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가 직접 만들고 사용해본 비누 후기

2019. 5. 2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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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직접 만든 신선한 비누로 3주간 체험한 에디터의 비누 예찬.
예상치 못한 부위에 솟아난 트러블로 울적한 요즘.안 그래도 예민한 피부가 미세 먼지로 더 민감해지고, 알면서도 고치지 못하는 불규칙한 식습관은 결국 이 사태를 불러왔다. 나와 같은 이들이 많아서인지 최근 DIY 천연 비누 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소식을 접했다. 커피와 인스턴트를 쉽게 끊을 수 없어 비누라도 건강한 제품을 써보고자 비누 공방 ‘공방 드 은자’를 찾았다. “먼저 내가 만들 비누에 대해 알아야겠죠?”라며 운을 뗀 공방 대표 한은경 실장은 DIY 비누 종류에 대해 설명했다. 비누는 크게 MP, CP로 나뉘는데 MP(Melt & Pour)는 1kg 단위의 이미 가공된 비누 베이스를 원하는 몰드에 넣어 굳히는 방법으로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모델 한혜진이 만들었던 비누가 이것. CP(Cold Process)는 저온 교반법 비누로 식물성 오일과 가성소다수가 섞인 비누액을 몰드에 부어 24~48시간 보온 과정을 거친 후, 원하는 크기로 잘라 4~6주 동안 건조시키면 완성되는 100% 천연 비누. 나는 건조 과정이 짧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MP 비누를 선택했다. 먼저 원하는 디자인의 실리콘 몰드를 고른다. 비누 베이스에 취향에 맞게 색소, 피부 타입에 맞는 분말을 넣어 섞은 뒤 몰드에 부어 굳힌다. 선풍기 바람을 쐬고 1시간 뒤 몰드에서 꺼내면 완성. 자, 드디어 실전 돌입! 나는 일본식 정원에 있을 법한 돌 형태의 몰드를 골랐다. 그런 다음 돌의 컬러가 나올 수 있게 대나무 숯 분말을 티스푼의 3분의 1을 채울 정도로 소량 넣었다. 실장님이 비누 베이스를 100g씩 종이컵에 소분해 주면 몰드에 채우기만 하면 된다. 이때 컵 끝을 뾰족하게 만들어 얇게 따라내야 비누가 완성됐을 때 기포가 덜 생긴다. 마무리로 미스트 용기에 담긴 에탄올을 분사하면 표면이 깔끔해지는 팁도 얻었다. 무엇보다 3시간 동안 비누를 만드는 행위 자체로 힐링이 되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완성된 비누를 몰드에서 빼낼 때의 쾌감도 ‘슬라임’ 못지않다. 몇 가지 기본 원칙만 지킨다면 실패란 없다. 굳히면 일단 비누가 된다. 수업이 끝난 후 오늘 내가 만든 비누로 손부터 씻었다. 일반 비누와 다를 건 없었다. 원료를 내 눈으로 확인했기에 믿음이 갔다. MP와 CP의 차이를 느껴보라며 실장님이 챙겨준 CP 비누는 거품이 확실히 오밀조밀했다. 기사를 쓰고 있는 지금까지 3주 동안 천연 비누인 CP를 주로 사용했는데(MP는 작아질수록 거품이 잘 나지 않았기 때문에), 관건은 머리 감기였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라 두려움이 앞섰던 것. 하지만 웬걸, 거품이 생각보다 잘 나고 사용감도 개운했다. 계면활성제가 들어 있지 않아 확실히 뽀드득하고 모발이 빳빳해진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컨디셔너를 사용하고 싶었지만 참아보기로 했다. 얼굴은 평소 짙은 메이크업을 하지 않아 입술만 리무버로 지운 뒤 비누를 사용했다. 이중 세안을 하니 깔끔하게 지워졌다. 세정력은 통과다. 비누 사용 1주일째, 머리부터 발끝까지 비누 사용이 익숙해졌지만 머리카락은 여전히 빗겨지지 않아 1주일에 한 번은 트리트먼트를 사용했다. 비누만 사용한 피부가 단기간 내 드라마틱한 효과를 내기 어려울 거라 예상했지만, 확실히 머리카락은 덜 빠졌다. 비누 사용 14일째, 아직까지 뾰루지가 줄었다는 느낌이 없어 천연 비누의 효과에 대해 검색해 보던 중 어떤 뷰튜버가 민감성 피부는 비누를 사용하지 말라는 콘텐츠를 발견. 뷰튜버 말대로라면 CP 비누는 pH 7~8이기에 약산성을 사용해야 하는 민감성 피부에게 맞지 않다는 것. 비누 사용이 다 부질없다는 얘기인가? 나처럼 혼란스러워할 이들을 위해 한은경 실장에게 바로 도움을 청했다. “CP 비누는 약알칼리성이죠. 피부는 ph 5.5니까 예민한 피부의 경우 약산성 클렌저를 쓰면 도움이 되는 것은 맞아요. 하지만 비누를 썼다고 모든 민감성 피부가 더 악화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민감성 피부를 위한 화장품에 들어 있는 화학 성분이 피부에 더 해롭지 않을까요? 이런 의문에서 시작된 것이 천연 비누죠. 가성소다가 독성 물질인 것은 맞지만 비누에 잔류하지 않고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을 통해 유리 알칼리 검출 시험을 거친 비누만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요. 2020년에는 비누가 화장품으로 전환돼 식약처에서 관할할 예정이라 소비자로서 더 믿고 쓸 수 있는 비누를 구매할 수 있겠죠”라며 안심시켰다. 3주 동안 느낀 변화를 정리하면 각각의 비누가 특징이 또렷하거나 큰 차이가 있지는 않다. 하지만 뾰루지가 올라왔을 땐 어성초 비누, 미세 먼지가 심한 날엔 먼지 흡착 효과가 있는 숯 비누를 사용하는 등 #SOTD(Soap of the day)를 경험할 수 있었다. 화학 성분을 멀리하니 건강해지는 것 같고 환경 보호에도 일조한다는 정신적인 만족감도 빼놓을 수 없었다. 화장품이 그렇듯 비누 역시 피부에 따라 맞을 수도 있고 맞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뭐든 믿고 구매하기 힘든 시대에 직접 만들어 신선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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