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도 보여주면 하루만에 시제품..萬衆創新 내건 'IT 심장'

이진우,강계만,김대기,문지웅,조성호,김유신,홍혜진 2019. 5. 19.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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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DJI·텐센트 꿈꾸는
혁신 아이디어 청년 '북적'
中 스타트업 생태계 대명사
선전 평균연령 33세 불과
웨강아오 GDP 한국 맞먹어

◆ 매경선전·홍콩포럼 D-1 / ① 혁신의 심장 中선전 화창베이를 가다 ◆

지난 18일 오후 중국 선전 푸톈구에 위치한 화창베이 전자 상가가 국내외 방문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화창베이는 단순히 하드웨어를 판매하는 상가가 아니라 제2의 화웨이·텐센트를 꿈꾸는 젊은 창업가들이 몰려들면서 중국 혁신의 심장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선전 = 김대기 특파원]
"글로벌 스타트업의 기술 트렌드와 혁신을 느껴보고 싶다면 실리콘밸리에 앞서 선전으로 향하라."

미·중 무역전쟁 여파가 중국 정보기술(IT) 심장부인 선전을 강타하고 있지만 세계 벤처업계는 여전히 선전을 혁신과 창업의 요람으로 주목하고 있다.

선전은 화웨이·텐센트·BYD 등 세계 굴지의 기술 기업들을 탄생시키고, 10여 년 전 작은 드론 스타트업인 DJI가 유니콘으로 성장한 성공 사례도 제시했다.

선전을 첨단 도시로 이끈 '중국의 정보통신기술(ICT) 1번지'이자 최대 전자상가 집결지인 '화창베이(華强北)'는 중국 젊은 창업가들에게 '상상 속 아이디어를 현실화시켜주는 마법창고'로 통한다. 화창베이는 이름에서부터 기술 강국을 향한 야망이 담겨 있다. 화(華)는 중국을 의미하고, 창(强)은 '강해지다'는 뜻이다. 오늘날 화창베이 거리는 중국 최대 전자상가 집결지이자 창업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이 지역 개발을 위해 첫 삽을 뜨기 시작한 1982년 당시 선전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란 기대감은 크지 않았다.

하지만 40년 가까이 지난 지금 화창베이는 각종 전자부품부터 가상화폐 채굴기까지 다루지 않는 전자제품이 없는 중국 최대 전자상가로 부상했다. 지난해에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연간 거래 규모가 1740억위안(약 29조9450억원)으로 줄었지만 정점을 찍었던 2015년에는 2000억위안(약 34조원)에 달할 정도였다. 또 화창베이는 창업 컨설팅, 자금 지원, 연구개발(R&D), 제품 출시·판매까지 해결할 수 있는 원스톱 창업 서비스 환경이 조성돼 있다. '다중촹예 완중촹신(大衆創業, 萬衆創新·대중의 창업을 유도하고, 모두가 창의와 혁신을 이룬다)'을 부르짖는 중국 당국이 중국 전역에 이식하고 싶어하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바로 화창베이의 창업 DNA다. 전 세계 상용 드론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DJI도 일찌감치 화창베이를 테스트 기지로 삼고 있을 정도다.

선전은 '모방 학습'을 통해 성장한 카피캣 이미지를 벗고 창조와 혁신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사실 그동안 선전은 대규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등을 통해 해외 기술을 빠르게 흡수해 왔다. 그러다 선전을 중심으로 인근 공장 지대인 둥관 등 도시와 연결돼 공급 체인과 스타트업 생태계가 조성되기 시작됐다. 중국과 해외에서 선진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선전에 들어오면 부품 생산에서 시제품 생산 및 완제품 조립, R&D 등 일련의 과정이 원스톱으로 이뤄지게 되는 산업 공급 체인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여기에다 선전 바로 옆에 위치한 글로벌 금융 도시인 홍콩을 통해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고, 물류의 편리성까지 갖춰지게 되면서 선전은 명실상부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재탄생하게 됐다.

선전에서 투자를 맡고 있는 왕후 화파벤처캐피털 심사역은 "선전이 중국의 대표 창업 IT 도시로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웨강아오다완취(광둥성 9개 도시와 홍콩·마카오를 합친 메가 경제권)의 중심 도시라는 지리적 강점과 세계 곳곳에서 몰려드는 젊은 인재 및 글로벌 자본이 융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선전은 주하이·산터우·샤먼 등과 함께 4대 경제특구로 지정될 1980년 8월 당시 인구 33만명을 품고 있는 작은 어촌 도시였지만 4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인구 1300만명의 첨단 IT 도시로 탈바꿈했다. 지난해 선전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7.6% 성장한 2조4200억위안을 기록하며 홍콩을 이미 제쳤다. 선전이 소속된 웨강아오다완취의 GDP는 한국과 맞먹는다.

첨단기술과 스타트업의 요람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신흥 산업의 GDP 공헌율은 40.9%로 중국 1위다. 나아가 작년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에 선전 소재 기업은 화웨이·텐센트·완커 등을 비롯해 총 7개에 달했다. 선전에 진출한 포천 500대 외국계 기업은 200개가 넘는다.

선전은 특히 젊고 우수한 인재 풀을 장점으로 갖추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선전 인구의 평균 연령은 33세이고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이 83%로, 중국 전국 평균(74%)보다 월등히 높다. 해외 우수 인재 26만명이 지난 10년 동안 선전에 유입돼 첨단 IT 도시를 이끌고 있다.

미국에서 유학하고 선전으로 돌아와 창업을 준비 중인 앤드루 장 씨는 "미·중 무역전쟁을 계기로 중국 창업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에 기술력이 밀리고 있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면서 "이 때문에 중국 IT 기업과 스타트업에서는 혁신 기술 R&D와 특허 취득에 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매일경제신문은 21~23일 정·관·재계 주요 오피니언 리더들이 대거 참석하는 선전·홍콩 포럼을 현지에서 개최하고, 중국의 혁신 창업 현장을 둘러보면서 한국의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포럼 참석자들은 중국 혁신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텐센트, 화웨이, DJI를 직접 방문한다.

[선전·홍콩 기획취재팀 = 이진우 산업부장(팀장) / 강계만 차장 / 김대기 베이징 특파원 / 문지웅 기자 / 조성호 기자 / 김유신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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