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성 "난민 볼 때 현대사 생각..동질감 느껴"

이대희 기자 2019. 6. 20. 18: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 <내가 본 것을..> 출간 기념 코엑스서 난민 문제 강연

[이대희 기자]

 
"많은 나라의 난민 발생 원인을 보면, 결국 제국주의와 냉전 시대, 민주화 항쟁 등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가 겪은 근현대사의 아픔과 그들이 난민이 된 원인이 같습니다. 그래서 (난민 캠프를 찾을 때마다) 동질감을 갖게 됩니다. 어려운 시대를 국민의 힘으로 이겨낸 우리가 그들에게 (다른 나라보다) 더 좋은 길잡이가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배우 정우성 씨가 대중을 상대로 난민 문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전하는 강연회를 20일 가졌다.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출간한 에세이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원더박스)의 출간을 기념하는 행사다. 이날 행사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신간 소개 일환으로 열렸다. 지난 2000년 이날 제정된 세계 난민의 날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은 정우성 씨가 지난 2014년 5월 유엔난민기구(UNHCR) 명예사절이 돼 외국의 난민캠프를 방문하기 시작한 후 여태껏 경험한 일과, 그 사건들로 인해 자신이 정리한 생각을 담은 책이다. 책의 인세는 전액 유엔난민기구에 기부한다. 정우성 씨는 명예사절이 된 이듬해인 2015년 6월 20일(세계 난민의 날)에는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임명되기도 했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등을 비롯한 세계 저명인들이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서 전 세계에 난민이 처한 현실을 알리고 있다. 

▲ 정우성 배우가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아 낸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 출간을 기념하는 강연회에서 난민 문제를 이야기하고 있다. ⓒ프레시안(최형락)

"난민에게는 자존감도 중요하다"

정우성 씨는 지난해 한국 사회에 큰 논란을 안긴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때 난민을 보듬자는 목소리를 내 큰 주목을 받았다. 더 정확히는 난민을 혐오하는 이들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았다. 당시는 예멘 난민 신청자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청와대 청원에 올라 참여자 70만여 명을 넘어설 때였다. 정우성 씨가 이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대중의 인기가 매우 중요한 영화배우가 여론의 관심이 큰 이슈에 목소리를 내는 건 예나 지금이나 드문 일이다. 당시 그의 생각은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에도 잘 정리돼 있다. 

"많은 분들이 나를 걱정해 주셨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도 곤욕을 치렀다. (...)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내 먹고사는 일에 악영향이 미칠까 봐 외면할 수는 없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이기도 한 내가 난민 문제에 함구할 수는 없는 것이다. (...) 수많은 댓글을 읽으며, 사람들의 난민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난민 그 자체를 향해 있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의 우려와 걱정은 난민 그 자체에 대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삶에 대한 것이었다. 국가의 역할에 대한 것이었다. 국가가 국민의 안전과 소득과 기본 생활을 제대로 돌봐 왔는지 묻고 있는 것 같았다. 제주도 난민 수용 반대 여론이 특히 20대에서 높았다는 조사 결과를 놓고 '20대의 보수화'라며 단순히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다. 나는 동의할 수 없다. 지금의 20대가 무슨 잘못을 했는가?"

정우성 씨는 강연회에서도 이 문제에 관해 진솔한 생각을 이야기했다. 그는 "당시 난민을 우려하는 대다수의 목소리는 난민을 향한 이해가 깊지 않은 데서 나왔다. 그저 순수한 우려였다"며 "그런 분들에게 더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게 이 문제를 더 성숙하게 이끌어갈 수 있겠다 싶어 나는 더 차분해지려 했다"고 말했다. 

정우성 씨는 "(난민 각자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가는 만큼) 개개인이 주어진 상황을 이겨나가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일탈할 수도 있다"면서도 "난민 전체를 '그런 집단'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예멘인이 지금껏 어떤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며 "당시 제주도에서는 버스에 떨어진 지갑을 주워 고스란히 경찰서에 가져다 준 분의 사례도 있다. 그들은 자신이 잘못한다면 한국에서 자신의 공동체가 어떤 악영향을 받을지를 자각하기 때문에 매사에 조심하며 산다"고도 전했다. 난민을 향한 오해의 시선을 거둬달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정우성 씨는 특히 "그들(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은 국내 입국 예멘 난민)이 (난민 지위를 받지 못해) 충분한 사회보장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아이들의 정규 교육도 보장이 안 되는 상황에 처했다"며 "이런 문제 때문에 오히려 그들이 생계형 범죄에 노출되지 않을까 염려된다"고도 전했다. 한국이 그들을 배척함에 따라 그들이 생존을 위해 범죄의 길로 내몰려서는 안 된다는 우려를 전했다. 

정우성 씨는 "한국 입국 예멘 난민 대부분이 (난민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인도적 체류 허가를 받아 매년 허가를 갱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매우 어렵다"며 "그들이 취업하더라도 노동자로서 권리를 얼마나 챙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도 밝혔다. 

그는 이어 "많은 분이 '우리 세금으로 그들의 생계를 지원한다'고 오해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며 "그분들도 동정을 받기보다 자기 생활을 재건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크다. 이 국가에서 신변의 보호를 받으면서 자신의 생활을 유지하면서 자존감을 되찾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예멘 난민을 향한 이 같은 이해 수준의 배경은 책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책에서 정우성 씨는 여러 난민 캠프를 돌며 공통적으로 확인한 내용은 난민이 스마트폰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과 학습 욕구가 매우 크다는 점이라고 전한다. 고국에 남은 이들, 세계로 뿔뿔이 흩어진 가족과 연락하기 위해 반드시 스마트폰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럼에도 미래에의 희망을 잃지 않고 어려움을 겪는 조국을 위해 훌륭한 인물로 성장하고 싶다는 욕구가 이들의 학습욕을 자극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정우성 씨는 책에서 독자에게 호소했다. 

ⓒ프레시안(최형락)

"내 생각 강요하지 않는다"

정우성 씨는 다만 난민을 반대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진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내 생각에) 반대하는 분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고자 하는 건 아니"라며 "다만 난민이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을 전한다고 밝혔다. 

정우성 씨는 그 근거로 한국전쟁사를 정리했다.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한국도 유엔의 도움으로 다시 일어날 수 있었듯, 이제 우리가 그 역할을 할 때라는 이야기였다. 

이와 관련, 그는 책에서 '한국에도 불운한 사람이 많은데, 왜 굳이 외국 사람을 돕느냐'는 질문에 관한 자신의 답을 밝힌다. 

"나는 난민만 돕거나 난민을 우선하여 돕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안에서 힘들게 살고 계신 분을 외면하자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 다만 여유가 된다면 눈을 들어 더 먼 곳을 바라보자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이다. (...) '난민을 돕는 게 우리한테 무슨 이득이 있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 어려움을 겪고 다면 그 사람을 돕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를 돕는데, 거기서 어떤 이득을 찾는 것은 순수한 마음으로 돕는 게 아니다. 난민 지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정우성 씨는 제주 예멘 난민 사태 당시 국내 여론이 크게 일어났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다는 점도 전했다. 

그는 "(제주 예멘 난민 사태 이후) 실제로는 유엔난민기구 후원자가 더 늘어났다"며 "사실은 유엔난민기구 개인후원 규모에서 한국이 세계 2위다. 우리 국민 개개인이 가진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를 돕고자 하는 의식은 매우 따뜻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우성 씨는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을 그간 짬짬이 써 온 기고문과 여러 자료를 모아 썼다고 밝혔다. 그는 "애초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그간 내가 활동한 자료를 모아 한 권의 책으로 내면 의미있겠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난민 이슈가 뜨거웠던 지난해를 지나 올해 책이 출간됐다"며 "그간 제 기고문과 인터뷰 등의 자료가 상당히 쌓였는데, 출판사와 유엔난민기구에서 큰 도움을 주셨기에 책이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정우성 씨는 "(책에서) 내 의견을 주장하기보다, 생각을 담담히 전하려 노력했다"며 "내가 겪은 일만 절박하고, 내 생각만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는 여력이 닿는 한 계속하고 싶다고 그는 밝혔다. 그는 "유엔난민기구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이 일을) 할 것"이라며 "(명예사절로 활동을 시작한) 2014년과 지금을 비교하면, 늘 감사하며 사는 마음이 생긴 것 같다"고 밝혔다. 

▲ <내가 본 것을 당신도 볼 수 있다면>(정우성 지음) ⓒ원더박스


이대희 기자 (eday@pressian.com)

▶독자가 프레시안을 지킵니다 [프레시안 조합원 가입하기]

[프레시안 페이스북][프레시안 모바일 웹]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