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조기 치료 길 넓어진다

김태호 2019. 5.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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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 시신경과 녹내장이 진행된 시신경. [사진 강경복]
녹내장 환자의 사상판이 변형된 부분과 시신경 섬유가 손상된 부분이 같다는 게 입증됐다. 이에 사상판(시신경을 형성하는 신경 섬유가 눈 뒤쪽으로 빠져 나가는 부분에 만들어진 그물 형태의 조직)변형이 녹내장 진단과 치료 시기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로 활용될 전망이다.

분당 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팀은 세계최초로 시신경 손상부위와 사상판의 변형부위가 일치한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30일 밝혔다.

녹내장은 안압상승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이 나빠지는 질병이다. 녹내장은 말기까지 증상이 거의 없다. 또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서운 병이다. 유일한 예방 방법은 조기검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녹내장환자는 58만명에서 2017년 87만명으로 환자가 약 50%가 늘었다. 그만큼 녹내장으로 의심되는 환자도 늘었다. 다만 실제 녹내장에 걸리는 건 일부라서 치료 시작여부를 판단하는데 어려워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로 녹내장 발생을 예측할 수 있어 치료 시작 시기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건강한 눈을 가진 그룹(1군)과 원발개방각녹내장(POAG) 환자 중에서도 상부 시신경이 손상된 그룹(2군), 하부 시신경이 손상된 그룹(3군), 상하부 시신경이 모두 손상된 그룹(4군) 등 4개 군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상부 시신경이 손상된 2군 환자들의 시신경 위쪽 사상판이 아래쪽보다 더 많이 휘었고, 하부 시신경이 손상된 3군은 시신경 아래쪽 사상판이 위쪽보다 더 많이 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녹내장의 주요원인으로 알려진 안압상승으로 내부 사상판이 뒤로 휘어 시신경을 손상시킨다는 추정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했다. 또 시신경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 사상판의 변형된 위치와 시신경 손상 위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도 밝혔다. 김 교수팀은 앞서 사상판 곡률이 클수록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사상판의 변형과 녹내장 발생의 상관관계를 다시 입증했다.

김 교수는 “녹내장이 의심되는 단계에서는 확실한 녹내장 진단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탓에 치료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사상판의 변형 위치와 곡률 정도를 미리 확인함으로써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예측할 수 있다면, 집중적인 환자관리를 통해 녹내장 조기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안과분야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미국 ‘안과학회지(Ophthalmology)’최근호에 게재됐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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