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광주 1시간 뒤, 계엄군은 시민 향해 총쏘기 시작했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주한 미군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김용장 씨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전두환씨의 광주 방문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0년 5월 21일 계엄군의 집단발표 직전 헬기를 타고 광주에 내려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전 전 대통령은 5·18 당시 광주에 들른 적이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현장에 있었던 주한미군 방첩 정보요원이 이를 뒤집는 증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미 육군 방첩부대 501 정보여단 광주파견대 군사정보관으로 재직했던 김용장씨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9년 전 자신이 미국 정부에 보고한 광주 상황에 대해 밝혔다.

김씨는 "제가 그 당시에 쓴 보고서 40건 가운데 5건이 미 백악관으로 보내졌고,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3건을 직접 읽었다"며 "시신 소각, 헬기 사격, 광주교도소 습격, 공수부대원들에 의한 성폭행 등이 제 첩보로 40건 속에 들어 있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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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광주 온 목적, 사살 명령이었을 것"

지난해 5월 17일 광주광역시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5·18 전야제에서 1980년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5월 21일 점심 12시를 전후로 K57(광주광역시 제1전투비행단)에 왔다"며 "전 사령관은 헬기를 타고 왔고, 오자마자 K57 비행단장실에서 정호용 특전사령관, 이재우 505 보안대장 등과 회의를 했다"고 밝혔다.

그날 오후 1시쯤 광주 전남도청 앞에서는 계엄군의 집단 발포가 있었다.

김씨는 사견을 전제로 "전두환의 방문 목적은 사살명령이었다고 생각된다. 당시 회의에서 사살명령이 전달됐다고 하는 것이 제 합리적인 추정"이라며 "발포명령과 사살명령은 완전히 다르다. 발포는 상대방이 총격을 가했을 때 방어 차원에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전 전 대통령이 도착한 당일과 27일 두 차례의 헬기 사격이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김씨는 "UH1H라는 소형 헬기에서 M60으로 사격한 거로 기억한다"고 증언했다.

김씨는 관련 증거가 공군에 남아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씨는 "전두환이 헬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비행계획서(플라이트 플랜)가 공군에 남아있을 것이다. 공군 보안부대원 중엔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분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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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이 보낸 사복 군인 20~30명이 유언비어 유포"

고(故) 조비오 신부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지난 3월 11일 재판 받기 위해 광주지법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리고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시민 행세를 하던 사복 군인에 대한 증언도 나왔다. 김씨는 "제가 첩보를 입수하고 찾아가 눈으로 확인한 후 (사복 군인 규모를) 30∼40명가량으로 보고했다"며 "나이는 20∼30대 젊은이들이었고 짧은 머리에 일부는 가발을 썼다. 얼굴은 새까맣게 그을려 있었고 거지처럼 넝마를 걸친 사람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어 "이들을 광주로 보낸 것은 전두환의 보안사령부였다"며 "북한 특수군이 했다는 방화, 총격, 장갑차 등의 탈취는 일반 시민이 했다고 보기 어려운 극렬 행위인데, 저는 감히 남한 특수군이라 부르는 이들이 선봉에서 시민을 유도하거나 직접 벌인 소행이라 추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유언비어 유포 역시 이들이 시민으로 위장해 벌인 공작일 것"이라며 "시민을 폭도로 만들고 강경 진압의 빌미를 만들기 위해 보안사가 고도의 공작을 벌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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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위성 2대 감시 중이었다…북한군 침투 불가능"

5.18 민주화운동 당시 주한 미군 정보요원으로 활동한 김용장 씨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기 자회견을 열고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 방문과에 대해 증언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김씨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북한군 광주 투입설에 대해 "불가능하다"라고 못 박았다. 김씨는 "당시 북한군이 광주에 침투했다는 보고는 하지 않았다. 그런 일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북한군 개입이 불가능한 이유로 미국의 정찰 위성 2대가 당시 광주와 북한을 집중적으로 감시했다고 밝혔다. 조기경보기, 공중 조기 경계 관제 시스템(AWACS)이 한반도를 정밀 감시했다는 뜻이다. 김씨는 "북한군 600명이 미군의 첨단 감시망을 피해서 들어오는 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지난 3월 JTBC와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증언을 했다. 이후 김씨는 5·18기념재단 등의 권유로 한국에 와 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증언하게 됐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