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LG 고우석은 어떻게 '잠실 오승환'이 되었나?

조회수 2019. 7. 5. 15:00 수정
음성재생 설정

이동통신망에서 음성 재생시
별도의 데이터 요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KBO리그] 잠실구장에 다시 울리는 사이렌, LG 수호신으로 성장한 고우석

‘138클럽’. 

강속구가 장점이던 유망주 투수들이 LG 트윈스 입단 후 138km/h의 속구를 던지는 투수로 바뀐다는 의미로 LG팬들 사이에서 자조적으로 나온 표현이다.

실제로 140km 후반~150km 대 구속을 기록했던 임찬규, 임지섭  등이 그런 사례로 꼽힌다.

올시즌 마무리 투수로 압도적인 위력을 보이고 있는 LG 고우석(사진: osen)

그랬던 LG가 올 시즌을 앞두고 최일언 코치를 선임하며 투수진 재건을 선언했다. 그리고 현재 LG는 ‘일언매직’의 효과를 체감하며 투수진의 재건은 물론, ‘138클럽’이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 중심에는 애초 마무리 정찬헌의 부상을 틈타 LG 마운드의 새로운 수호신으로 자리매김한 우완 강속구 투수 고우석이 있다.

*고우석의 시즌별(2017~2019) 주요 기록(6/30 기준)

© 케이비리포트

2017년 1차 지명으로 LG에 입단한 고우석은 150km/h 안팎의 강속구를 뿌리며 불펜으로 활약했다. 지난해 LG의 필승조로 활약하던 김지용이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자, 그 역할을 이어받아 후반기 LG 불펜의 필승조이자 마당쇠로 활약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복이 심한 제구력과 혹사로 인한 체력한계를 보이며 기대에 걸맞은 성적은 남기지 못했다.

* 고우석의 시즌별(2017~2019) 세부 기록(6/30 기준)

© 케이비리포트

고우석은 허리부상으로 인해 이탈한 정찬헌의 대체 마무리로 4월 21일에야 시즌 첫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7월 5일 기준 15개의 세이브를 기록하며 리그 전체 4위다. ERA 1.71은 리그 불펜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며 불펜 WAR 2.03은 올 시즌 세이브 1위 하재훈(WAR 2.5)에 이은 2위다. 

한마디로, 현재 고우석은 리그 정상급 마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고우석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비약적인 구위의 향상이다. 올 시즌(25이닝 이상 기준) 피안타율 3위(0.188), 피장타율 9위(0.278)를 기록할 정도로 위력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고우석의 헛스윙%이다.

2019시즌 헛스윙% 순위(6/30 기준, 25이닝 이상)
1. 조상우(32.4%)
2. 서진용(32.3%)
3. 고우석(31.9%)
4. 구창모(31.0%) 
5. 고효준(30.1%)

KBO리그에서 구속-구위가 손꼽힌다는 평가를 받는  조상우와 서진용에 뒤이어 3번째로 높은 헛스윙%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헛스윙%가 20.9%(50이닝 이상 기준 85위)였다는 점 그리고 피안타율과 피장타율의 급격한 감소를 감안한다면 1년 만에 비약적인 구위 발전을 이룩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지난해에도 고우석은 분명히 150km 안팎을 오가는 빠른 포심(평균 147.9km, 리그 6위)을 구사하는, 리그에서 손꼽히는 파이어볼러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구속과 다르게 포심(구종가치 -11.4, 243위)의 위력은 그리 신통치 못했다.

* 고우석의 시즌별(2017~2019) 세부 기록(6/30 기준)

(출처: 케이비리포트/스탯티즈)

하지만 올 시즌 고우석의 포심은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존에도 빠른 구속을 자랑하던 고우석의 포심이 더 빨라졌는데, 올 시즌 고우석의 포심 평균 구속은 150.4km로 조상우(153km), 산체스(150.8km)에 이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빠른 공을 던지고 있다.

*고우석의 구종 가치 변화(2017~2019)(7/4 기준)

[2017] 포심(-1.3) 슬라이더(-1.6) 커브(0.0)
[2018] 포심(-11.4) 슬라이더(-1.3) 커브(1.2)
[2019] 포심(12.1, 4위) 슬라이더(1.9) 커브(-0.2)

지난해에 비해 구속만 빨라진 것이 아니다. 

고우석의 포심은 작년과 다르게 상대 타자들을 압도하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작년 -11에 육박하던 고우석의 포심 구종가치는 올 시즌 무려 12.1까지 상승, 리그 4위의 포심 구종가치를 보이고 있다. (6월말 기준)

또한 앞서 언급했던 올 시즌 뛰어난 헛스윙 유도에서 유추할 수 있었듯, 타자들은 고우석의 포심을 맞추는데 어려움을 보였다. 이는 70퍼센트 초반에 불과한 고우석의 올 시즌 포심 Contact%를 통해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 고우석의 포심구사율 히트맵(17시즌-18시즌-19시즌)

(왼쪽부터) 2017, 2018, 2019년도 고우석의 투수시점 포심 구사율 히트맵(6/30 기준) ©스탯티즈

이와 더불어 하이 패스트볼을 적극적으로 구사하기 시작하면서 향상된 포심의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투구패턴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올 시즌 고우석이 가장 자주 구사하고 있는 한가운데 높은 코스의 포심은 아직까지 단 1개의 피안타도 허용하지 않고 있다.

작년까지만 해도 고우석은 그저 공이 빠른 미완의 유망주에 불과했다. 그렇다면 어떠한 변화가 고우석을 리그에서 손꼽히는 불펜 투수로 변신시켰을까. 

답은 고우석의 바뀐 투구폼에서 찾을 수 있다. 고우석은 지난 비시즌, 새로 부임한 최일언 코치와 함께 투구폼을 조정한 바 있다.

*2018시즌 고우석의 투구 영상

지난 시즌까지 고우석의 투구폼은 비연속적으로 이뤄졌고, 연결 동작이 끊어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와인드업 자세에서 몸 전체가 꼿꼿하게 서 있으면서 디딤발의 전진 폭 또한 상당히 적었다.  기존 고우석은 하체 활용이 적은 투구를  했다. 

상체 위주의 투구폼과 더불어 착지 시에 완벽하게 펴진 왼쪽 디딤발은 하체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주요 원인이 된다. 그 결과 에너지 손실이 일어나 구속과 구위에서의 손해가 발생하고, 릴리스 포인트의 불안정화를 초래해 제구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럼에도 고우석이 150km/h 안팎의 구속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그의 타고난 재능을 보여준다. 그랬던 고우석은 새롭게 부임한 최일언 코치와 투구폼을 조정했다.

*2019시즌 고우석의 투구 영상

올 시즌 고우석의 투구폼을 보면 지난해와 확연히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선 공을 던지는 과정에서 정지 동작이 사라지면서 투구 밸런스를 깨는 요소를 완전히 제거했다. 그 결과 전체적인 투구 동작이 눈에 띄게 연속적이고 부드러워졌다.

지난해까지 고우석은 리프팅 단계에서 디딤발을 지면과 수직으로 들어올리는데 그쳤다. 하지만 올 시즌 고우석은 리프팅 단계에서 왼쪽 골반을 포수 쪽으로 향하면서 디딤발을 안쪽으로 장전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투구 단계에서 체중이 공을 던지는 방향, 즉 포수 쪽으로 전진하면서 생기는 전진력이 커졌다. 또한 올 시즌 고우석은 왼쪽 어깨가 닫힌 상태로 투구하며 과거보다 더 많은 회전력을 얻고 있다.

이처럼 고우석은 몸 전체를 활용한 효율적인 체중이동을 이루면서 디딤발의 착지까지 안정적인 투구폼을 구사하게 되었다. 디딤발 또한 체중 이동을 버틸 필요성이 생기면서 무릎이 90도보다 살짝 큰 정도의 둔각을 이루는 안정적인 자세가 되었고, 이는 릴리즈 포인트의 안정화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러면서 지난해까지는 굉장히 높았던 무게중심이 낮아졌고, 투구폼의 안정화가 이뤄지며 과거보다 딜리버리가 일정해지는 빈도수가 높아졌다. 

추후 이 딜리버리를 일정하게 유지, 반복할 수 있다면 고우석은 제구력도 일취월장한 성과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19시즌 9이닝당 볼넷 4.5개)

투구폼과 밸런스가 매끄럽지 못했던 고우석은 최일언 코치와 함께한 올 시즌 리그 최정상급 마무리로 변신했다. 정찬헌의 이탈로 인한 임시 보직이었지만, 이제는 정찬헌이 복귀하더라도 고우석의 보직이 다시 바뀔 가능성은 사라진 상태다.

봉중근의 뒤를 잇는 LG 마무리 고우석 ©LG트윈스

입단 2년 차였던 지난해, 고우석은 팀 선배 봉중근과 1군에서 함께 한 시간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봉중근의 은퇴식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른바 ‘엘린이’였던 고우석은 LG 트윈스의 마무리였던 봉중근의  활약을 보며 성장했고, 우승이라는 염원을 이루지 못했던 봉중근의 감정에 이입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지금,  22살의 젊은 투수는 자신의 우상 봉중근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사이렌 등장 음악을 물려받게 되었다. 

유망주의 껍질을 깨고 잠재력을 발현하기 시작한 고우석이 '잠실 오승환'이라는 별명처럼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자리매김하게 될 지 주목된다.

* 시즌 15세이브 달성 영상

[기록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KBO 기록실, STATIZ]


[원문: 이상평, 순재준 기자/ 감수 및 편집: 민상현 기자]

☞ 이 기사 응원! 비영리 야구기록실 후원하기 [kbr@kbreport.com]

기사제공: 야구이야기 케이비리포트(KBReport.com)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