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품 팔아 찾은 우리술..장사의 성패는 음식"

2019. 6. 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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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맛 좀 따진다는 사람 취향 사로잡은 ‘전통주…
수년간 양조장 수백곳 찾아다닌 이승훈 백곰막걸리 대표

‘전통주 덕후’로 불리는 이승훈 대표는 “장사의 성패는 결국 음식이었다”며‘차별화된 식재료’와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백곰막걸리 제공]

“풍정사계 춘 마셔봤어? 어딜 가야 마실 수 있는데?”

‘풍정사계 춘’은 한 때 ‘없어서’ 못 마시는 술이었다. 2017년 한미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 만찬주’로 이름을 알리며,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유명하든 희귀하든 SNS에 오르는 전통주에 대한 무수한 질문들의 답은 한 곳으로 향한다.

“‘백곰막걸리’로 가세요!”

2016년 문을 연 ‘백곰막걸리’는 술맛 좀 따진다는 사람들의 취향을 사로잡은 ‘전통주 성지’로 꼽힌다. 이제는 전통주 계의 스타가 된 ‘풍정사계 춘’은 조선 팔도에 이름을 알리기 전부터 ‘백곰막걸리’에 존재한 귀한 술 중 하나였다. ‘백곰막걸리’는 스타 셰프들의 파인다이닝은 물론 미쉐린가이드에 오른 레스토랑이 즐비한 서울 압구정동 ‘맛집 로드’ 한복판에 자리잡았다. 새하얀 양옥집의 대문을 열면 백곰(White Bear)과 쏙 빼닮은 주인장 이승훈 대표가 손님들을 반긴다. 벽면을 가득 메우고도 넘쳐나는 전통주는 무려 250종. 전국에 위치한 전통주 주점 가운데 단연 압도적인 숫자다.

발품 팔아 찾아낸 우리 술

“100여종의 술로 시작해 두 배 넘게 늘었어요. 3주년인 6월부턴 300종을 판매할 예정이에요. 백곰에선 신상 술은 워낙에 빨리 들여놓고요. 다른 곳에는 없는, ‘백곰’에만 파는 술도 있어요. ‘전주 우리술오늘’은 백곰이 아니라면 마실 수 없는 술이죠.”

백곰막걸리가 ‘우리술 전시장’이라 불릴 만큼 다양한 주종을 갖추게 된 데에는 이승훈 대표의 유별난 ‘전통주 사랑’이 한몫 했다. CJ프레시웨이에서 식품MD로 일하던 이 대표는 퇴사 이후 2010년부터 전국 팔도강산의 양조장을 찾아다녔다. 수년간 돌아본 양조장만 해도 무려 400곳이 넘는다. 한 곳 한 곳 발품을 팔자, 전통주 업계가 처한 현실과 대다수의 사람들이 알지 못 하는 품질 좋은 전통주가 지역마다 숨어있다는 점도 알게 됐다.

“당시 막걸리 붐이 일었는데, 정작 업계에 계신 분들은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조차 알지 못하더라고요, 좋은 술을 정성으로 만드는 그분들의 환경은 너무도 열악했어요. 처음엔 SNS를 통해 이런 술들이 있다고 소개도 하고, 다른 주점에 알려주기도 했어요. 그러다 막걸리 협회도 창립했고, 백곰막걸리까지 내게 된 거예요.”

이곳엔 없는 술이 없다. 국가에서 명인으로 지정한 술은 물론 최근 부쩍 늘고 있는 신규 양조장의 프리미엄 전통주도 빠르게 들여놓는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맛이에요. 워낙에 다양한 술이 있으니 맛과 스토리가 있다면 가장 좋겠죠.” 양조 시설까지 갖추고 있으면서도 백곰막걸리에서 술을 빚지 않는 이유는 이곳의 이정표가 전통주를 알리는 데로 향해있기 때문이다.

“백곰막걸리에서 술을 만들면 손님들은 그 술을 가장 많이 맛보려고 하실 거예요. 여기에만 있는 술이니까요. 내가 내 술을 팔면, 다른 술을 소개하는 데에도 지장을 받아요. 아마 100종류는 줄여야 될 거예요. 나아갈 방향성을 잡아갈수록 백곰은 내 술을 팔기보다는 잘 만들어진 술을 발굴해서 알리는데 주력하는게 더 맞다는 판단을 했어요.”

백곰막걸리는 ‘주점’이자 ‘전통주 박물관’일 뿐만 아니라, ‘소믈리에 양성기관’으로의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해마다 열리는 국가대표 전통주 소믈리에 대회에서 수상도 놓치지 않는다. 2018년엔 1등과 3등 수상자를 배출했다.

“250종의 술을 다 알아야 하고, 각각의 술에 대해 손님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하거든요. 술에 대한 지식과 거기에 어울리는 음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여기에 있을 수가 없어요.” 

전국 최다 주종을 보유한 ‘전통주 박물관’ 백곰막걸리 [백곰막걸리 제공]

“장사의 성패는 결국 음식”

다양하게 갖춰진 술들은 스무 가지의 안주와 완벽한 페어링(pairing)을 자랑한다. 백곰막걸리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 역시 잘 차려낸 술상 덕분이다. ‘술 덕후’를 자처하는 이 대표 역시 “장사의 성패는 음식이었다”고 말한다.

백곰막걸리에선 총 20가지의 안주를 마련하고 있다. “어떤 가게들은 일대일 페어링을 하기도 해요. 백곰엔 술이 250종이니 술과 안주의 일대일 매치를 못해요.” 이 대표는 하지만 “백곰막걸리의 안주는 80점 이상이고, 호환성이 높다”고 자부한다.

“탁주(막걸리) 청주, 소주로 분류되는 전통주는 기본적으로 한식과는 잘 맞거든요. 어울림에 있어 크게 벗어나기가 힘들어요. 거기에 백곰에선 스무 가지의 안주로 각각의 술과 어우러지도록 만들고 있어요”

안주와 술의 조화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 대표는 최고의 조합을 만들기 위해 전국 산지를 발로 뛰었다. 최상의 식재료를 찾기 위해서다. 부산에서 공수한 달고기, 제주산 딱새우, 서해안에서 잡아올린 간재미…. 전국 산지를 돌며 지역마다 흩어진 전통주와 ‘안성맞춤’인 식재료를 찾아냈다. 가장 훌륭한 조합은 ‘지역성’을 맞춘 술과 안주라는 해답도 얻었다. 다년간의 경험을 통한 확신이었다.

“전통주를 이탈리안이나 멕시칸 같은 서양 음식과 결합하는 곳도 나름의 매력이 있어요. 하지만 일반적으로 봐선 지역성과 제철에 맞는 식재료를 기반으로 한 음식과 그 지역에서 만들어진 술이 만나야 상승 효과가 커요.”

고승희 기자/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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