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기숙사서 시작해 '샐러드계의 스타벅스' 키운 CEO 3인방

윤신원 2019. 5. 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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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業스토리]같은 수업 듣던 친구 3명이 창업
샐러드 하나로 美전역서 1900억 매출
[출처=sweetgreen 공식 홈페이지]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대학교 수업 과제 중 구상했던 사업을 실현시켜 기업가치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를 넘어선 기업이 있다. 바로 '스위트그린(Sweetgreen)'. 은행대출과 친·인척, 친구들의 도움으로 30만 달러(약 3억5000만원)를 투자받아 창업한 이후 현재는 샐러드 하나만으로 미국 전역에 91개 매장에서 연간 1억6000만 달러(약 187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

스위트그린을 설립한 세 명의 공동창업자 조나단 네만, 니콜라스 자멧, 나다니엘 루는 2007년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이란 수업을 함께 들으며 친구가 됐다. 수업에서 과제를 수행하던 중 대학 주변에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다는 점을 발견하고 샐러드 가게 창업을 결심했다. 셋은 창업을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도 않았다. 기숙사에서 동기들에게 샐러드 시식회를 열어 메뉴를 개발했고, 졸업 3개월 만에 조지타운에 1호 '스위트그린'을 오픈했다.

나다니엘 루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사업가인 부모를 두고 있어 유전적으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데 겁이 없었다. 세 사람 모두 창업을 시작한 건 필연과 같았다"고 말했다.

성장도 빨랐다. 1년 반 만에 워싱턴 D.C에서만 2곳의 스위트그린이 추가 오픈했고, 창업 6년 만인 2013년에는 매장 20개를 보유했다. 스위트그린의 성장성을 알아본 투자사들로부터 받은 펀딩은 3500만 달러(약 409억원)에 달했다.

'Win-Win-Win 전략' - 농장에서 고객까지
[출처=sweetgreen 공식 홈페이지]

스위트그린의 슬로건은 ‘농장에서 고객까지(Farm to counter)’다. 지역 농부와 고객들 사이를 스위트그린이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인데, 이들의 전략도 기업과 고객, 그리고 지역사회가 모두 성공할 수 있는 ‘윈-윈-윈’ 솔루션을 모색한다.

스위트그린은 매장 인근의 농장에서 유기농법과 전통경작 방식으로 재배한 재료를 공급받는다. 특정 재료를 공급받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 많이 키우는 재료로 메뉴를 정하고, 제철 채소와 과일도 그때그때 공급받아 메뉴를 마련한다. 때문에 원하는 채소를 요구하지 않고 “여기서는 무엇을 재배하는가”를 묻는다.

매장을 내는 과정도 상당히 독특하다,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는 기준에 유동인구나 지역소득이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다만 식재료를 공급할 농부들이 충분한지, 해당 지역이 스위트그린이 추구하는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는지 등 충분한 사전 조사를 거친다.

지역사회와 맺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세 명의 창업자이자 CEO들은 전국 매장을 돌아다니며 직접 샐러드를 만드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게다가 2010년부터는 유기농 식재료와 건강한 식사의 중요성을 알리는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해 매년 1000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참여하고 있다. 이는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줘 결국 소비자가 스위트그린을 더 많이 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

"스위트그린은 하나의 문화다"

[출처=sweetgreen 공식 홈페이지]

창업자 세 명 모두 스위트그린이라는 건강한 문화를 피자, 햄버거에 익숙한 '요즘 세대' 젊은이들과 공유하고 싶어 했다. 그렇게 생각해낸 건 음악을 통한 소통이었다. 워싱턴 D.C에 두 번째 매장을 내면서 시작한 ‘스위트라이프 페스티벌’이 그렇다. 당시 작은 주차공간에 매주 작은 공연을 열었는데, 지금은 켄드릭 라마 등 유명 뮤지션들이 참여해 매년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찾는 워싱턴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매년 매진 행렬이 이어지는 스위트라이프 페스티벌은 스위트그린이 준비한 샐러드와 주스 등을 마시고 요가나 피트니스 프로그램 등이 준비돼 있다.

페스티벌은 스위트그린 매니아층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스위트그린의 ‘블랙 등급 회원’에게는 무료 참여권이 주어지는데, 1년에 250달러(약 29만원) 이상 사용하면 블랙 회원이 될 수 있다. 스위트그린 샐러드 평균 가격 12달러(약 1만4000원)를 기준 20번 정도만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페스티벌을 좋아하는 밀레니얼 세대 사이에서 매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스티브 케이스는 스위트그린을 '샐러드계의 스타벅스'라고 평한다. "수십 년 전 불과 몇몇 매장만 보유 중이었던 스타벅스가 언젠가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믿는 사람은 별로 없었지만 현재 스타벅스는 시가총액 900억 달러(약 105조원)에 달할 만큼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했다. 스위트그린에서 스타벅스가 보인다"는 것.

전 세계 2만8000여 개 매장을 가진 스타벅스와 비교하긴 이르다는 평가도 있지만 스타벅스가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은 것처럼, 스위트그린도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키고 있어 투자자들이 스위트그린에 거는 기대가 크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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