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개그콘서트' 1000회, '웃음'을 고민하다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입력 2019. 5. 14.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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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KBS2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
KBS2 '개그콘서트' 단체사진. 사진 왼쪽부터 유민상, 신봉선, 김미화, 강유미, 전유성, 김대희, 송준근, 박영진, 정명훈. (사진=KBS 제공)

1999년 대학로에서 공연되던 스탠드 업 코미디를 TV로 옮겨와 방청객 앞에 선보인 '개그콘서트'가 어느덧 1000회를 맞이했다. 달인, 옥동자, 브라우니, 갈갈이, 출산드라 등 다양한 캐릭터와 "얼굴도 못생긴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을 비롯한 숱한 유행어와 코미디언을 배출하며 시청자의 큰 사랑을 받았다. 지상파에서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져갈 때, 부침을 겪으면서도 명맥을 이어 온 '개그콘서트' 20주년을 두고 예전 같지 않은 위상에 우려가 크다. '개그콘서트' 제작진과 코미디언들도 '웃음'에 대한 고민이 큰 상황이다.

'개그콘서트'가 관객과 시청자에게 웃음을 준 지도 20년이 흘렀다. 1999년 파일럿 프로그램 '일요일 밤의 열기'로 시작해 그해 9월 '개그콘서트-토요일 밤의 열기'란 제목으로 첫 정규 방송을 시작했다. 그 후 1000회, 평균 시청률 16.6%(1000회 평균), 최고 49.8%(170회 '봉숭아 학당' 노통장 캐릭터)를 기록하는 등 인기의 중심에 있었다. 다녀간 관객 수만도 약 90만 명에 이른다. '개그콘서트'는 김병만, 정종철, 신봉선, 이수근, 박준형, 박지선, 강유미 등 수많은 코미디언을 발굴하기도 했다.

KBS2 '개그콘서트' 박형근 PD(사진 왼쪽)와 원종재 PD (사진=KBS 제공)

◇ 달라진 사회 분위기 속 '공개 코미디' 소재도 새롭게 고민할 때

그러나 예능의 트렌드가 버라이어티 형식 등으로 넘어가며 공개 코미디가 예전 같지 않게 된 데다, 문화의 변화는 가학성과 외모 비하 등이 코미디의 소재로 사용되는 것이 문제임을 인식하게 됐다. 이에 '개그콘서트'는 부진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개그콘서트' 1000회 방송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축하와 함께 우려가 쏟아졌다.

연출을 맡고 있는 원종재 PD는 "솔직히 말하면 공개 코미디가 부진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개콘'이 공개 코미디를 떠나서 다른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는 다시 생각해볼 문제"라며 "과거에 '개콘'이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사실 지금 상대적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다양한 방법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아서 그게 늘 제작진의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원 PD는 "'개콘'이 그동안 비판받은 내용을 보면 가학성, 외모 비하 등이 주류를 이뤘는데, 최근 '개콘'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 사회적으로 세상이 변하면서 예전에 했던 코미디 소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게 많다. 늘 그런 부분과 싸워왔다"라며 "이런 부분은 우리가 짊어져야 할 숙명이다. 자극적인 소재로 코미디를 할 수는 없고, 재밌고자 하는데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아픔을 준다면 그런 걸 개그 소재로 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함께 연출을 맡고 있는 박형근 PD도 "20년간 '어떻게 웃길까'만 고민했지, '어떤 웃음을 줘야 하나', '어떤 웃음이 필요한가' 등 웃음의 본질에 대해선 크게 고민하지 못했다"라며 "사람을 웃겨야 한다는 코미디의 본질은 변하지 않기에 1000회를 기점으로 그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개그콘서트'에서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은 강유미는 "제가 2004년 데뷔해 활동할 당시만 해도 KBS를 떠나서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서 여성의 외모를 비하한다든지 하는 풍조가 있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도 있었다"라며 "지금은 그런 분위기가 많이 좋아진 거 같다. 여성은 이래야 한다, 예뻐야 한다 등의 그런 고정관념 많이 없어진 세상이라 좀 더 자신감 있게,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개그를 펼칠 수 있는 세상이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사진 왼쪽부터 신봉선, 김미화, 강유미 (사진=KBS 제공)

◇ '개그콘서트' 선배들의 쓴소리와 격려도 이어져

'개그콘서트'의 창립 멤버인 코미디언 전유성은 선배로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전유성은 "대학로에서 검증이 된 코너를 TV로 가져와 성공했다. 점점 대학로에서 검증이 필요 없이 방송에서 재밌다고 결정을 하는 것들이 나태해지고 식상한 감을 갖게 되지 않았을까"라며 "지금도 초심으로 돌아가면 어떨까 싶다. 시청자들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하면 없어져야 하고, 재밌다고 생각하면 오래 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개그콘서트'의 시작을 함께 한 김미화도 "공개 코미디가 20년 정도 지났으니 식상할 수 있다. 그때는 신인들이 무대에서 활발하게 노력하고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관객과 시청자들이) 기다려줬다. 그런데 지금은 사이클이 빨라져 잘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며 "신인들이 노력하고 새로운 요소도 집어넣으며 함께 고민한다면, 코미디가 앞으로도 사랑받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신인 코미디언을 배출하고 키워갈 곳이 마땅치 않은 방송 환경에서 '개그콘서트'는 그 마지막 창구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선배들도 절실한 마음으로 후배들을 격려했다.

김미화는 "후배들이 지금도 좁은 공간에서 부단히 애를 쓰고 있다"라며 "조금 더 시대에 맞춰서 노력을 한다면, 저는 분명히 공개 코미디가 더 많은 사랑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선배로서 용기를 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박형근 PD는 박 PD는 "이들(공개 코미디) 장르는 대중문화사에서도 중요하고 (시청률이 저조하다고) KBS가 포기하는 건 외려 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를 포기하는 거라고 본다"라며 "더욱더 한국 코미디의 발전을 위해 힘쓰는 게 맞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20년의 시간을 되돌아 볼 '개그콘서트' 1000회 특집은 오는 19일 밤 9시 15분에 방송된다. 1000회 방송에서는 '개그콘서트' 선후배 코미디언들이 모여 과거의 현재를 아우르는 18개의 코너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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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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