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하수인 역할'한 경찰..'염호석 시신탈취' 조사결과 발표

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2019. 5. 14.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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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진상조사위 "경찰이 당시 삼성전자서비스의 대리인처럼 행동"
삼성 의도대로 장례절차 진행 위해 전방위 노력
장례 관련 파악 정보 삼성 측에 사실상 '보고'..유족·사측 만남도 적극 주선
윗선 지시는 밝혀내지 못해..조사위 "우리도 불만족스러워"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염호석 열사 장례절차 경찰 개입 진상조사 요청(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탄압에 반발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故) 염호석 씨의 '시신 탈취 사건' 과정에서 사실상 경찰이 삼성측의 하수인 역할을 했다는 진상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경찰청 인권침해사건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유남영)는 지난 6개월 동안 조사를 거쳐 사건 당시인 2014년 경찰 정보관들이 직무범위를 벗어나 삼성의 의도에 따라 가족장 합의를 주도했다는 결과를 14일 내놨다. 그러나 당시 경찰 수뇌부가 부당한 장례절차를 적극 주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반쪽 조사’라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이른바 염호석 시신탈취 사건은 2014년 5월 노조장을 요구하는 염 씨의 유서가 있었음에도, 가족장으로 장례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경찰이 노조와의 충돌을 무릅쓰고 염 씨 시신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옮기는 데 역할을 한 사건이다.

조사위는 우선 경찰이 삼성 측의 의도에 따라 노조장을 가족장으로 변경하는 것을 주도했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염씨 시신 발견 이튿날인 5월18일 경찰청 정보국 김모 경정은 삼성전자서비스 최모 상무의 요청에 따라 염 씨의 친아버지와 만나 가족장 결정을 이끌어냈다. 이에 더해 사측이 염 씨의 계모에게 합의금 3억 원을 전달하는 현장에도 동석했다.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보안과 간부인 김모 계장도 삼성 측의 부탁을 받고 경찰정보망까지 이용해 염 씨 친아버지의 지인과 접촉, 가족장 변경을 위한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양산서 정보보안과 하모 과장과 김 계장은 유가족의 동선을 삼성 측에 알려주고, 양측의 만남을 주선하기도 했다고 조사위는 밝혔다.

이 뿐 아니라 경찰은 당시 삼성 측에 장례 관련 주요 정보를 수시로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경남 양산경찰서 정보관인 하모 경사는 삼성전자서비스 양산센터 대표 등이 실종수사 현장에 동행해 CC(폐쇄회로)TV를 볼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정보관도 노조장을 치르기 위해 염씨 시신이 안치됐던 서울의료원의 노조동향과 현장상황 등 정보를 수차례 삼성 측에 제공했다.

당시 경찰이 신속하게 장례절차를 끝맺기 위해 유족 동의 없이 임의로 공문서를 발급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청 김 경정으로부터 “화장이 빨리 진행되도록 하라”는 얘기를 들은 양산서 김 계장은 유족과 상의도 하지 않은 채 ‘장례절차를 위한 유족의 요청’이 있었다며 강릉경찰서로부터 필요 자료를 받아 밀양화장장에 접수했다고 조사위는 설명했다.

조사위 유남영 위원장은 이 같은 일련의 과정들을 설명하면서 “경찰청 본청과 지방청, 경찰서 단위의 정보관들이 장례절차에 적극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다”며 “위원회에서 보기에는 경찰이 삼성전자서비스의 대리인처럼 행동했다고 생각한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어 “고인의 친모는 장례식에서 철저히 배제됐으며, 마지막날 화장장에서 고인의 유골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기회마저 경찰력에 의해 차단당했다”며 사안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다만 당시 각 지역의 경찰이 삼성측의 의도에 따라 이처럼 일사분란하게 움직인 것을 두고 경찰 지휘부 등 ‘컨트롤타워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은 해소되지 않았다. 이에 유 위원장은 “현실적으로 (윗선 지시 등) 단서를 파악하지 못했다”며 “전반적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서 진술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도 불만족스럽다. 시간과 조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사위 관계자는 “현직 경찰들은 대부분 조사에 협조했지만, 주로 고위층인 전직 경찰들은 그렇지 않았다”며 “(다만)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이었던 인물은 조사를 받았고, 당시 경찰청장은 조사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사위는 이번 결과를 토대로 ‘고인의 친모 김모씨의 장례주재권 행사와 화장장 진입을 방해한 사실에 대해 사과하라’고 경찰청에 권고했다. 경찰활동이 관리, 통제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라고도 했다.

아울러 정보활동의 중립성을 담보하기 위해 정보경찰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바꾸고, 정보경찰의 활동내용을 평가·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경찰청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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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성완 기자] pswwa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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