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정답 하나만 고집하면 실패..정책엔 유연성 필요"

정석우,윤진호 2019. 6. 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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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정책실장 취임 일성
"패러다임 전환 과도기엔 굴곡
과거에 안주하고 회귀땐 실패"
소주성도 폐기보다 속도조절
ICT분야 규제개혁 힘 쏟을듯
노래 'You raise me up'으로
휴대폰 통화연결음 바꾸며
"You는 국민..응원해달라"

◆ 靑 경제라인 교체 ◆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왼쪽)이 2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 실장은 "경제 패러다임 과도기에는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만병통치약식 처방을 고집하는 것이야말로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밝혔다. 왼쪽부터 김 신임 실장, 김수현 전임 정책실장, 윤종원 전임 경제수석,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 [이충우 기자]
김상조 신임 청와대 정책실장에게 사실 공정거래위원장은 예행연습이었다. 김 실장은 2017년 5월 문재인정부 출범을 전후해 공정거래위원장뿐 아니라 경제수석, 금융위원장 등 여러 자리에 거론됐다. 김 실장 본인 역시 공정거래위원장보다 경제정책 전반을 아우르는 제너럴리스트를 희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개혁주의 경제학자 출신인 김상조 실장이 학문적 동지이자 문재인정부 초대 정책실장으로서 소득주도성장을 설계한 장하성 정책실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제 하방 압력 속 경제활력 제고 목소리와 문재인정부 경제철학 구현 사이에서 균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 실장은 논란 속의 소득주도성장을 폐기하는 대신 속도 조절에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 개혁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상조식 재벌개혁의 공식인 금융그룹 통합감독과 스튜어드십 코드 연계형 대기업 규제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실장은 "오늘 아침 제 휴대폰 컬러링을 바꿨다. 아카펠라 그룹 웨스트라이프의 'You raise me up'으로 바꿨다"고 했다. 가사(당신의 어깨 위에 서 있을 때 저는 더 강해질 것이다. 당신이 저를 일으켜 세우실 때 저의 혼자의 모습보다는 더 강해질 것) 속의 '당신'이 국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이는 김 실장의 관료로서의 전성기를 응원해달라는 출사표인 셈이다. 그는 21일 정책실장 내정 직후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기자들에게 "경제 패러다임 전환은 1~2년 만에 달성될 수 없고, 새 균형을 찾는 과도기에는 굴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과거에 안주하고 회귀하고자 한다면 실패를 자초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 공정경제 등 3대 경제정책 키워드의 골자를 원칙적으로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인한 셈이다.

경제학자 출신 관료인 김상조 정책실장의 한국경제관은 그의 2012년 저서 '종횡무진 한국경제'에서 엿볼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는 신자유주의의 과잉과 구자유주의의 결핍이 한국경제의 결정적인 문제점이라고 지적하며 협력과 신뢰의 질서 구축을 위한 정부의 선별적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간극이 큰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 해결 필요성을 놓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학계와 재계의 비판론을 의식한 듯 유연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정책의 성공을 위해 일관성과 유연성이라는 상반된 두 기준을 조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하나의 선언적 정답, 만병통치약식 처방을 고집하는 것은 실패를 자초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환경 변화에 부응해 정책을 보완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유연성도 필수"라며 "성과가 확인된 부분은 강화하고, 시장의 기대를 넘는 부분은 조정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정책실장으로서 경청과 협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실장은 공정거래위원장 시절 "소득주도성장은 너무 페이스가 빨랐다"(지난해 8월 2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중견·중소기업에 큰 어려움을 준 데 대해 공직자로 뼈아프게 생각한다"(지난해 12월 10일 포항 철강산업단지 방문 직후 기자간담회)고 말하는 등 소득주도성장의 한계를 자인하는 발언을 주저하지 않았다.

일부 강성 재벌개혁론자 사이에서 '김상조가 무뎌진 거 아니냐'는 소리가 흘러나올 정도로 재벌정책 분야에서도 힘 조절을 했고 혁신성장에 대해서는 목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6월 19일 한 언론사 주최 강연회에선 혁신성장을 위해 의료와 금융,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분야에 대한 강력한 규제개혁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글로벌 ICT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국내 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대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심사에서 유연한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줄곧 강조해온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그는 21일 오후 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4차 산업혁명 대비를 위한 경쟁당국의 역할을 재차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공정경제도 혁신경제를 이루기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더 큰 의미가 부여될 것"이라며 "경쟁당국으로서, 경쟁 주창자로서, 4차 산업혁명이라는 미래의 틀을 바꾸는 과도기의 과정에 우리 위원회에 주어진 혁신 생태계 구축 일에도 전력을 다해 주길 부탁 드린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 위원장 지론인 금융규제 연계 재벌개혁 강화, 금융위원회 중심 모피아(금융+마피아) 척결을 놓고 청와대가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빅 마우스'인 김상조 실장의 이번 정책실장 발탁으로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입지가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경제부처 한 고위 관료는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김상조 실장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김수현-홍남기 체제 때보다 청와대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반면 전임 윤종원 경제수석(행정고시 27회)과 달리 이호승 신임 경제수석(32회)이 홍 부총리(29회)의 행정고시 기수 후배라는 점은 홍 부총리의 운신 폭을 넓혀 주는 대목이다.

[정석우 기자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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