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BA투어 개막 D-3]당구 르네상스, 역사적 프로 출범으로 잇는다

김용일 2019. 5. 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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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열린 프로당구협회(PBA) 총재 취임식에서 남녀 3쿠션 간판스타 강동궁(왼쪽)과 이미래가 PBA 출범 기념 시타식에 참여해 뱅킹샷을 선보이고 있다. 제공 | PBA

[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2만5000여 클럽과 1000만 동호인을 자랑하는 한국 당구는 경제적 풍파를 이겨낸 장년층이 다시 당구장을 찾고 금연법까지 장착되면서 ‘제2 르네상스’를 맞았다. 당구의 본고장으로 불리는 유럽에서도 한국 당구를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당구 르네상스는 고대하던 프로당구 시대로 이어진다.

‘직업인으로 당당한 당구인’을 기치로 내건 프로당구협회(PBA)는 내달 3일 고양 엠블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리는 ‘PBA투어 개막전 파나소닉 오픈(총상금 2억5000만 원·우승상금 1억)’을 통해 역사적인 프로리그 시대를 알린다. 당구는 골프와 야구, 축구, 농구, 배구에 이어 국내 6번째 프로 스포츠 종목이다. 한국 당구는 1980년대 국제 무대를 주름잡은 고 이상천 이후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다. 최근 5년 사이 세계3쿠션팀선수권대회 2연패를 비롯해 월드컵 등에서 우승자를 배출했다. UMB 세계 랭킹(5월26일 기준)에서도 조재호(8위), 조명우(12위), 허정한(15위), 최성원(16위), 김행직(20위) 등 상위 20위권에 5명이나 포진해 있다. 기량 뿐 아니라 인프라에서도 한국은 전 세계 톱랭커에게 ‘꿈의 나라’로 불린다. 프로리그를 먼저 출범한 주요 유럽 국가에서도 한국처럼 동네마다 큰 규모의 당구클럽을 찾아보기 어렵다. 1000만이 넘는 동호인 수도 한국 시장이 유일하다. 3쿠션의 ‘4대 천왕’ 중 한 명인 토브욘 브롬달(스웨덴)도 “한국처럼 동네마다 실내가 밝고 큰 규모 당구 시설을 갖춘 나라는 없다”고 놀라워했다. 가로 142.2㎝, 세로 284.4㎝, 쿠션 44하드니스, 쿠션 높이 37㎜의 당구대에서 직경 61.5㎜의 공 3개로 여러 그림을 그리는 당구는 고도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기술과 멘탈이 어우러져야 하는 종목이다. 국내에서 오랜 기간 인기를 끌고 있고 축구처럼 전 세계 어느 대륙을 가도 접할 수 있는 종목인 만큼 프로화 얘기는 꾸준히 나왔다.

하지만 프로는 돈이고 스폰서의 존재가 핵심이다. 당구 시장성이나 발전 가능성이 타 종목보다 무궁무진한 점을 고려할 때 여러 기업이 스폰서 참여에 관심을 보일 법했지만, 쉽게 이뤄지지 않은 건 종목에 대한 이미지였다. 당구하면 과거부터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칙칙한 분위기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말 실내 체육시설을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금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프로화가 급진전됐다. 가능성을 엿본 프로당구추진위와 스포츠마케팅 전문회사인 브라보앤뉴가 손을 잡고 PBA를 출범했다. 물론 아직까지 아마당구를 주관하는 대한당구협회(KBF)와 세계캐롬연맹(UMB)과 선수수급을 둔 갈등이 봉합되지는 않았지만 강동궁과 김재근,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 등 국내는 물론 세계 톱랭커가 PBA에 참가한다. PBA는 중앙 단체와 갈등 해소점을 최대한 찾기 위한 방책을 마련할 것이라면서 제33대 문체부 장관을 지내고 4, 5대 KBL 총재를 역임한 김영수 총재를 수장으로 앉혔다. 김 총재는 “이전까지 (몇몇 종목의)프로 추진 실패 근본 원인은 아마추어 조직과 불협화음이었다”며 “선수가 프로를 따라가다가 아마추어에서 소외되는 게 아니냐는 걱정이 컸는데,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 대회 활동하는 데 지지하고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여기에 대한당구선수협의회도 PBA에 등록한 프로 선수와 KBF 전문선수를 모두 회원으로 받겠다고 선언했다. 당구 프로화가 모든 당구인의 염원이었던 만큼 현재 갈등 요소를 봉합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면서 똘똘 뭉치도록 유도하겠다는 뜻이다.

PBA는 2019~2020시즌 남자 1부 투어 8개, 2부 투어 10개, 여자 LPBA 투어 8개 등 26개 대회를 연다. 총상금 규모는 28억 원. PBA 1부 투어는 총상금 2억5000만 원, 우승상금 1억의 7개 정규투어를 치른 뒤 포인트 상위 32명이 내년 2월 총상금 4억 원에 우승상금 3억이 걸린 ‘PBA 파이널’로 막을 내린다. LPBA는 총상금 3000만 원, 우승상금 1500만 원 규모의 7개 정규 투어를 한 뒤 역시 내년 2월 총상금 4000만 원, 우승상금 2000만 원의 파이널을 치른다.

프로리그는 새 경기 방식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기존 40점 후구제를 과감하게 폐지했다. 예선(128강~64강)은 전후반 50분 4인 1개조 서바이벌 형식으로, 결선(32강~결승)은 세트제로 열린다. 32강~4강까지는 5전 3선승제(세트당 15점, 5세트만 11점), 결승전은 7전 4선승제(7세트만 11점)이다. 득점도 기본 1점 외에 뱅크샷 득점(빈쿠션)시 2점제를 도입했다. 또 유니폼도 기존 아마당구의 상징처럼 여긴 턱시도와 나비넥타이를 착용을 금지했다. 의상 및 신발 색상, 재질 및 스타일은 선수 재량으로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개인 브랜드가 활성화된 프로골프를 롤모델로 했는데, 골프가 프로화 이후 종목 활성화와 더불어 의류 시장 규모가 2조8000억원대로 성장했다. 국내 골프의류 브랜드만 100개를 넘는다. 프로 스포츠가 경기 뿐 아니라 의류와 용품, 스폰서 등 다양한 산업에 뿌리내리는 것처럼 그간 당구의 고정관념을 탈피하고자 턱시도를 벗게 했다.

2013년 구리 3쿠션월드컵과 2018년 세계팀선수권대회를 제패한 ‘베테랑’ 강동궁은 “프로당구 개막이 다가오니 이제 실감이 나고 긴장이 된다”며 “한국 당구 발전을 위해서라도 프로가 성공해야 한다. 그간 해온 노하우와 경기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프로 성공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PBA는 파나소닉 오픈 개막 나흘을 앞둔 30일 대진표를 공개했다. 해외 및 국내 우선등록선수(랭킹순), 트라이아웃 통과자(에버리지 순위별), 트라이아웃 예비순위자(에버리지 순위별), 트라이아웃 예비 후순위(에버리지 순위별 와일드카드) 순서로 ‘Z’시스템으로 배정했다. 3일 오후 1시40분 열리는 개막 경기에선 강동궁, 신정주, 고경남, 박덕영이 큐를 잡는다. 이 대회엔 한국은 물론 스페인과 터키, 그리스, 네덜란드, 덴마크, 일본, 벨기에, 멕시코, 베트남, 콜롬비아, 미국, 프랑스 등 13개국 선수들이 경쟁한다. 67세 나이에 트라이아웃을 통과해 화제가 된 장성출이 최고령자로 나서고, 21세 한지승이 최연소자로 대회에 참가한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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