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 왜 이렇게 빨리 배송되나요?

염규현,조의명 2019. 5. 11.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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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기자 ▶

[최소정/새벽배송 이용자] "일 끝나고 돌아와서 저녁에 자기 전에만 주문을 해놓으면 자고 일어나면 아침에 바로 배달이 되어 있고. 배송 사용한 지는 1년 정도, 작년부터 꾸준히 종종 사용하고 있어요."

길 위에 답이 있다 로드맨입니다.

뭐든지 빠른 우리나라 사회.

이제는 배송까지 하룻밤 새 이루어지는 시대가 됐습니다.

조금 전 보신 아침식사 어떻게 이렇게 빨리 받을 수 있었을까요?

지금부터 직접 알아보겠습니다.

먼저 대표적인 새벽 배송 업체의 배송 과정을 따라다녀 보겠습니다.

[강성주/OO업체 물류센터장] (아니 여기 들어왔는데 춥습니다.) "네 여기는 서울 복합물류단지의 냉장창고입니다." (이게 오늘 다 팔리는 겁니까? 주문 들어온…?) "아닙니다. 저희가 고객이 뭘 살 건지 예측을 해서 예측 발주를 해놓은 상품들입니다. 요일, 날씨, 뭐 공휴일 여부 이런 것들을 다 프로그램 넣어서(예측합니다.)" "저희 배송은 12시에서 1시 사이에 시작이 되는데요. 7시까지 배송을 완료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

이렇게 새벽 배송 시장이 커지면서 신선 식품의 유통을 담당하던 전통 시장의 아침은 더 한산해졌습니다.

지금 시간이 오전 9시가 다 됐는데요.

이렇게 문을 열지 않은 곳도 있고요. 지금 상인들은 많으신데 손님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습니다.

[오명환/시장 상인] "절간 같아요. 아주 그것(새벽배송) 때문에 우리가 접어야 되나 장사가. 어떤 트렌드. 시대의 흐름이 아니냐. 그러면서 우리가 어떻게 우리가 할 수가 없어요."

전통시장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유통 공룡으로 꼽히던 대형 마트도 긴장하고 있습니다.

[윤지윤/OO마트 홍보팀] "(예전에는) 이정도로 온라인 시장에 대해서 위기감을 느끼진 않았는데. 확실히 최근에는 좀 많이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하루 배송도 늦다, 새벽 배송이 일상화된 시대.

깔끔하게 정리해 드립니다.

밤늦게 주문해도 다음날 아침 도착한다는 이른바 새벽배송의 시장 규모, 3년 만에 40배나 성장했습니다.

이렇게 서둘러 받아야 하는 상품, 대표적인 게 신선식품인데요.

2009년 대비, 시장이나 마트 같은 오프라인 구매가 6% 늘어나는 동안 온라인 판매량은 350%나 급증했습니다.

시장이 커진 만큼 누군가 밤을 새워가며 고생할 일도 늘었을 텐데, 안정적인 일자리로는 이어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새벽배송 시장을 주도한 마켓컬리, 하루 2만 건을 취급하지만 직원 수는 3백 명도 안 됩니다.

실제 배송은 대부분 외주 업체에 하청을 맡기고 있기 때문이죠.

배송 직원을 정규직으로 뽑아 박수를 받았던 쿠팡도 새벽배송을 늘리면서 직원을 그만큼 늘리는 대신, 플렉스라는 이름의 아르바이트를 대거 모집했는데요.

로드맨이 그 현장을 찾아가 봤습니다.

배송 받는 소비자 입장에선 편하고 좋을 텐데요.

배송하는 노동자 입장에선 어떨까요?

[배송 아르바이트 지원자] (하루에 몇 개 정도 해요?) "한 30개 정도 줄 거니까 한번에." (한 개 당 얼마예요?) "1,100원이요." (여기 오시는 분들은 투잡이 많으신가요?) "네. 저는 지금 육아휴직 중이라서 새벽에 잠깐 나와서 용돈벌이 하는 거죠."

지금 한 3시 정도부터 짐을 싣기 시작을 해서 사실상 첫 배송은 3시 40분부터 시작이 됩니다.

((아파트 입구)차단기 안 올라가나요?) "여기 주민이 아니면 차단기가 안 올라가요."

벌써 네 시 반 다 돼 가거든요 지금.

그런데 절반도 못했습니다.

(여기 엘리베이터 없어요?) "없어요."

지금 이 집은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데요.

(여기 놓고, 메모 남기고) 시간을 너무 지체 해갖고 바로 또 이동해야 될 거 같아요.

네 드디어 다 끝났습니다.

지금 3시간 반 동안 모두 23개의 택배를 모두 배송을 마쳤습니다.

초보자인 걸 감안하더라도, 밤새 일하고 최저시급도 못 받은 셈입니다.

단기 아르바이트 지원자가 늘면서, 배달 건당 받는 액수가 크게 줄었기 때문입니다.

[배송 아르바이트 지원자] "옛날에 (1건 당)3,000원 할 때 재밌었는데 요즘 재미가 없어." (3,000원이었어요?) "올해 초까지 그랬나? 1월 달까지." (일 년 만에 삼분의 일로 떨어졌구나.)

그렇다면 전업 택배 기사분들의 처우는 좀 더 나아졌을까요?

한 번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정진영/배송기사] (지금은 아침 6시 반 좀 넘었는데 언제부터 배송하신 거예요?) "저희는 (전날 밤)10시부터 출근해서 배송을 준비하고." "제가 처음에 입사했을 때는 하루에 90집에서 많으면 100집 정도 했었고요. 지금은 170집까지 배송하고 있는 동료들도 있습니다." (그러면 월급도 좀 더 받고 그래야… 그러시는 거죠?) "4년 동안 동결인 상태거든요. 열심히 해서 많이 배송 하는데 같은 월급 받는 거죠."

일거리는 두 배로 늘었는데 벌이는 좀처럼 늘지 않았다, 기사님의 하소연 사실일까요?

먼저 택배 시장 전체 상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오가는 택배 물량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평균 배송료는 오히려 줄었죠.

포화상태에 달한 물류 업계 사이의 경쟁 때문입니다.

빠른 배송을 무기로 승승장구하는 것처럼 보이는 소셜커머스 업체들도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부분 막대한 적자를 감수하며 출혈 경쟁중이란 거죠.

인건비를 줄이고, 규제를 피하기 위해 기업들은 로드맨이 다녀온 초단기 아르바이트처럼 위태로운 일자리를 늘려갑니다.

너무 빠른데 너무 저렴하기까지 하다는 건, 누군가 너무 힘든 일을 적은 임금을 받으며 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빠른 배송의 이면에는 과열경쟁과 노동자 처우의 개선이라는 숙제도 함께 주어졌습니다.

다음주 2부에서는, 오토바이 배달원들이 위험천만하게 거리를 질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한 답을 길 위에서 찾아보겠습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염규현,조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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