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 소액주주 시위하는 한전..증권가 "올해도 순손실 불가피"

서유진 2019. 5. 19.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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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공사 소액주주들이 최근 대규모 적자로 실적이 악화한 한전의 주가 회복을 촉구하는 시위에 돌입했다.

19일 한전과 경찰에 따르면 한전 소액주주들은 2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한전 강남지사 앞에서 ‘한전 주가 하락 피해 탄원 및 김종갑 한전 사장의 흑자경영 촉구를 위한 소액주주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집회 신고 기간은 지난 17일~내달 13일까지로 약 1달간이다.

한전의 국내 소액주주는 전체의 10% 미만으로 추산된다. 금감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주주구성은 정부와 산업은행이 51%, 국민연금 7.18% 등이다. 소액주주는 35.08%이며 27.5%는 외국인 주주다.

주주들의 고민은 ▶실적 악화▶주가 하락▶지난해부터 없어진 배당 등이다. 2016년만 해도 연간 당기순이익이 7조 원대였던 한전은 지난해 당기순손실 1조 원대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는 당기순손실 7612억원을 기록했다. 주주들은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늘리고 원전비중을 줄이는 정책을 택한 게 실적 악화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정부 시책에 발맞춰 상대적으로 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등을 쓰면서 비용이 커졌다는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가는 2016년 5월 6만37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지난 17일 2만5450원까지 하락했다.

실적악화로 한전 배당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1주당 현금배당금은 2016년 1980원, 2017년 790원이었지만 지난해엔 순손실이 나며 배당을 못 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한전의 순이익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류제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원전 가동률이 하락하고 전기요금 인상이 없다면, 실적 기대 요소는 유가·석탄가 하락에 따른 원료비 하락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제유가는 오름세로 실적개선에 발목을 잡고 있다. 오피넷에 따르면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인 두바이유는 17일 배럴당 72.46달러를 기록했다. 유재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이란 제재 등으로 비용변수(유가) 변동성이 심화됐다"면서 "한전 실적은 비용변수 변화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한전 입장에서는 주가를 끌어올릴 뾰족한 방안을 찾기 힘든 상황이다. 한전 관계자는 "한전과 전력그룹사가 신기술을 적용해 공사비를 절감하는 등 재무개선을 지속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비용 감축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은 전기요금이 올라야 한전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도 오를 전망이다. 정부는 주택용 누진제 개편안을 내달까지 마련하고 산업용 경부하 요금제를 개편하는 작업도 연내 진행할 방침이다.

한편 한전 소액주주들의 집단행동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소액주주들이 "전기요금을 못 올리게 해서 손해를 봤다"며 국가와 한전 사장을 상대로 7조 원대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전기요금은 시장논리로만 산정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에 지식경제부가 물가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기초로 전기요금을 산정해서 한전에 통보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세종=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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