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사제' 안창환, 쏭삭과 이별하는 법 [인터뷰]

김나연 기자 2019. 5. 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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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창환 / 사진=방규현 기자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배우 안창환이 쏭삭으로 지낸 6개월의 시간. 그는 힘들었던 만큼 행복했던 캐릭터 쏭삭과 아름답게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안창환은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극본 박재범·연출 이명우)에서 태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 출신 쏭삭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매일 '이화여대 ROTC'가 쓰여진 옷을 입고, 중국집 배달을 다니는 쏭삭은 구담구의 단발머리 깡패 장룡(음문석)으로부터 온갖 구박을 받으며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가 무에타이 고수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장룡에게 복수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기도 했다.

누군가는 그를 진짜 태국인으로 착각할 정도. 그러나 안창환의 부모님은 모두 한국인이고, 태국에는 가본 적도 없다. 이렇듯 태국인을 연기하는 한국인 안창환을 보며 많은 시청자가 이질감을 느끼지 않았고 극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숨은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진=방규현 기자


안창환은 '열혈사제' 쏭삭의 캐릭터를 접한 후 단숨에 오디션을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특히 '쏭삭 테카라타나푸라서트'라는 풀네임이 뇌리에 박혔다. 한국 사람이 외국 사람을 연기해야 하는 역할. 연구할 것도, 도전할 것도 많은 캐릭터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는 "감독님께서 오디션을 볼 때 고민을 많이 하셨다고 하더라"라며 "진짜 태국 사람을 캐스팅하려고 태국 가서 오디션도 보셨다고 했는데, 감사하게도 저를 뽑아주셨다"고 캐스팅 비화를 밝혔다.

안창환은 쏭삭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고민하고 노력했다. 실제 외국인처럼 보이지 않으면 작품과 사건의 흐름에 방해가 될 것이라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는 "우선 피부가 까매야해서 태닝을 했고, 실제로 태국 사람과 만나서 태국 사람의 성향이나 말투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많이 배웠다"고 말했다.

특히 쏭삭에게는 태국 황실 경호원 출신의 무에타이 고수라는 비밀이 있었다. 일명 '왕을 지키는 호랑이'였다. 그의 정체가 베일을 벗는 장면은 '열혈사제'의 클립 영상 중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안창환은 이 장면이 가장 아쉽다고. 그는 "두달 간 무에타이 체육관을 등록해서 배웠다. 굉장히 걱정을 많이 하고 찍었는데 저 스스로는 굉장히 아쉬웠다. 노력에 비해서 결과가 안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결과물을 보니까 동작이 무에타이 얼마 안 배운 사람 느낌이 났다. 현장이 생방송처럼 흘러가서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좋았을텐데 그런 상황이 안 됐다. 그래도 감독님이 잘 만들어주셨고, 무술 감독님이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동료들의 응원에 큰 힘을 얻었다며 웃었다. 안창환의 무에타이 동작 하나하나에 김남길, 이하늬, 김성균, 금새록 모두 화려한 리액션을 펼쳐줘 완성할 수 있었던 장면이라는 것.

사진=방규현 기자


이렇듯 그가 그려낸 쏭삭이 완벽하게 느껴진 데에는 주변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특히 그는 김남길에 대한 '찬양'을 멈추지 않았다. 인터뷰 도중 김남길의 이름이 나오자 안창환의 눈이 빛나며 "너무 멋있지 않아요?"라고 되묻기도 했다.

어떤 드라마나 영화의 사건이 흘러가기 위해서는 주인공의 흐름을 따라가야 하고, 또 그러기 위해서는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을 받쳐주는 경우가 많은데, '열혈사제'는 김남길이 주변 인물을 받쳐주는 느낌이 들었다고. 안창환은 조연들이 빛난 데에는 대본의 역할과 동시에 김남길의 힘이 크다고 생각했다.

안창환은 "김남길 형이 밑에서부터 꾸준히 올라오셔서 그런지 모든 배우들을 잘 케어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처음에는 이런 사람인지 몰랐다. 차갑고, 냉정할 줄 알았는데 김남길 형은 욕을 해도 따뜻한 느낌이 드는 사람이다. 근래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멋있고, 따뜻하다"며 극찬했다.

또한 쑥스러운 성격 탓에 '열혈사제'의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도 전해지 못했다며 "같이 연기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됐다. 동지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 말은 인터뷰에 꼭 실어달라고 신신당부하기도.

인생 캐릭터, 그리고 인생의 동지를 얻은 듯한 동료 배우들까지. 안창환은 '열혈사제'에 대한 애정이 깊은 만큼 쏭삭과 어떻게 이별해야 할지에 대해 깊은 고민에 빠졌다. 누군가는 인생 작품을 만났다고 말하지만 '열혈사제'는 그에게 시작점이 돼야 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쏭삭의 이미지가 대중들의 뇌리에 강렬하게 박힌 터. 안창환은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고 있다. 제가 강제로 그 옷을 벗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또 다른 작품을 만나면 자연스럽게 벗겨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며 "만약 벗지 못 했다면 캐릭터에 대해 다시 생각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표현했다.

그는 쏭삭과의 이별이 슬프지만은 않다. 끝은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안창환은 자신이 가진 무기는 아직 세상에 반의반도 나오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작은 배역은 있어도 작은 배우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안창환의 또 다른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김나연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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