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 당차게 또 새롭게 "연기·연출? 재밌는 걸 찾아서" [인터뷰]

권남영 기자 2019. 5. 20.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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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소리(45)의 행보는 늘 도전적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문소리는 "캐릭터를 탐험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여성이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진 않았어요. 그러면 캐릭터가 깊어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인간 김준겸'을 잘 보여주면 그 안에서 여성 판사로서의 모습이나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이 자연스럽게 스며 나올 거라 생각했죠. 영화에 담기진 않았지만 인물의 서사를 탄탄히 구축하려 노력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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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심원들' 주연배우 문소리
영화 ‘배심원들’의 주연배우 문소리. 그는 “여러 사람의 마음이 모여 무언가 작지만 승리감을 주는 영화라는 점이 좋았다”며 “촬영 과정에서도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팀워크가 주는 행복감과 즐거움이 컸다”고 만족해했다.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문소리(45)의 행보는 늘 도전적이었다. 그가 걸어온 연기 인생 20년을 돌아보면 누구나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뇌성마비 장애인(‘오아시스’)부터 고등학생을 유혹하는 유부녀(‘바람난 가족’), 핸드볼 국가대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까지. 그는 매번 새로움을 추구했고, 거침없이 몰두했다.

작품 속 문소리의 변신이 항상 기대되는 건 그래서다. 지난 15일 개봉한 신작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에서 역시 그는 특유의 당찬 매력을 펼쳐낸다. 극 중 국내에서 처음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이끄는 재판장 김준겸 역을 맡아 강단 있고 똑소리 나는 캐릭터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배심원들’은 2008년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의 실제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다. 친모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아들의 유무죄를 가리는 재판이 열리고, 8명의 일반인들이 배심원단으로 참석해 좌충우돌 의견을 모으는 가운데 김준겸은 중심을 잡고 옳은 방향으로 판결을 이끌어 나간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문소리는 “캐릭터를 탐험하는 과정이 즐거웠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어 “김준겸은 사법부 윗선과 배심원 사이의 미묘한 충돌을 받아내는 인물이다. 법과 원칙을 중시하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재판장을 연기한 문소리의 모습. 영화에는 문소리를 비롯해 박형식 윤경호 조한철 김홍파 등 배우들이 출연했다. CGV아트하우스 제공


여성 재판관이라는 낯선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촬영 전 실제 판사들을 만나 조언을 구했다. 그는 “법률 용어나 재판 과정 등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었는데, 판사마다 스타일이 전부 다르더라. 판결문 문체도 각양각색이다. 나도 내 스타일대로 접근해도 되겠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웃었다.

“여성이라는 점을 굳이 강조하진 않았어요. 그러면 캐릭터가 깊어지지 않을 것 같았거든요. ‘인간 김준겸’을 잘 보여주면 그 안에서 여성 판사로서의 모습이나 워킹맘으로서의 고충이 자연스럽게 스며 나올 거라 생각했죠. 영화에 담기진 않았지만 인물의 서사를 탄탄히 구축하려 노력했어요.”

법대 위 판사석에 앉아 재판을 진행하는 분량이 대부분이라 몸의 움직임보다 표정이나 대사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야 했다. “연기에 대해 더 세밀하게 고민하게 됐어요. 시선 처리나 대사 호흡까지 집중하게 되더라고요. 마음은 핸드볼 할 때가 더 편하죠. 그냥 몸 던져 하면 되니까(웃음).”

가장 부담이 컸던 건 최종 판결 장면이다. 문소리는 “긴 판결문을 차분히 읽으면서 어떻게 관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고민스러웠다. 긴장을 안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컷’ 하자마자 보조 출연자들이 박수를 쳐주시더라. 그 순간 ‘내 감정이 전달됐구나’ 하는 안도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작품 합류 전에는 내심 걱정이 많았으나 점차 확신을 얻었다. “신인감독이 이 많은 인물을 컨트롤하기 쉽지 않겠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감독님이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셨죠. 캐스팅 조합부터 훌륭했는데, 팀워크까지 좋았어요. 다 같이 한마음으로 법정이라는 무대 위에서 공연한 느낌이에요.”

실제 문소리도 김준겸만큼이나 워커홀릭이다. 연기 활동을 꾸준히 하는 건 물론 ‘여배우는 오늘도’(2017)로 감독 데뷔를 했고 단국대 대학원 강단에도 서고 있다. 남편 장준환 감독과 함께 영화사 연두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는 “앞으로 제작이나 기획 일을 좀 더 해볼 생각”이라고 했다.

“어떤 지향점을 두고 거기에 도달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단지 좋은 동료들과 재미있게 일하면서 계속해서 흥미로운 걸 탐험하고 싶어요. 저의 흥미를 자극하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또 다른 것들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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