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입맛 점령한 '뚱카롱' 열풍..맛도 덩치도 가격도 'UP'

진태희 인턴기자 2019. 5. 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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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롱의 고향은 이탈리아다. 바삭하면서도 쫀득한 꼬끄(coque·마카롱의 바삭한 과자 부분)와 입 안에 퍼지는 달달한 크림을 한 입에 먹을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는 마카롱은 이탈리아에서 탄생해 16세기에 프랑스로 전해졌다. 이탈리아에서 처음 만들어진 마카롱은 필링 없이 꼬끄만 먹는 형태였다고 한다. 프랑스로 전해진 뒤 크림, 가나슈, 잼 같은 다양한 필링을 채워 넣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인기를 끌었다. 지금의 형태로 완성된 건 20세기 초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에서 세계적인 디저트로 발전한 마카롱이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새로운 이름까지 얻었다. 이른바 ‘뚱카롱’이다. 꼬끄 사이에 들어가는 필링을 두텁게 쌓아 크기를 키운 걸 뚱뚱한 마카롱이라고 해서 ‘뚱카롱’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등장한 뚱카롱은 이제 원조 마카롱의 인기를 넘어설 기세다.

다양한 뚱카롱들. /인스타그램 캡쳐

◇"뚱카롱은 한국에서 탄생한 한과"

뚱카롱은 ‘2030’ 여성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마카롱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프랑스에서 건너온 브랜드 '라뒤레'나 '피에르에르메'가 문을 닫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고 있지만, 뚱카롱을 판매하는 작은 마카롱 가게들은 성업 중이다.

뚱카롱을 즐기는 이들은 필링 위에 들어간 쿠키나 초콜릿, 과일을 매력 포인트로 꼽는다. 두꺼운 필링에 과일을 올려먹는 스타일의 마카롱은 프랑스에서 찾아보기 힘든 방식이다. 여기에다 콩고물을 묻힌 인절미 마카롱부터 홍차 얼그레이, 녹차 티라미수, 생딸기 크림치즈, 솔티 카라멜 등 필링의 맛도 다양해 마카롱의 인기를 더하고 있다. 유통업계 종사자 박모(23)씨는 "다양한 필링을 선택할 수 있는 게 인기를 끄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

‘골라먹는 재미’만큼이나 ‘보여지는 매력’도 빼놓을 수 없다. 뚱카롱의 맛보다는 외형을 더 중시한다는 대학생 서모(23)씨는 "마카롱은 한 번에 먹기 간편하고 비주얼도 예뻐서 사 먹게 된다"며 "시험기간에 마카롱을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서 뚱카롱의 인기가 특히 대단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한 장의 사진으로 내 생활을 보여줘야 하는 소셜미디어에서 한 눈에 보기에도 예쁜 뚱카롱은 최고의 아이템 중 하나다. 인스타그램에서 뚱카롱을 검색하면 30만개에 가까운 게시물이 나온다. 인스타그램을 통해 뚱카롱을 포함한 마카롱을 판매하는 작은 마카롱 가게가 늘어나면서 더 예쁘고 더 보기 좋게 마카롱을 만드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인절미가 들어간 마카롱. /인스타그램 캡쳐

하루에 1~2개씩 마카롱을 먹는다는 대학생 민모(23)씨는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라는 시류와 맞물려 유행하게 된 것 같다. 마카롱은 조금 비싸도 고생한 나에게 주는 보기 좋은 보상"이라고 했다.

인터넷에서는 ‘뚱카롱은 한과’라는 말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네티즌은 "중국의 면 요리가 한국에 와서 자장면이 된 것처럼 프랑스에서 건너온 마카롱도 현지화 과정을 거쳐 뚱카롱으로 거듭났다. 한국에서 재탄생한 음식이니 한과로 볼 수 있다"고도 말한다.

그러면서 (미래에는)"프랑스에서 마카롱을 파는 가게보다 한국에서 뚱카롱을 파는 가게가 훨씬 많아질 것"이라며 된소리 발음이 어려운 외국인들은 뚱카롱을 ‘툰카롱’ 혹은 ‘th쑨카롱’으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을 테니 뚱카롱의 표기법을 빨리 바꿔야 한다는 장난섞인 주장을 올리기도 했다.

◇뚱카롱 한 개가 김밥 한 줄 가격…직접 만들어 먹는 사람도 늘어

뚱카롱 열풍이 거세질 수록 가격에 대한 불만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의 마카롱 가격이 원조인 프랑스보다 비싸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마카롱 가게가 지나치게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최근 프랑스 현지의 유명 마카롱 가게를 다녀온 김모(25)씨는 "물가가 더 비싼 프랑스에서 마카롱의 가격이 한 개에 2000~3000원인데 한국 대부분의 마카롱 가게는 이 가격보다 비싸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마카롱을 일주일에 두 세번은 꼭 사먹는다는 서씨도 "다른 음식들은 천천히 물가를 반영해서 가격이 오른 거지만 마카롱은 처음부터 비싼 가격으로 형성돼 나중에는 얼마나 비싸질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맛, 재료, 도구에 따라 다양하게 마카롱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는 유튜브 콘텐츠들

여러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마카롱 가격 논란 게시물이 계속 인기글 상위에 있는 등 화두로 떠올랐다. 한 네티즌은 트위터에서 마카롱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잘못됐다며 "제과제빵 자격증이 없고 실무경험 쌓아본 적 없는 사람들이 마카롱 하나만 배우고 창업하니까 생기는 문제다. 크루아상 파는 제빵사들이 크루아상 만들기 어렵다고 하는 경우는 못봤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한 요식업계 관계자도 마카롱에 들어가는 재료는 계란과 아몬드 가루, 설탕, 버터, 생크림, 초코 등인데 이런 재료비보다도 인건비 때문에 가격이 높게 책정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특히 마카롱 가게 대부분이 소규모로 운영되다 보니 인건비나 가게 임대료 때문에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도 있다.

마카롱 가격이 높은 건 핑크택스(Pink Tax)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핑크택스는 여성용 물건에 더 비싼 가격이 매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마카롱은 여성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마카롱 가격이 비싼 것도 핑크택스의 일종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마카롱 가격이 워낙 비싸다보니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유튜브에는 마카롱 ‘먹방’(먹는 방송)만큼이나 마카롱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콘텐츠가 인기다. 마카롱 가게에서도 이런 유행에 따라 가게가 쉬는 날에 하루동안 마카롱 만드는 법을 알려주는 ‘마카롱 원데이 클래스’를 열기도 한다. 보통 원데이 클래스는 약 4시간 가량 진행되며 꼬끄부터 필링까지 마카롱의 모든 것을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마카롱 가격이 부담스러워 직접 마카롱을 만들게 됐다는 김모(23)씨는 "유튜브 영상으로 보는 것도 한계가 있어 직접 원데이 클래스 수강을 받았다"며 "마카롱 만드는 법도 배우고 내가 만든 마카롱을 먹어볼 수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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