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염호석 장례 때 삼성 대리인 노릇".. 민주노총 "재조사해야"

윤성효 입력 2019. 5. 1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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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발표.. "불충분한 진상조사" 비판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 고(故) 염호석 분회장의 장례 과정에 경찰이 부당하게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진상조사가 미흡하기에 다시 하고, 경찰개혁을 위한 제도개혁을 해야 한다"고 했다.
 
고 염호석 분회장은 사측의 부당노동행위 등에 맞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시신은 2014년 5월 17일 강릉에서 발견되었다. 장례식이 그해 5월 17~20일 사이에 치러졌는데 고인의 장례식은 유언과 달리 '가족장'으로 치러졌다.
 
장례과정에 정보경찰이 개입하여 노조에 위임된 장례절차가 '가족장'으로 변경된 것이다. 또 시신이 서울의료원에서 부산으로 운구되는 과정에 경찰력이 투입되었고, 화장장에서 유골을 인도하는 과정에서 고인의 모친과 노조원에 대해 경찰력이 행사돼 충돌하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 금속노조 결의대회 "시신탈취 경찰 책임자 처벌하라" 전국금속노조 조합원과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들이 2014년 5월 3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염호석 열사정신 계승 경찰 규탄 금속노조 결의대회'를 열고 경찰의 시신 탈취 만행을 규탄하며 경찰청장 사과와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고 있다.
ⓒ 유성호
  
진상조사위 "경찰, 사과하라" 권고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 아래 진상조사위)는 14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진상조사위는 지난해 9월부터 6개월간 '고 염호석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원 사건'을 조사해 왔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정보관의 장례절차 개입이 경찰관직무집행법과 경찰법상 정당한 범위 내의 정보활동으로 보기 어렵고 객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조사 결과, 진상조사위는 경찰청과 경남지방경찰청청, 경찰서 단위의 정보관들이 장례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확인하였다고 했다.
 
사측 의도에 따라 '노조장'에서 '가족장'으로 변경 주도된 사실이 드러났다. 시신 발견 이후 경찰정보관은 유족에게 3회에 걸쳐 삼성의 '가족장' 종용을 주선했다.
 
경찰청 정보국 정보3과 김아무개 경정은 당시 삼성전자서비스 최아무개 상무의 요청에 따라 고인의 부친을 만나 '가족장' 결정에 주도적 역할을 하였고, 사측이 계모한테 3억 원을 전달하는 현장에 동석하였다.
 
또 김아무개 경정은 삼성측이 부친에게 건네기로 한 합의금 6억 원 중 최아무개 상무가 준비한 잔금 3억 원을 삼성전자서비스를 대신하여 직접 유족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경찰정보관은 주요 정보를 수시로 삼성에 전달하기도 했다. 양산경찰서 정보관은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대표와 팀장이 실종수사 현장에 동행하여 CC-TV를 볼 수 있도록 조치하고, 위치추적 정보 등을 삼성 측에 알려주었다.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 간부들은 강릉으로 올라가는 유가족의 동선을 삼성 관계자한테 알려주고, 경남경찰청 정보과 간부로부터 '가족장'으로 합의를 주선해 보라는 전화를 받고 삼성측과 유가족 만남을 주선하였다.
 
강남경찰서 정보관은 서울의료원의 노조 동향과 현장상황 등의 정보를 수차례 삼성 측에 제공하였다.
 
경찰들은 경찰정보망을 이용하여 부친의 지인 이아무개씨를 찾아 삼성에 소개하고, 이후 이씨를 내세워 개입했다.
 
또 신속한 장례 종결을 위해 경찰이 유족 동의없이 임의로 공문서를 발급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진상조사위는 경찰에 대해 "염호석의 장례와 관련하여 사측의 입장을 옹호하여 장례절차에 적극 개입하고, 장례의식과 화장과정에서 모친의 장례주재권 행사(협의)와 화장장 진입을 방해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진상조사위는 "사회적 이목을 집중시키는 집회·시위 등과 관련하여 사전에 경비대책 수립 시 객관적으로 정보경찰의 정보내용을 분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사후적으로 정보경찰의 활동내용을 평가하고,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한편 이번 사건에 개입한 양산경찰서 정보관 2명은 직권남용권리행사와 부정처사후수뢰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강원도 강릉에서 숨진 채 발견된 염호석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의 시신이 부산의 한 병원으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경찰과 노조원의 충돌이 벌어졌다.
ⓒ 삼성전자서비스노조
 
민주노총 "진상조사 다시 하라"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이날 오후 낸 논평을 통해 "진상조사위는 진상조사 다시 하고, 경찰청은 경찰개혁을 위한 제도개혁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정보 경찰들이 삼성전자서비스 최아무개 상무의 요청 등에 따라 움직이는 등 삼성과 긴밀하게 공조하여 움직인 사실이 밝혀졌지만, 서울의료원 장례식장에 대한 경찰 투입 기획과 공모 등의 전 과정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등 불충분한 진상조사 결과로 본다"고 했다.
 
이들은 "진상조사위가 권고한 내용을 보면 너무나 빈약하여 혀를 내두를 정도이다"며 "위법이 확인되고 위법을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수사 권고도 없고, 수사 결과에 따른 책임자 등에 대한 징계 조치도 없다. 무엇보다 경찰의 노동조합과 노동자들에 대한 권리 침해와 정보 활동에 대한 폐지 및 재조정 등에 대한 권고조차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노총 경남본부는 "진상조사위가 추가적인 보완 조사를 통해 삼성과의 공조 등에 대하여 국민들에게 한 점 의혹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며, 인권 침해가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경찰 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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