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환 교육감 "임대차계약도 5년 뒤 재계약 안할 수 있다"
법원 "교육청 결정 잘못" 판결
김 교육감은 지난 4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사고가 계속 유지되려면 재지정 결정을 받아야 한다”며 “(교육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지정 처분을 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차계약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자사고를 재지정하지 않는 것에 빗대어 “임대차계약도 5년을 계약한 후 임대인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식을 접한 학부모들은 “학생·학부모의 운명이 달린 교육정책을 임대차계약에 비유하는 게 말이 되느냐” “상산고를 마치 자기 소유물인 양 착각하는 교육감의 발상이 잘못됐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서울의 한 자사고에 자녀를 보내고 있는 학부모 최모(49)씨는 “곧 서울도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남 일 같지 않다”며 “요즘엔 집주인도 세입자를 저렇게 막무가내로 내쫓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0일 전북교육청은 상산고가 기준점(80점)에서 0.39점 모자란 79.61점을 받아 지정 취소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국 자사고 중 상산고만 다른 학교(70점)와 달리 기준점이 10점 높다. 이 때문에 상산고 구성원들은 “교육감 개인의 주관에 따라 ‘폐지’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평가를 짜맞췄다”고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자사고 폐지’는 김 교육감의 오랜 소신이다. 3선인 김 교육감은 첫 임기 때인 2010년 익산 남성고와 군산 중앙고를 지정 취소했다. 이에 불복한 학교 측이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교육청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지난해 지방선거 때도 김 교육감은 다른 진보 교육감들과 함께 ‘자사고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40.1%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난 3월 전북도의회에서는 기준점수 80점이 일찌감치 논란이 됐다. 전북만 유일하게 기준점을 높게 잡은 것에 대해 “재량권 남용 아니냐”고 지적하자 김 교육감은 “교육부는 기준만 제시하고 평가는 교육감 권한이다, 일반고도 70점은 넘기기 때문에 자사고라면 80점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에서 교육 관련 정부기관장을 지낸 한 인사는 “선출직은 시민의 손으로 뽑혔기 때문에 자기 소신대로 정책을 펴도 된다는 착각을 한다”며 “그러나 다수가 반대하는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은 소신이 아니라 독선”이라고 말했다.
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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