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삼성, 합병전 삼성물산 현금자산도 1조7천억 누락했다

2019. 5. 31.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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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 과정에서 두 회사의 기업가치 평가를 맡았던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삼정)가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7천억원을 평가에서 누락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그만큼 저평가된 것으로, 삼성 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 과소평가-제일모직 과대평가' 작업을 벌였다는 또다른 정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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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 평가한 안진·삼정, 현금성 자산 아예 반영 안해
이재용 지배력 강화위한 '삼성물산 저평가' 작업 일환
검찰, 제일모직바이오 '실체없는 유령사업' 판단 수사
2017년 10월18일 자택공사 비리 의혹으로 경찰이 삼성물산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추진 과정에서 두 회사의 기업가치 평가를 맡았던 회계법인 딜로이트안진(안진)과 삼정케이피엠지(삼정)가 당시 삼성물산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현금 및 현금성 자산)’ 1조7천억원을 평가에서 누락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그만큼 저평가된 것으로, 삼성 쪽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 과소평가-제일모직 과대평가’ 작업을 벌였다는 또다른 정황이다.

30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직전 각각 1조7500억원과 1220억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다. 현금성 자산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과 즉시 사용 가능한 금융기관 예치금’으로, 이 금액이 클수록 기업가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안진과 삼정은 2015년 5월 작성한 두 회사의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에서 아예 이를 반영하지 않았다. 양쪽의 현금성 자산을 모두 반영할 경우, 상대적으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높아져 합병비율(1:0.35)을 둘러싼 적정성 논란이 더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삼성물산은 기업가치 평가에서 1조6200억원가량의 손해를 본 셈이다. 안진은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검찰 수사 중이라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삼성 쪽과 회계법인의 이런 이례적인 행태는 당시 삼성물산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도 납득하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5년 7월1일 안진 보고서를 건네받은 최아무개 국민연금 연구원은 삼성물산 관계자에게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을 제외하고 (안진이) 기업 평가를 해도 되는 거냐”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앞둔 2015년 3월 공시한 분기보고서. 당시 삼성물산은 현금성 자산 1조7500억 원, 제일모직은 1200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다.

반면 국민연금과 국제 의결권자문사인 아이에스에스(ISS)는 두 회사의 현금성 자산을 기업가치에 반영한 뒤 합병비율을 산출했다. 김경율 회계사(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도 “회계법인이 기업이 가진 현금을 빼고 가치를 산출한 사례는 찾아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검찰은 사실상 삼성 쪽 요구로 두 회계법인이 현금성 자산을 가치평가에서 고의 누락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안진과 삼정은 또 제일모직 자회사인‘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를 영업가치로 분류해 6조원(삼정은 5.6조원)으로 평가했으나, 전문가들은 이를 의도적인 ‘가치 부풀리기’라고 지적한다. 통상 그 회사가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은 영업가치로 분류하고, 단순히 계열사 주식만을 보유할 땐 비영업가치로 보기 때문이다. 이런 기준에 비춰 보면 삼성바이오는 제일모직의 비영업가치로 분류해야 하고, 이 경우 법인세 효과나 할인율이 적용돼 삼성바이오의 가치평가액이 더 낮아지게 된다. 이렇게 부풀려진 삼성바이오의 가치는 1조3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 쪽과 두 회계법인이 전방위적으로 ‘삼성물산 가치를 낮추고, 제일모직 가치를 올린’ 이유는 이런 구도가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유리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검찰은 앞서 <한겨레>가 보도한 제일모직의 ‘에버랜드 동식물을 활용한 바이오사업’(관련기사: [단독] 삼성, 에버랜드 동식물 활용 ‘바이오 유령사업’ 꾸며 제일모직 가치 3조 부풀려)은 지금껏 외부 공시자료는 물론 삼성 내부에서도 실체를 확인할 수 없는 유령사업으로 판단하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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