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출원 건수로만 '세계 최강'.. 한국, 돈되는 특허가 없다 [특허품질 확보, 경제성장 이끈다]

이병철 2019. 5. 19.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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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R&D예산 20조'속 빈 강정'
한국=지식재산권 선진국? 2017년 21만2000건..경제규모 대비 세계 1위
활용률은 34.9% 머물러
돈으로 연결된 경우 10%뿐.."건수 중심 평가, 개선 필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1년 넘게 협상을 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양국 간 주요 쟁점 중 하나가 지식재산권이다. 미국은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느슨하게 관리한다고 지적하고, 이는 미·중 무역전쟁의 명분 중 하나가 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이 지식재산 보호 강화를 법률로 강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지식재산 분야가 세계 주도권을 놓고 펼치는 미·중 무역마찰의 쟁점분야가 된 것이다. 그만큼 지식재산은 한 국가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다.

국가경쟁력에서 지식재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로머는 "경제성장의 동력은 기술혁신이고, 연구개발(R&D)을 통한 기술혁신이 없으면 개발도상국은 산업경쟁력을 잃고 중진국 함정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활발한 기술혁신이 자연스럽게 사업화로 이뤄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질 높은 지식재산이 나와야 한다.

■특허출원 건수는 세계 '톱' 수준

한국은 지식재산 선진국에 포함된다. 미국, 중국, 유럽, 일본과 더불어 IP5국가의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양적인 것을 기준으로 했을 때다. 2017년 기준으로 주요국 특허출원량을 보면 한국은 21만2000건, 중국은 138만1000건, 미국은 60만4000건 등이다. 이 건수를 경제규모 대비로 표시하기 위해 국내총생산 10억달러당으로 하면 한국은 86.1건으로 세계 1위다. 인구 100명당 출원건수도 3189건으로 IP5 중 1위다.

한국의 특허출원 건수가 대폭 증가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R&D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R&D로 창출된 국내 특허출원 건수는 2013년 2만3766건에서 2017년 3만2501건으로 증가했다. 최근 5년간 정부의 R&D 규모는 연평균 8.1% 증가해 민간 R&D특허 증가율(-1.8%), 외국인 특허 증가율(0.6%)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국내 출원 특허 전체에서 정부 R&D특허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3년 11.6%에서 2017년 15.9%로 증가했다. 지식재산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이 해마다 증가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부 R&D특허도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올해는 정부의 R&D 규모가 사상 최대인 20조원을 넘어 특허건수는 더욱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돈 되는 특허 없는 '속 빈 강정'

그러나 한국 특허시장의 현주소는 '속 빈 강정'이다. 한마디로 돈 되는 특허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특허청이 지난해 발표한 '정부 R&D 특허성과 분석 결과'에 따르면 국내 등록특허 중 정부 R&D특허의 우수특허 비율은 5.4%로 민간 R&D(7.9%)보다 낮다. 국내출원과 동시에 해외출원을 진행한 대상국가 숫자도 1.7개국에 불과하다. 국내특허의 88%, 중소기업 특허의 96%는 해외특허를 포기했다.

특히 정부 R&D예산의 절반 이상을 사용하는 대학, 공공연구기관의 특허는 경제성이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허청에 따르면 대학, 공공연구기관은 정부 R&D예산의 68.9%(13조1000억원)을 사용하고 박사급 인력을 7만8000명이나 보유한 기술혁신의 원천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 공공연구기관의 특허는 2017년 기준 34.9%만 활용되고 있으며 기업에 이전된 기술이 실제 매출로 연결된 경우는 10.8%에 불과하다.

기술이전 수입을 연구비로 나눈 기술이전 효율성은 겨우 1.41%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4.43%다. 또 전체 대학의 53%는 기술이전 수입이 특허비용보다 적다.

임소진 한국지식재산연구원 연구원은 "해마다 연말이면 특허출원 등이 급증하는 이유는 건수 중심의 평가 때문"이라며 "질적 평가를 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평가방법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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