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진 "김호철 감독 사태, 나 때문에"

박주미 2019. 5. 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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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철 감독 사태는 나 때문"

석진욱 짐 싸들고 팀에서 나온 날 밤 소주 한 잔

손흥민 시즌 23골?! 손흥민이 여기서 왜 나오지?

"제가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선수로 시작해서 해설자, 지도자로 활동하고 3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배구를 쉬는데 마음이 너무 무거워요. 무거운 마음은 없어야 하는데 하필 제가 나오면서…."

묻지도 않았는데 김세진 감독이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바로 최근 배구계를 뜨겁게 달군 김호철 국가대표 감독 사태에 관한 생각이었다. 이 모든 사달의 첫 번째 원인을 그는 스스로에게서 찾았다. 팀 성적이 부진해 사령탑에서 물러나면서 비롯된 일이라는 점에서 무거운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제가 나오면서 감독 선임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순리대로 정상적인 감독 선임이 안 됐습니다. 저 스스로 힘들다고 만세 부르고 나온 거 아닌가 싶었죠."

김 감독은 이번 사태의 과정을 그 누구보다 상세히 알고 있는 장본인이다. 남자 프로배구 OK 저축은행 지휘봉을 잡아 2년 만에 팀을 정상에 올려놓고 다음 시즌에도 우승을 이끌어 2연속 최강팀으로 만들어 지도력을 인정받은 김세진 감독이었지만 올 시즌 계약 기간을 1년 남기고 물러났다. 팀 성적이 지난 시즌 최하위에 이어 올 시즌에도 5위에 그쳐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감독직을 내려놨는데 김호철 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OK 저축은행으로 이직을 시도한 '볼쌍사나운' 사태가 일어난 것이다. 마음이 편할 리 없다. 무엇보다 자신의 후배이자 차기 감독 내정자였던 석진욱 코치에게 미안함이 컸다.


"석진욱.. 그 친구도 참.. 책임감이 투철해요. 사실 지난 시즌 도중에 석 코치가 감독님. 제가 책임지고 물러나겠습니다. 그러는 거에요. 제가 그래서 막 나무랐죠. 성적이 안 나오면 감독이 책임져야지 왜 코치가 책임지느냐고. 성적 안 좋은 게 너 때문이냐고. 나가도 내가 나간다고요."

돌이켜보니 나비효과였다. 사퇴를 거론했던 농담 같은 발언은 결국 현실이 됐고 김 감독의 후임을 고민한 구단은 팀의 창단부터 김세진 감독과 함께한 석진욱 코치를 1순위로 고려했다. 김호철 대표팀 감독이란 변수가 없었다면 OK 저축은행은 어수선한 분위기 없이 자연스럽게 석진욱 감독 체제로 바뀌었을 것이다.

배구대표팀 전임 사령탑이면서 프로팀 이직을 시도했던 김호철 감독의 행태는 배구계는 물론 여론의 큰 논란이 됐다. 결국 김호철 감독의 징계와 대표팀 감독 사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지만, 이 과정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명백히 석진욱 감독이었다.

"몇 번 만났죠, 많이 힘들어하더라고요. 그냥 이야기를 많이 들어줬어요. 어땠으면 좋겠냐고 묻길래 음... 뭐라고 말을 못 하겠더라고요. 네 판단이 제일 중요하다, 너를 믿어라. 했죠."

"(지금은 감독이죠) 석 감독이 짐 싸서 팀을 나오면서 그날 저를 만났어요. 소주 한잔 하면서... 많이 고민하길래 농담하면서 웃겨주려고 했죠."

"짐 싸고 나올 때도 만났고, 다시 들어가서 감독 계약할 것 같다고 할 때도 저와 통화했는데 제일 먼저 그동안 있었던 일들 싹 다 머릿속에서 지우고 하라고 마지막으로 이야기해줬어요."

극도의 스트레스 '구토에 혈변까지'

김세진 감독도 계약 기간을 못 채우고 스스로 물러날 만큼 지난 시즌은 극심한 스트레스였다. 몸에서 확실히 신호를 보냈다.

"위벽이 다 헐어서 조금만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그대로 다 토해냈죠. 혈변까지 봤어요. 그래서 몇 달 사이 두고 정밀 검진을 두 번이나 했습니다."

김세진 감독이 손흥민 경기를 챙겨보는 이유는?

김세진 감독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평소에는 하루에 3시간 정도밖에 잠을 못 잔다. 이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새벽에 하는 해외축구 마니아가 됐다고. 특히 토트넘의 손흥민이 뛰는 EPL과 유럽 챔피언스리그는 모든 경기를 챙겨볼 정도. 인터뷰는 지난 6일 진행됐는데 요즘도 EPL을 보느냐는 질문에 손흥민의 근황을 대신 말해준다.

"퇴장이 아쉬웠어요. 리그에서 마지막이고. 목요일 챔피언스리그 4강 기대돼요."

갑자기 발동한 퀴즈 본능.손흥민이 올 시즌 몇 골 기록 중인지 알고 있느냐고.

"20골이잖아요. 4강에서 또 골 넣어야죠. 챔피언스 리그 결승 갈 것 같아요. 그래서 올 시즌에 23골 정도는 넣고 귀국하지 않을까 싶어요!"

'촉'이 좋은 것으로 알려진 김세진 감독의 발언이기에 의미심장하다. 이 글이 성지 글이 될까. 기대해본다.

'코트의 젠틀맨' 김세진 감독도 욱해서 도저히 참지 못하고 양복 재킷을 집어 던진 사연과 선수들과 이별을 예감했던 순간 얽힌 물건에 독특한 유소년 발전 계획까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김세진 감독의 이야기는 2편에서 소개될 예정이다.

박주미 기자 (jju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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