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월남 막으려면.. 멧돼지보다 사람 조심

세종=신준섭 기자 2019. 6. 3. 04: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중국 베트남 몽골 등을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농식품부가 북한 접경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954곳에 야생 멧돼지 포획 틀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북한은 야생 멧돼지 개체수도 적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북한을 답사한 결과 야생 멧돼지를 발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잡아 먹힌 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치사율 100%.. 백신 없어 '방역 초비상'

중국 베트남 몽골 등을 휩쓸고 있는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국경을 맞댄 북한으로 전파되면서 방역 당국에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치사율 100%에 이르는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이다. 백신조차 없다. 중국이나 베트남 사례를 보면 한 번 뚫리면 돼지농가가 초토화될 수 있다. 위기감이 높아지자 정부는 비무장지대를 넘어 야생 멧돼지가 바이러스를 옮기는 ‘희소한 가능성’까지 우려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출입국 검역망’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검역망을 뚫고 국내에서 버젓이 판매된 중국산 돼지 가공식품을 대표적 사례로 지목한다. 사람이 검역망을 마비시키고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인재’를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일 이재욱 차관 주재로 대책회의를 열고 방역 현황을 점검했다. 접경지역 10개 시·군에 1차 방역저지선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구제역과 조류인플루엔자(AI)를 제외한 가축 질병 때문에 주말에 방역 회의를 연 것은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국제수역사무국(OIE)에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을 보고했다. 중국 접경지역인 자강도의 북상협동농장에서 사육하던 돼지 99마리 중 77마리가 폐사했다고 한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돼지과에 속하는 동물에만 발병한다. 분변이나 침 등으로 전염되며 잠복기(4~19일)를 거쳐 발병하면 10일 이내에 폐사한다. 국경을 맞대고 있는 북한에서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정부의 긴장감이 높다. 야생 멧돼지가 감염된 돼지와 접촉한 뒤 넘어와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농식품부가 북한 접경지역을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954곳에 야생 멧돼지 포획 틀을 설치하겠다고 나선 배경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우’라고 평가한다. 철책이 가로막고 있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북한에 수해가 났을 때 야생동물 폐사체 등이 떠내려오는 임진강 정도가 유일한 통로다. 야생 멧돼지가 수영을 잘한다지만 이는 건강할 때나 적용된다. 지리적 요인도 야생 멧돼지의 남하 가능성을 희박하게 만든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북한의 농가는 한국 접경지역과 수백㎞ 떨어져 있다. 야생 멧돼지의 이동 반경은 평균 5㎞다. 특정 장소에 서식하는 습성을 지녔다. 북한은 야생 멧돼지 개체수도 적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북한을 답사한 결과 야생 멧돼지를 발견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잡아 먹힌 게 원인이라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야생 조류나 바람으로 전파될 가능성은 야생 멧돼지보다 더 낮다.

대신 전문가들은 ‘사람’이 검역망을 좌우할 열쇠라고 판단한다. 검역을 강화해도 몰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의 돼지 가공식품을 들여올 확률은 있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지난달 23일 긴급 단속을 벌여 서울시내에서 수입 금지된 중국산 돼지고기 가공식품을 적발했다. 여전히 유통경로, 수입경로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다 축산업 종사자들이 해외여행, 견학 등으로 외국을 드나들며 바이러스를 달고 들어올 수도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A지역의 양돈농가 관계자들이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면 안 되느냐고 문의한 사례가 있다. 베트남은 아프리카돼지열병이 2782건이나 발생한 나라”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공항과 항만에서 모든 수하물은 엑스선 검사를 하고 있다. 해외에서 축산물을 들여오거나 아프리카돼지열병 발생국의 돼지농가를 방문하는 일을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