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내장 조기 치료 길 넓어진다
분당 서울대병원 안과 김태우 교수팀은 세계최초로 시신경 손상부위와 사상판의 변형부위가 일치한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30일 밝혔다.
녹내장은 안압상승으로 시신경이 손상돼 시력이 나빠지는 질병이다. 녹내장은 말기까지 증상이 거의 없다. 또 한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무서운 병이다. 유일한 예방 방법은 조기검진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2년 녹내장환자는 58만명에서 2017년 87만명으로 환자가 약 50%가 늘었다. 그만큼 녹내장으로 의심되는 환자도 늘었다. 다만 실제 녹내장에 걸리는 건 일부라서 치료 시작여부를 판단하는데 어려워 초기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연구로 녹내장 발생을 예측할 수 있어 치료 시작 시기를 판단하는데 중요한 근거를 제시할 수 있게 됐다.
환자 156명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건강한 눈을 가진 그룹(1군)과 원발개방각녹내장(POAG) 환자 중에서도 상부 시신경이 손상된 그룹(2군), 하부 시신경이 손상된 그룹(3군), 상하부 시신경이 모두 손상된 그룹(4군) 등 4개 군으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결과, 상부 시신경이 손상된 2군 환자들의 시신경 위쪽 사상판이 아래쪽보다 더 많이 휘었고, 하부 시신경이 손상된 3군은 시신경 아래쪽 사상판이 위쪽보다 더 많이 휘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녹내장의 주요원인으로 알려진 안압상승으로 내부 사상판이 뒤로 휘어 시신경을 손상시킨다는 추정에 명확한 근거를 마련했다. 또 시신경 외부만이 아니라 내부 사상판의 변형된 위치와 시신경 손상 위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점도 밝혔다. 김 교수팀은 앞서 사상판 곡률이 클수록 녹내장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 했는데, 이번 연구를 통해 사상판의 변형과 녹내장 발생의 상관관계를 다시 입증했다.
김 교수는 “녹내장이 의심되는 단계에서는 확실한 녹내장 진단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탓에 치료 시작 여부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라며 “사상판의 변형 위치와 곡률 정도를 미리 확인함으로써 녹내장 발생 위험이 높은 환자를 예측할 수 있다면, 집중적인 환자관리를 통해 녹내장 조기치료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안과분야에서 인용지수가 가장 높은 미국 ‘안과학회지(Ophthalmology)’최근호에 게재됐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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