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먹는 수박..소박이 뜬다
껍질 얇고 먹기 적당한 애플 수박
달고 속 노란 블랙망고 수박 인기
지난 2월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난 나는 오는 7월 서울로 떠난다. 서울 여행이 걱정되지만, 주인아저씨는 요새 내가 인기니 걱정하지 말란다. 혼자 사는 사람이 늘어나서 나처럼 작은 수박, 즉 ‘소(小)박’을 많이 찾는단다.
한국의 1인가구 수는 2010년 417만명에서 2017년 561만명으로 급증했다(통계청). 마트는 이들을 노린 반쪽, 4분의 1쪽 수박을 내놓아 ‘대박’을 터트렸다. 지난해 작게 자른 수박 매출이 전년보다 16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이러한 분위기 덕에 소박인 우리도 인기다.
수박은 혼자 사는 사람에겐 비싼 과일이다. 혼자 먹기엔 양이 많고 음식물쓰레기도 많이 나와 치우기도 번거롭다. 내가 사랑받는 이유도 껍질이 얇고 크기도 작아 남길 걱정이 덜해서다. 가격도 일반수박이 1만4000~1만9000원이지만 나는 6000원 정도다.
사실 난 좀 말썽꾸러기다. 수박 수확을 돕는 일꾼들은 나만 보면 손사래를 친다. 일반 수박과 다르게 나는 주렁주렁 천장에 매달려있어서 수확이 더 힘들어서다. 천장에 달린 나를 따려면 허리가 남아나질 않는다. 내 몸의 크기가 적당히 자라도 익는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꾸준히 날 봐준 사람이 아니라면 익은 것을 골라내기도 어렵다. 논산의 비닐하우스에서 나를 키워주신 전영식(53)씨는 내 손자를 더 키울 계획이다. “손이 많이 가더라도 애플수박이 일반 수박보다 20~30%정도 매출이 높은 편”이란다.
더 고백하자면 나는 수확뿐만 아니라 재배도 힘들다. 1년에 세 번을 수확할 수 있는 일반 수박과 달리 나는 1년에 한 번 2~7월까지 살다 간다. 한철 수확에만 5개월 걸리니 병충해와 습해에 걸릴 수 있는 확률도 높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달콤할 수 있는 이유도 일 년에 딱 한 번만 재배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면 어깨에 힘줄만 하지 않을까.
사람들은 수박의 당도가 복불복이라고 생각하지만 아니다. 수박 맛의 편차는 가장 크게 1모작(한번 재배)과 2모작(두 번 재배) 수박 사이에서 발생한다. 2모작 수박은 연이은 재배로 당도가 1~2도 더 낮다. 6월이 되면 초저가로 등장하는 ‘미끼 수박’이 대부분 2모작 수박이다. 나는 한 철 한 번 재배하는 1모작이기 때문에 달 수밖에 없다. 미끼 수박과 비교하면 불쾌하다.
이국적인 생김새의 블랙망고 수박은 고향이 동남아다. 신기하게도 동남아의 블랙망고수박과 한국의 블랙망고수박은 맛이 다르다. 고창에서 내 친구를 키우고 있는 김원회(66)씨는 “동남아보다 한국에서 자란 블랙망고 수박이 더 달다”고 했다. 동남아는 비가 많이 와 물맛이 많이 나기 때문이다.
소박이를 소비자 품에 안겨줄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블랙망고수박을 10만통가량 매입할 예정으로 액수로 환산하면 10억원에 달하는 물량”이라고 한다.
최연수 기자 choi.yeonsu1@joongang.co.kr
※ 이 기사는 애플수박을 의인화해 독백체로 쓴 디지털 콘텐트를 그대로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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