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 "봉준호, 두살 어리지만 존경할 수 밖에 없는 감독" [★FULL인터뷰]
배우 송강호(52)가 자신보다 두 살 어리지만 존경할 수 밖에 없는 감독 봉준호와 '기생충'으로 돌아왔다. 그는 봉준호 감독과 네 번째 작업이었지만 거대한 산과 함께 해 행복하고 편안했다고 밝혔다.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송강호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기생충'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봉준호 감독 등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기생충'은 기택(송강호 분)네 장남 기우(최우식 분)가 고액 과외 면접을 위해 박사장(이선균 분)네 집에 발을 들이면서 시작된 두 가족의 만남이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번져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기생충'은 지난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이는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은 해 한국영화 사상 처음이라 의미를 더했다.
송강호는 극중에서 기택 역을 맡았다. 기택은 생활고 속에서도 가족애가 돈독한 전원백수 가족의 가장이다. 직업도 대책도 없어서 아내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늘 평화로움을 유지하는 인물이다.
◆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이에 송강호를 비롯한 '기생충' 팀은 칸 현지로 날아가 스케줄을 소화했다. 일정을 끝마친 뒤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 이정은은 한국으로 돌아갔다. 미리 정해져 있던 자신들의 스케줄들 때문이었다. 그러나 송강호는 일정을 변경해 봉준호 감독과 폐막식까지 함께했다.
"사실 저는 25일에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폐막식 당일 아침에 떠나는 걸로 되어 있었다. 비행기 시간을 보니 너무 억울하게도 수상 결과를 대한민국 5000만 국민 중 제일 늦게 알게 될 것 같았다. 잘 아시겠지만 제가 일정이 없다. (웃음) 다른 후배들은 드라마, 영화 등 촬영 준비로 바빠 없는 시간을 쪼개서 칸을 갔다. 저는 다행스럽게 프로모션 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했다. 그래서 하루 늦춰서 폐막식에 참가했다."
송강호는 '기생충'으로 다섯 번째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았다. 앞서 '괴물'(감독 봉준호 / 2006년 감독 주간), '밀양'(감독 이창동 / 2007년 경쟁 부문),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감독 김지운 / 2008년 비경쟁 부문), '박쥐'(감독 박찬욱 / 2009년 경쟁 부문)으로 칸을 방문한 이후 10년 만에 레드카펫을 밟았다. 폐막식까지 함께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제가 상을 받은 건 아니지만 운 좋게 (출연작들이)다 상을 받았다. 둘러보니까 봉준호 감독이 폐막식에서 혼자 있을 것 같았다. 박수치고 축하하고 으쌰으쌰하는 분위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이 혼자 있으면 얼마나 외롭겠나. 다른 일정도 없으니 순수한 마음으로 남게 됐다. 수상과 관련해서 언질을 받았다든지 우리 자체적으로 촉을 느낀 것은 전혀 없었다. (칸 국제영화제는) 시상식에 참가했어도 끝날 때까지 누가 무슨 상을 받는지 공개를 하지 않는다. 그래서 감을 느끼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하다."
봉준호 감독은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뒤 소감을 말하던 중 객석에 있던 송강호를 호명해 무대 위로 올렸고, 마이크를 넘긴 바 있다. 또 포토월에서 무릎을 꿇고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송강호를 향해 들어올린 포즈를 취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를 본 송강호의 생각은 어땠을까.
"봉준호 감독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은데 이야기가 겹치기도 하고, 굳이 말을 하자니 핑퐁 같기도 했다. 그래서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했다. 봉준호 감독에 대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은 말 안해도 충분히 전해진다고 생각했다. 봉준호 감독의 행동은 저에 대한 최고의 예우였다. 트로피 역시 깜짝 놀랐다. 평소에는 그런 모습이 전혀 없던 사람인데 놀랐다. 그리고 고마웠고 감동이었다."
송강호는 칸 현지 기자들로부터 '한국 사회에 대한 직설적인 표현과 묘사한 영화냐'는 많은 질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가 생각하는 '기생충'은 어떤 작품일까. 바로 전 세계인의 기본적인 이야기라고 했다.
"질문을 받고 기자들한테 '어느 나라 사람이냐', '그 나라도 그렇지 않냐'고 되물었더니 '맞아'라고 답하더라. '기생충'은 한국적인 영화지만 전 세계가 이 환경에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모습 중에 하나다. 체제나 사회 시스템을 고발하는 영화는 아니다. 과거든 미래든 우리가 살아가야하는 환경에 대한 전 세계의 이야기다. 한국의 빈부격차, 양극화에 대한 묘사가 담긴 영화는 절대 아니다.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이 오히려 우리보다 더 심하면 심할 것이다."
◆ 봉준호 감독
최근 SNS, 커뮤니티 등에서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의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야기에 따르면 '모텔 선인장'의 연출부였던 봉준호가 오디션을 본 무명 배우 송강호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이번 작품에서는 맞는 배역이 없어서 같이 작업을 못할 것 같다며 언젠가는 꼭 좋은 기회에 다시 뵙고 싶다고. 과연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의 첫 만남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약간 잘못 전달된 게 제게 그때 오디션을 보러 오라고 한 건 아니었다. 감독님이 누군지도 몰랐다. 봉준호 감독과 장준환 감독이 그 당시엔 연출부였다. 두 사람이 '초록물고기'(감독 이창동)를 보고 한 번 미팅이라도 하고 얘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연락을 했었다. 그게 다였다. 며칠 뒤 공중전화로 삐삐를 확인했는데 봉준호 감독이 감미로운 목소리로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지금은 연이 안되지만 당신과 언젠가는 만나서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었다. 전화를 끊으면서 웃었다. 나를 만날지 안 만날지 모르겠지만 이런 태도와 자세를 보니 뭐라도 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런 기쁨 마음으로 전화기를 내려놨다. 그게 벌써 22년 전이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살인의 추억', '괴물', '설국열차'에 이어 '기생충'으로 네 번째 호흡을 맞췄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과 20여 년을 함께 해왔다. 봉준호 감독 역시 송강호의 덕후라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네 번째 호흡을 맞추는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또 작업을하면서 잘 맞는 지점은 무엇일까
"역사가 증명하는 게 아닐까. 제 입으로 말하는 거 보다는 봉준호 감독과 저의 지나온 20여 년의 역사를 보면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단지 봉준호 감독의 테크닉적인 면도 존중하지만 그보다 더 존중하는 것은 예술가로서 가진 기본적인 세상에 대한 통찰력과 태도다. 후배라고 하긴 그렇지만 저보다 두살 어린 봉준호 감독을 한참 우러러 보게 만든다. 존경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지점을 갖고 있는 감독이라고 늘 생각한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이라는 거대한 산이 자신 앞에 버티고 있어 살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그동안 출연했던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모습으로 압박감이 있었지만 봉준호 감독과의 작업을 통해 압박감을 덜어냈다고. 뿐만 아니라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박소담, 장혜진과 호흡을 맞추게 돼 재밌었다고 밝혔다.
"애초부터 봉준호 감독한테 '살 것 같다'고 말했다. 봉준호라는 거대한 산이 (내 앞에) 버티고 있다. 아무 생각없이 연기해도 다 받아줄 것 같았고, 다 조율이 될 것 같아 했던 말이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없이 연기한 것은 아니다. (웃음) 봉준호 감독한테도 얘기한 게 열 명의 배우들이 누구 하나 소외되는 캐릭터 없이 다 자기 몫이 있다고 했다. 행복하기도 했지만 편안했다. 또 앙상블을 맞추는 재미가 있었다. 전작들이 가진 시대의 무게감, 진중함이 보이지 않게 압박감이 있었지만, 이런 부분에서 거대한 봉준호라는 산이 그림자를 만들어줬다."
지난 2013년 MBC 다큐 스페셜 봉준호 감독 편을 통해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이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 공개됐다. 송강호는 봉준호 감독을 '뽕뽀로봉봉봉', 봉준호 감독은 송강호에 '쏭쏘로송송'으로 부른다고. 이는 커뮤니티, SNS 등을 통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송강호는 화제가 되는 것에 대해 참 좋다고 말했다. 현장에서의 봉준호 감독에 대해 큰 소리 한 번 안 내고 배려하는 감독이라고 했다.
"'설국열차' 할 때 그렇게 불렀다. 뒤에서 찍고 있는 사실을 몰랐다. 요즘은 가끔씩 그 애칭을 부른다. (웃음) 봉준호 감독과 평상시에 진짜 친구이자 동지다. 봉준호 감독의 특징은 웃기고 유머스럽다. 후배들도 한결같이 '어떻게 저렇게 편안할까'라고 말한다. '봉준호'와 함께하는 현장에서 처음하는 배우들은 잘못하면 큰일 날 것 같고, 수십 번의 테이크를 갈 것 같고, 천재 감독들의 특유의 광기가 있을 것이라고 연상한다. 그런데 봉준호 감독은 정 반대의 모습을 보인다. (박)소담, (최)우식이도 그렇고 (이)선균이도 좋아했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배꼽을 잡게 만드는 감독이다."
Copyright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송중기♥송혜교, 中 불화설·이혼설..왜?
- 황하나, 법정서 멋부리기..'프리즌 스타일'
- 이미영, 전영록과 첫번째 이혼 이유 고백
- 현아, 축제서 가슴노출 대형사고
- 채은정, 가릴 곳만 가린 비키니
- '예술가의 MUSE' 방탄소년단 지민 모티브 작품 포커스아트페어 뉴욕 전시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진, 스타플래닛 '4월의 기부 요정' 등극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정국 'Seven', 美빌보드 글로벌 차트 신기록 질주 - 스타뉴스
- "간호조무사와 외도" 이윤지 의사남편, 이혼설 해명 - 스타뉴스
- 방탄소년단 진, 새 앨범 전곡 하이라이트 메들리 공개 -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