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미 "등단 직후 술자리서 성희롱 겪어..미투 운동 후회 없다"

이기림 기자 2019. 6. 26.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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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최영미(58)가 6년 만에 새 시집을 들고 돌아왔다.

그러나 시인은 1993년 쓴 시 '등단 소감'을 시집에 실었다.

시인은 "등단 직후 술자리에 나가서 시로 표현한 것처럼 가만히 서 있으면 (누군가) 엉덩이를 만지고, 성희롱을 했다"면서 "이후 가벼운 성추행들이 익숙해졌지만 불편했고, 결국 자연스레 술자리에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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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 성폭력 문제 다룬 1993년 시 '등단 소감'도 시집에 실어
거듭된 출간 거절에 최 시인이 1인출판사 설립해 출간
최영미 시인.© 뉴스1 이기림 기자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시인 최영미(58)가 6년 만에 새 시집을 들고 돌아왔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시인은 2017년 9월 중순 "황해문화 2017년 가을호에 실을 젠더 관련 주제로 시를 써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그렇게 쓴 시가 '괴물'. 이 시는 고은 시인의 성추행을 고발했으며 문단 미투 운동의 발화점이 됐다. 이후 최 시인은 고 시인과의 송사에 휘말렸다.

지난 2월 1심에서 승소했지만 항소에 따른 재판을 다시 치르는 상황. 결국 등단 이후 평균적으로 5년에 1번 시집을 냈던 것보다 1년이 늦어졌다.

심지어 일부 출판사에 출간제의를 했지만 그마저도 거절당했다고. 결국 시인 본인이 직접 출판사(이미)를 차린 뒤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을 냈다.

시인은 2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한 카페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4월초 과거 쓴 시 제목인 '이미'라는 이름과 직접 만든 로고로 1인 출판사를 등록했다"며 "2개월 반 만에 책을 낸 거니까 숨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말했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이 시를 써내려간 시인. 그러나 제목과 시집에 들어갈 시를 정하는 건 쉽지 않았다. 일부 제목은 "재판 냄새가 너무 난다"며 제외시켰다. 이외에도 여러 안들이 있었지만 "골치 아픈 일이 생기면 안 된다고 해서 무난한 제목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직접적으로 관련 내용이 드러난 시들도 시집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시인은 1993년 쓴 시 '등단 소감'을 시집에 실었다. "내가 정말 여, 여류시인이 되었단 말인가 / 술만 들면 개가 되는 인간들 앞에서 / 밥이 되었다, 꽃이 되었다 / 고, 고급 거시기라도 되었단 말인가"('등단 소감' 중)

시인은 "등단 직후 술자리에 나가서 시로 표현한 것처럼 가만히 서 있으면 (누군가) 엉덩이를 만지고, 성희롱을 했다"면서 "이후 가벼운 성추행들이 익숙해졌지만 불편했고, 결국 자연스레 술자리에 발길을 끊었다"고 말했다.

이미 약 30년 정도 전부터 문단 성폭력 문제를 지적한 시인. 시 '괴물'을 발표하면서 각종 복잡한 일에 휘말렸지만, 시인은 "후회하지 않는다". 오히려 "시를 쓸 때 미안했다"고 했다. 앞서 2016년 한 고등학교 학생들이 문단 성폭력 문제를 고발했을 때 함께하지 못했다는, "너무 늦게 썼다"는 미안함 때문이었다.

시집에는 '괴물' 등 미투 관련 시 7편 정도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시들이 실렸다. 시인은 "의도적으로 어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한다"며 "재판, 어머니 간병, 연애 등 제 일상들을 위주로 시를 썼다"고 했다.

시인은 "일부에서는 제 시가 문학성이 떨어진다는 말을 하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이 저를 인정하고 안 하고는 중요하지 않다"며 "저는 저를 인정하고, 터무니없는 자신감일 수도 있지만 그게 저를 지금까지 이끈 것 같다"고 말했다.

◇ 다시 오지 않는 것들 / 최영미 지음 / 이미출판사 / 1만원.

◇ 시집 다시 오지 않는 것들 표지© 뉴스1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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