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원 채널!" 구글 CEO도 찾은 '코리아 그랜마'

샌프란시스코/박순찬 기자 2019. 5. 11.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85만 구독 유튜버, 박막례 할머니.. 구글 피차이 최고경영자 만나
"인생은 하고 싶은 대로 살아야혀, 그럼 내 장단에 맞추는 사람 생겨"

"아, 구글 사장님 이름이 '순다'여? 나보고 유튜브 좋아해줘서 감사하댜."

전남 영광에서 태어나 43년간 식당을 하다가 나이 칠십에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전직(轉職)한 할머니 유튜버박막례(72)씨가 7일(이하 현지 시각) 구글의 최고경영자(CEO) 순다르 피차이를 만났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 대회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피차이 CEO가 "한국의 박막례 할머니를 보고 싶다"고 요청해 깜짝 만남이 이뤄진 것이다. 박씨는 구글이 한국 대표 인플루언서(influencer·영향력 있는 사람) 자격으로 초청해 손녀와 함께 행사에 와 있었다.

9일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만난 박씨는 "구글 사장님이 날 보잔다는 소리를 듣고 막 심장이 발랑발랑 뛰는 거여. 아이고 내 인생이 왜 이러고 뒤집어졌냐"며 환하게 웃었다. 박씨는 "구글 사장님이 나를 보고 싶다고 하니께 '아니 내가 뭘 잘못했나' 덜컥 겁부터 났다"며 "'여긴 젊은 사람 오는 곳인데 할머니가 왜 왔어요' '뭐 안다고 유튜브 하세요' 하고 혼낼 줄 알았다"고 했다. 경호원에게 둘러싸인 피차이 CEO를 만나고 잠시 긴장된 분위기가 돌았을 때 박씨가 피차이를 와락 껴안았다. 손녀 김유라(29)씨는 "갑자기 할머니가 껴안자 주위 직원들이 깜짝 놀라면서 웃음이 터졌고 분위기도 풀어졌다"고 했다. 피차이 CEO는 박씨에게 "구글 직원들도 할머니 채널을 재미있게 보고 있다"면서 "유튜브 채널 중에 가장 영감을 주는 채널"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5분간 짧은 만남이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개발자대회에서 한국인 유튜버 박막례(72·왼쪽) 할머니가 구글 순다르 피차이 최고경영자(CEO)를 만나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인스타그램

전라도 사투리를 진하게 쓰는 1947년생 박막례씨는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과일 장사부터 가사 도우미, 공사장 백반집까지 안 해본 일 없이 3남매를 키웠다. 나이 칠십 되던 해 박씨는 병원에서 "치매 가능성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박씨와 함께 살았던 손녀 김씨가 회사에 사표를 내고 할머니와 호주로 '치매 예방' 여행을 떠났다.

이게 박씨가 유튜브에 발을 들인 계기다. 김씨는 "평생 고생만 한 할머니 인생이 너무 불쌍하고 지금 함께하지 않으면 나중에 너무 후회할 것 같았다"고 했다. 손녀가 여행 영상을 찍어 2017년 초 '박막례 할머니의 욕 나오는 호주 케언스 여행기'란 이름으로 유튜브에 올렸다. '대박'이 났다. 외국인 앞에서 주눅 들지 않고 손짓 발짓으로 소통하고, 시도 때도 없이 구수한 사투리에 "염병하네"를 내뱉는 박씨 모습에 젊은이들이 열광한 것. 2년여 만에 박씨의 유튜브 채널 '박막례 할머니, 코리아 그랜마(Korea Grand ma)'의 구독자는 85만명이 됐다.

박씨는 '계모임 메이크업' '최신곡 들리는 대로 부르기' '시장에서 산 1000원 립스틱, 5000원어치 리뷰'와 같은 다양한 영상을 올린다.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느냐'는 구독자 질문에 "내가 70년 넘게 살아보니께, 남한테 장단 맞추지 말어. 북 치고 장구 치고 너 하고 싶은 대로 치다 보면 그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춤추는 거여"처럼 툭툭 던지는 식이다.

미국 패션 잡지 보그는 박씨를 '패션 피플'로 소개했다. 작년 6월엔 과기정통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박씨는 "손녀 덕분에 이런 세상도 있구나 하고 눈을 떴다"면서 "나이 든 사람들도 많이 이런 거 하면서 여러 사람한테 인정받고 모르는 세상을 알게 되면 좋겠다"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