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이 연기한 '김해일' 그리고 '열혈사제'의 의미

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2019. 5. 2.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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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SBS '열혈사제' 김해일 신부 역 배우 김남길
액션과 진지함, 코미디를 넘나드는 연기 선보여
좋은 작품 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 과제
배우와 스태프, 서로의 부족함 메우고 배려하며 만든 드라마
김해일 신부가 시청자에게 전하는 '용서'라는 메시지
좋은 작품, 좋은 연기 선보이는 게 배우로서의 목표
배우 김남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사제복에 롱코트를 휘날리며 버럭 화를 내거나 코믹한 표정과 행동을 하는 신부님이 처음에는 다소 낯설었지만, 어느덧 '신부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SBS 드라마 '열혈사제'에서 배우 김남길이 연기한 김해일 신부는 성직자 같지 않으면서도 가장 성직자다운 모습을 보였다. 거친 방법도 많았지만 세상의 정의를 구현하고 사람을 위해 앞장섰으며, 마지막에는 악인에게도 구원의 기회를 열어줬다.

드라마 속 거침없이 정의를 위해 나아갔던 김해일 신부만큼이나 김남길의 이야기도 거침이 없었다.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솔직함 덕분에 주변 사람들이 절제나 자제를 시키기는 한다. 아닌 걸 아니라고 이야기한다든가, 부조리까지는 아닌데 불합리한 것들을 총대 메고 많이 이야기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그런 김남길이기에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김해일 신부 역이 더 잘 어울렸는지 모른다. 또 그는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을 정도로 재치 있는 입담을 선보였다.

배우 김남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배우와 스태프, 모두가 함께 만든 드라마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연출 이명우, 극본 박재범)가 지난 4월 20일 시청률 22%(닐슨코리아 제공, 전국 기준)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종영했다. 높은 시청률보다 더 큰 의미는 '악'에 대한 단죄를 제대로 보여준 작은 영웅들 '구담 어벤져스'의 승리가 시청자에게 통쾌함을 선사하며 완벽한 해피엔딩을 보여줬다는 데 있다. 힘없는 '약자'도 '우리'가 되면 권력과 폭압에 맞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남기면서 말이다.

김남길은 드라마가 이 같은 인기를 얻을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작품이 잘 되겠다 해도 안 된 것도 있고, 잘 모르겠다고 해도 잘 된 작품이 있어요. 잘 되겠다는 것보다는 그냥 제가 매번 작품을 할 때 배우나 스태프에게 이야기하는 게 있어요. 시청률이나 관객 수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으니 작품을 밖에 알리거나 보여줬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을 만들자는 거죠. 누군가에게 '이런 작품을 했어'라고 말할 때 '좋은 작품을 했구나'하는 이야기를 듣는 게 우선이죠. 시청률이 잘 나오면 그것 또한 감사한 일이고요. 그런데 그런 거에 연연해서 좇아가지 말자고 이야기를 하죠. 그렇게 말해놓고 집에 가서 나 혼자 고민하는 거죠. 앞에서는 그러면서 뒤에서 혼자 끙끙 앓아요. 혼자 시청률을 찾아보고, 관객 수를 찾아보면서 왜 이렇게 관객이 안 들지 하면서요."(웃음)

김남길이 맡은 김해일 신부는 그의 세례명인 미카엘(보통 미카엘 천사는 '전사'로 묘사된다.)처럼 구담구의 악당들에 맞서 정의를 실현해 나간다. 비록 거친 독설과 비꼬기도 잘하고 분노를 견디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거기다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출신의 능력을 이용해 사건 해결에 나서기도 한다.

SBS '열혈사제' 속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으로 분한 김남길 (사진=삼화네트웍스 제공)

대태러 특수팀 출신 사제라는 역할 덕분에 액션 장면도 많았다. 김남길은 "액션 감독님이 친분도 있고 같이 많이 해봐서 내가 잘하는 것과 못 하는 것을 잘 아는 분"이라며 "투박한 액션이 아니라 이번에는 무용하듯이 하는 거로 바꿨다. 가볍게 하되 임팩트를 줘야 하는 부분만 힘을 주며 갔다. 또 흑화되기 전과 후의 액션도 설정을 달리해서 갔다"라고 설명했다.

롱코트를 휘날리며 고난도 액션을 선보이다가 부상도 많이 당했다. 김남길은 "무리한 건 아니고 제가 잘 못 해서"라며 힘들었을 시기도 웃으며 덤덤하게 회상했다. 그러나 계속된 드라마 일정으로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다.

액션 연기로 부상을 당했음에도 제대로 된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은 마음은 없냐는 질문에 김남길은 주저 없이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 '존 윅'같은 스타일의 액션 영화를 해보고 싶다. 영화를 보며 '저건 내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스타일의 액션을 해보고 싶다"라고 말했다.

SBS '열혈사제' (사진=방송화면 캡처)

이처럼 강도 높은 액션 신은 물론 '열혈사제'가 강력한 코미디와 각종 패러디로 무장한 드라마임에도 김남길은 진지함과 코믹함을 동시에 가져가면서도 이를 어색함 없이 풀어냈다.

"어떻게 보면 '코미디'라는 것에 작가나 배우 사이에 이견이 많았어요. 이영준 신부의 죽음이라는 굵직한 사건이 있는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 가벼우면 진실성이 떨어질 것 같다는 편견이 있었죠. 일단 배우들이 잘 살리기도 했고, 다행히 거부감 없이 시청자에게 편하게 받아들여졌어요. 그리고 배우와 스태프들이 부족한 부분을 많이 메워가면서 잘 했어요. 볼거리도 많고 모든 배우의 캐릭터가 다 살아 있었고요. 그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되다 보니 드라마가 잘 되지 않았나 싶어요."

SBS '열혈사제' (사진=방송화면 캡처)
◇ 김해일 신부의 '용서'가 시청자에게 주는 메시지

'열혈사제'의 성공은 단순히 강렬한 코미디 때문만은 아니다. 현실의 사건, 권력의 부패를 고스란히 드라마로 옮겨 왔다. 그러나 좀처럼 풀리지 않는 현실의 상황과 달리 드라마는 권선징악을 제대로 보여주며 시청자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게끔 했다. 현실에서는 이루지 못했지만, 시청자들은 드라마에서나마 정의가 실현되는 모습을 본 것이다.

"드라마에서 대영이(김성균 분)와 이야기를 하면서 '성인에게는 과거가 있고 죄인에게는 미래가 있다'(참고: 시인 오스카 와일드의 말)는 말을 하고, 이중권(김민재 분)을 총으로 쏘려고 하다가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라도 내가 너를 용서한다'(마태오 18, 22)라고 하는 대사가 있어요.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방향,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이 대사 안에 들어있다고 생각했죠. 누군가를 용서하고 용서받는 것을 통해 위안을 얻었다고 할까요. 제가 특정 종교는 없지만 은혜로운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가끔 해일이가 대영이에게 어설프게 용서 안 한다, 그런 게 세상을 망쳐 놨다고 말해요. 그런데 마지막에 이중권에게 용서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해일이가 한 번 성장한 것은 물론, 성인(聖人)으로서 오롯이 자리 잡은 거라 생각해요. 해일이 뿐 아니라 시청자에게도 이야기하고 싶은 메시지 아니었을까요."

이런 매력적인 김해일 신부라 한 마디로 "꽂혔다"고 김남길을 말했다. 그는 "캐릭터가 할 수 있는 한계치가 있는데, 이 드라마는 캐릭터 플레이가 많았다"라며 "'특수 부대 출신의 사제'인데, 일반적인 사제가 아니다. 특수 부대의 능력을 갖고 사건을 파헤친다는 게 일반적이지 않고 끌리는 게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남길은 "스토리보다 더 위대한 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김해일 신부'는 스토리마저 지워버릴 만큼 임팩트가 센 캐릭터였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김남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6개월여를 김해일 신부로 살다 보니 "신부님"하는 말에 자기도 모르게 "네"라고 대답할 때가 있다고 했다. 김남길은 "'로만 칼라'(카톨릭 사제가 착용하는 검은 옷에 달린 백색 칼라)가 있는 옷을 입지 않으면 사람들이 몰라본다. 가내복(집에서 입는 옷)을 입고 촬영하다가 밥 먹으러 밖에 나갔을 때랑 사제복 입고 촬영하다 나갔을 때랑 차이가 있다"라며 "사제복 입고 나가면 '신부님'이라고 부른다. 약현성당에서 6개월 정도 촬영했는데 거기 계시는 분들도 내게 '김 신부님'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밥 먹으러 가면 근처 식당 분들이 '신부님 오셨냐'라고 하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김남길을 "신부님" 혹은 "김 신부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 많이 생겼다는 것은 드라마가 그만큼 화제가 됐다는 반증이다. 김남길은 '열혈사제'가 잘 된 이유 중 하나를 '배우'로 꼽았다. 이하늬, 김성균, 고준, 금새록 등 모든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김남길은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내 필모그래피에서 이런 배우들을 만나기 쉽지 않은 거 같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몇 년 만에 재회한 이하늬는 이전보다 더 성숙하고 발전된 연기자가 되었고, 김성균은 처음 만난 사람 같지 않게 많은 게 통하는 동료였다. 고준은 형임에도 동생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수용했다. 금새록은 순수한 열정을 바탕으로 열심히 노력하며 연기에 임했다.

"드라마가 잘 되고 있다는 데 크게 들뜨는 배우가 아무도 없었어요. 작은 거 하나에 좌지우지될 만한 배우가 한 명도 없었던 거죠. 시청률이 오르고 반응이 온다 싶으면 욕심을 부리고 싶은 마음이 생겨요. 사람이라 욕심이 생기면 캐릭터를 벗어나면서까지 과하게 연기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열혈사제'에서는 배우들이 그런 욕심을 안 부리고 서로 배려하고 밀어주면서 연기를 했어요. 어떤 한 인물의 서사를 보여줄 때는 다른 사람들은 비켜주고요. 그런 앙상블이 드라마를 잘되도록 이끈 거 같아요."

배우 김남길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 좋은 작품, 좋은 연기 선보이고 싶은 배우의 욕심

'열혈사제'에서 김남길은 다양한 색깔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는 연기자임을 다시금 입증했다. 시즌 2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고 기대감 역시 크다. 그만큼 2019년 상반기를 시청자의 사랑을 받으며 보낸 김남길의 올해 목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먼저 배우가 아닌 자연인 김남길의 소망은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어떤 화려함을 추구하기 위한 욕심이 아니다. "부모님께 용돈을 드릴 수 있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밥 사줄 수 있는 정도면 좋다"라는 게 김남길이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다. 소박하지만 큰 소망을 가진 김남길에게 배우로서의 목표는 무엇일까.

"똑같아요. 항상 제가 갈망하는 건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해보는 거예요. 그러면 주변 사람들이 진짜 이기적이라고 해요. 네가 한 역할이 누구에게는 되게 좋고 해보고 싶은 역할이라고 말해요. 자기한테 있는 건 잘 못 본다고 연기적인 욕심이 늘다보니 그런데, 내가 좋으면 다른 배우에게도 마찬가지거든요. 그런 좋은 기회를 많이 얻었으면 하는 게 올해만 아니라 앞으로 계속된 소망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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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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