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으르렁' 거리를 활보하는 '목줄 풀린 반려견'..단속법은 '무용지물'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2019. 5. 4. 12: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원·거리를 활보하는 '목줄 풀린 반려견'..주인은 '구경만' / 반려견 '펫티켓' 어디에? / 사람을 보자 달려들기도 / '목줄 풀린 채' 공원을 헤집고 다니기도 / '개 물림 사고' 해마다 늘어 / 인력부족..단속은 한계 / 민원신고 요건 까다로워 실효성도 떨어져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이촌 한강공원에는 한 시민이 반려견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고 있다. 이날 공원을 산책하는 반려인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목줄 풀 린 강아지가 뛰어와서 막 짖는데, 짜증이 확! 올라오는 거예요. 속으로는 때리고 싶지만, 주인 앞에서 뻔히 보고 있어 때릴 수도 없잖아요. 그렇다고 주인은 미안한 표정은커녕 멀리서 웃고 있더라고요. 어이가 없기도 하고, 뭐라고 말해야 할지, 기가 막혀서 원.”
 
서울 용산에 사는 김모 씨(54)는 아내와 함께 한강공원에서 반려견을 데리고 산책하다 달려오는 대형견에 순간 너무 놀랐다고 했다. 목줄이 풀린 대형견이 김 씨의 반려견을 보자마자 달려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달려가는 반려견을 보자 주인이 달려들어 가까스로 목줄을 다시 채워 위기를 모면했다. 주인은 웃으면 “얘(반려견)가 집에서는 순하고 재롱이 많은 아이인데, 산책할 때마다 사람을 좋아해서 달려든다”는 것이었다. 연신 미안하게 됐다며 했지만, 김씨는 그때만 생각하면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고 했다.
 
◆ 안 문다는 개 ‘으르렁 으르렁’…목줄 풀린 채 ‘활보’
 
지난 2일 찾은 서울 용산 이촌한강공원.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살랑살랑 부는 바람과 포근한 햇살에 봄의 절정을 만끽하고 있었다.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부터 어린아이까지 다양했다. 가벼운 옷차림을 한 사람들이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모 저마다 준비해 온 도시락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날 눈살이 찌푸리는 장면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대형견의 목줄을 길게 늘린 채 아이들이 앉아 있는 테이블 사이로 휘젓고 다니고 있었다. 부모의 따가운 눈총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반려견이 목줄이 풀린 채 공원을 뛰어다니고 있다.
 
그뿐만 아니었다.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자 ‘으르렁 으러렁’ 짖기도 했다. 주인은 익숙한 듯 목줄만 잡고 구경만 하고 있었다.
 
아이와 함께 나들이 나온 인근 주민 이모씨는 “큰 개만 지나가도 겁이 난다”며 “없는 시간을 쪼개 아이들과 함께 공원을 찾았는데, 불안하다. 자기들이야 키우는 개니깐 괜찮을지 몰라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겁이 난다”라고 토로했다.
 
인근 가로수 길. 운동 겸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목줄 풀린 작은 반려견이 ‘멀뚱멀뚱’ 보다가 지나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팔짝팔짝’ 뛰며 짖기 바빴다. 대부분의 사람은 귀엽게 바라보다가 혹시나 발로 칠까 봐 조심스럽게 옆으로 지나고 있었다. 반려견 주인은 따라오는지 확인만 할 뿐 특별히 제재하지 않았다.
 
산책하던 강모씨는 “아무리 작은 반려견은 언제든지 달려들 수 있다”며 “주인이 너무 무책임한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 과태료 규정…‘있으나 마나’
 
2017년 10월 한식당 대표가 유명 가수 반려견에 물린 뒤 엿새 만에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반려견 관리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불과 1년 6개월 전 기르는 반려견에 물려 숨지는 사건을 계기로 목줄·입마개 착용에 대한 법령 정비와 폭넓은 사회적 공감대가 마련됐지만, 어느새인가 맹견 관리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려견 두 마리가 목줄이 풀린 채 한강대교를 건너고 있다.
 
반려인 1000만시대인 만큼 공원이나 주택가 등 어느 곳을 다녀도 반려동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반려견의 과 함께하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지만, ‘페티컷’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공장소에서 배설물을 수거하지 않거나 목줄을 채우지 않을 경우 최대 5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규정돼 있다. 과태료 규정은 강화됐지만, 현장 적발 쉽지 않을뿐더러 규정을 알면서도 이를 무시하는 얌체 반려인도 있다.
 
정부에서 반려견 안전사고를 줄이겠다는 법을 강화했다. 하지만 실제 지자체별로 단속하는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정부에서 단속을 결정한 후 별다른 예산 확충이나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단속 인력이 늘지 않는 이상 ‘반려견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지난달 10일 오전 7시55분쯤 경기도 안성시 미양면의 한 요양원 인근 산책로에서 1.4m 크기의 수컷 도사견이 A(62) 씨를 덮쳤다. 이 도사견은 요양원 원장 B(58) 씨가 키우는 개로, 개장 청소를 위해 문을 열어놓은 사이 근처를 지나던 A 씨를 공격한 것으로 경찰 조사에서 파악됐다. 갑작스러운 습격에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가슴과 엉덩이 등을 수차례 물린 A 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안타깝게도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 흥분한 맹견을 말리던 요양원 부원장 C(44) 씨도 다쳐 치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월 23일에는 강원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실외 놀이터에 있던 진돗개가 4살 남자아이를 물어 50바늘을 꿰매는 중상을 입히기도 했고, 지난해 12월 부산에서는 60대 여성이 도로를 걷다 갑자기 달려든 진돗개에 다리를 물려 다치기도 하는 등 최근 들어 개물림 사고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소방청 통계에 따르면 개에 물려 다친 환자는 2015년 1842명에서 2016년 2111명, 지난해 2405명으로 해마다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원 통계도 마찬가지다.
 
반려견에게 물리는 사고가 2012년 560건에서 2014년 676건, 2016년 1019건에 이어 지난해에는 1408건으로 늘었다. 반려견 증가하듯 안전관리 소홀로 발생하는 ‘개물림 사고’는 매년 증가 추세다.
 
반려견 두 마리가 목줄이 풀린 채 주인을 따라가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목줄을 착용하지 않은 경우나 맹견에 입마개를 씌우지 않는 등 안전조치를 위반한 소유자에 대한 과태료가 10만 원에서 50만 원으로 상향됐다. 하지만 강화된 규정이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
 
반려견 목줄 미착용 건을 신고해도 개 주인이 현장을 떠나거나 단속을 거부하면 강제로 과태료를 부과할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또 단속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단속을 하더라도 개 주인의 신원을 강제로 확인할 권한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반려견의 불편 등을 이유로 목줄이나 입마개 착용을 시키지 않는 견주들도 적지 않다. 개 물림 사고를 당했을 경우 근육이나 혈관, 신경 등에 심각한 상해를 입을 수 있고, 세균 감염에 의한 2차 피해 가능성도 있다.
 
한 구청 관계자는 “동물 관련 담당자는 한명이다. 그뿐만 아니라 각종 돌 물 관련 인허가와 복지 등 업무 처리를 하면서 관내 전 지역을 단속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단속을 한다 하더라도 펫티켓(펫+에티켓)에 대한 의식 부족으로 저항이 심하거나, 신원 확인에 어려움이 있어 과태료 부과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어 “꾸준히 인원 충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언제 동물 관련 담당이 늘어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