 은행의 대출 자금 회수 등이 이어질 수 있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일본계 은행이 빠져나간 자금을 국내 은행이 차지할 수 있어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주요 일본계 은행의 국내 총 여신액은 18조2994억원으로 집계된다. 전체 외국계 은행 총 여신액의 약 24%에 달하는 비중이다. 은행별로는 미즈호은행이 8조2383억원, 미쓰비시파이낸셜은행 5조7551억원, 미쓰이스미토모은행 4조2172억원, 야마구찌은행 888억원에 육박한다.

일본계 은행의 경우 국내 은행에 비해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줘 상당수 기업이 거래를 트고 있다. 예컨대 한국계 은행이 연 3.10~3.19%에 자금을 빌려준다 치면 일본계 은행은 2.14~2.99%의 낮은 금리로 대출을 실행해 대기업과 일본계 수출입기업 등이 이를 이용 중이다. 일본계 은행 중 국내 여신액이 가장 많은 미즈호은행의 경우 주 거래처는 롯데그룹 계열사와 현대, 삼성 등이다. 최소 수천억원 씩 단기차입금 형태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으며 자동차와 상사 부문, 중공업 등 다양한 수출입기업 대출채권을 보유 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계 은행의 경우 국제신용평가 등급이 높고 자체 금리도 마이너스 수준"이라며 "한국계 은행에 비해 자금 조달력이나 금리 측면에서 훨씬 앞선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의 경제 보복 여파가 금융권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은 지난 4일부터 한국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에 대한 수출 규제를 내렸다. 지난해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 풀이되는데 이 과정에서 한국 여신을 보복 수단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 산업에까지 그 여파가 미칠 시 일본계 은행에서 대출을 받은 국내 기업은 만기 연장 거절 등의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금융당국 또한 이 같은 상황에 국내 은행과 기업의 유동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당장 기업의 채무 부담까지 이어지기란 어려울 것으로 판단 중이다.

경제 전문가들 또한 현 경제 상황을 진단할 때 국내 기업들이 채무로 어려움을 겪기란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기 부진에 따라 투자와 수출이 위축된 현 상황에서 대규모로 차입금을 조달하는 사례도 드물다는 입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금융전문가는 "일본계 은행 대출 자금 중 상당수는 마이너스통장처럼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자금을 쓰는 이른바 크레디트 라인 형태라 실제론 그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게다가 일본 정부의 제재 목적은 안전보장을 위한 수출관리이기 때문에 금융권에까지 자금 회수를 지시할만한 명분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금융 보복 여파로 오히려 국내 은행에 기업 자금 수요가 몰릴 것으로 기대 중이다. 최근 정부는 가계부채 관리 차원에서 은행권에 생산적 금융 확대를 요청 중이다. 은행의 자금이 혁신 기업 등에 흘러가고자 기업대출을 늘릴 것을 강조해 오히려 기회라는 반응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전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개별 건으론 불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 큰 우려는 안 해도 된다"며 "(일본계 자금)규모 자체가 크지 않고 중요한 것은 얼마든지 대체 조달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5일에도 "최악의 경우 채무상환연장을 안해주거나 신규대출을 하지 않는 것인데 그럴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며 "우리 금융사의 신규차입은 물론이고 기존 차입에 대한 만기연장이 어려웠던 과거(2008년)와 비교할 때 우리 경제는 안정화 돼 있고 금융기관 신인도도 매우 높아 (일본이)돈을 안 빌려준다 해도 얼마든지 다른데서 빌릴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엔화로 자금을 조달하는 수출입기업의 경우 금융 비용 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본과 수출입거래를 많이 하는 기업의 경우 대금을 엔화로 결제하는데 자금줄이 막히면 자연스레 금융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우회 루트로 미국계 은행에서 엔화 결제를 신청하게 됐을 때 원화를 달러로 바꾸고 달러를 다시 엔화로 바꾸는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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