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주여, 제 말이 들리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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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5월 7일 화요일 맑음.
영화 '클로저'(2004년)에 실린 곡, 'The Blower's Daughter'로 가장 유명한 이 음반은 어긋나고 부서져 쳇바퀴 돌 듯 반복되는 관계에 대한 얘기다. 야외 재즈 축제의 계절이 오니 몇 년 전 라이스가 그 무대에 섰던 일이 기억난다. 까만 밤이었다. 조금씩 흩뿌리던 가랑비가 점점 굵어졌다. 몇몇 관객은 아예 우산을 꺼내들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통기타 한 대만 덜렁 들고 나와 1인극 같은 공연을 이어가던 라이스가 문득 이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Cold, Cold water surrounds me now.' 'O'에 실린 'Cold Water'다. 노래 속 사내는 절박하다. 가사라곤 그저 이런 문장의 반복이다. '차가운 물이 나를 에워싸/내게는 당신 손뿐/주여, 내 말이 들립니까/아니면 난 버려진 건가요?' 탈출 마술을 다룬 영화 '프레스티지'(2006년)가 떠오른다. 물속에 갇혀버린 채 묵음으로 외치는 이의 일그러진 표정. 그러나 이 노래의 구조 요청은 터무니없이 느린 템포다. 가녀린 나뭇가지처럼 흔들리는 통기타 리듬, 떨듯이 속삭이는 목소리. '살려 달라!'는 갈급한 외침을 이렇게 길게 늘일 사람은 아무도 없다. 따라서 이 사내는 글자 그대로 물에 빠진 것은 아니다. 이 곡은 앨범 전체를 축약한 알약이다. 화성과 선율 진행에서는 'Amie'와, 혼성듀엣의 대화 형식과 가사에서는 'The Blower's Daughter'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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