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모양빠지게" 아직은 받기 힘든 대프리카 '양산쓰기'
아직은 남성이 양산 쓴 모습 보기 어려워
대구는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로 불릴 만큼 무더운 곳이다. 이달 초에 대구·경북 대부분 지역에 폭염 특보가 내려졌을 정도다. 대프리카 올해 더위 비책은 양산 쓰기다. 사실상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양산 쓰기를 남녀노소로 확산시켜, 체감 온도를 낮추자는 목표에서다.
그달 24일 공무원 40여명은 동성로에서 "남자들도 써 보세요. 멋집니다"라며 더위와 싸울 무기로 양산 40여개를 손에 쥐여줬다. 대구지역 구·군청에도 1200여개의 양산을 더위와 싸울 '무기'로 보급했다.
이렇게 양산 쓰기 캠페인을 시작한 지 한달여.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23일 동성로에서 만난 한모(33) 씨는 "쑥스럽고, 비도 안 오는데 남자가 양산을 낮에 쓰고 다니면 모양이 좀 빠지지 않을까"라고 했고, 상인동에서 만난 손희석(35)씨는 "양산보다 남자라면 모자를 쓰는 것도 방법 아닐까"라고 했다.
22일 만난 60대 택시 운전기사는 "대구를 온종일 다녀봐도 양산 쓰고 다니는 남자는 못 본 것 같다. 불편하고, 쑥스러워 그렇지 않을까. "어허 모양 빠지게" 하는 보수적인 문화적 특성도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대구시 자연재난과 양정호 양산 캠페인 담당은 "대구 도심엔 햇빛을 피할 일종의 대형 양산인 그늘막이 171개 설치돼 있는데, 그곳엔 자연스럽게 남녀노소 다 들어가서 무더위를 피한다. 그런데 양산은 유독 남자들이 잘 쓰질 않는다"며 "양산을 막상 써보면 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크다"고 했다.
실제 양산 쓰기에는 과학적인 효과가 있다고 한다. 대구시에 따르면 뜨거운 햇볕, 무더위에 그대로 신체가 노출되면 뇌 기능이 13% 하락한다. 자외선에 의한 피부 질환 발병률도 높아진다. 온열 질환에도 걸리기 쉽다. 양산을 쓸 경우 체감온도를 7도 정도 낮추는 효과가 있다. 양산 아래 온도를 주변보다 최대 10도 이상 낮출 수도 있다고 한다. 불쾌지수가 낮아지고, 피부가 덜 타는 것은 덤이다.
일본은 2011년부터 남녀노소 양산 쓰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행정안전부도 지난해부터 여름 양산 쓰기 캠페인 추진을 지자체에 추천 중이다. 대구시는 7월 중순과 8월 초, 냉수 나눠주기 행사 등 대프리카 더위 관련 행사가 있을 때 양산을 들고 나가 양산 쓰기 분위기 조성에 계속 나설 방침이다.
대구=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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