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문동 맘스터치는 어떻게 '햄버거업계 이디야'가 되었나

안효주 2019. 4. 29.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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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효주 기자 ]


맘스터치는 햄버거업계의 이디야로 불린다. 매장 수는 롯데리아에 이어 2위다. 연 매출은 3000억원에 육박한다. 실패를 거듭한 직장인이 인수해 키운 이 회사는 유명 햄버거 업체와는 다른 길을 갔다. ‘가성비’에만 집중했다. 싸이버거가 대표 상품이다. 너무 커 입이 찢어질 것 같다고 ‘입찢버거’로도 불린다. 매장은 번화가에 내지 않았다. 주로 골목에 내고, 2층으로 올라갔다. 10년 간 광고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성장한 맘스터치가 최근 서울 강남역(사진)에 매장을 냈다. 가성비를 앞세워 핵심 상권에서 승부를 내보겠다는 전략이다. 1998년 서울 변두리에서 시작한 토종 브랜드는 가정간편식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성공신화의 시작 쌍문동

외환위기 직후 서울 쌍문동에 조그만 햄버거집이 문을 열었다. 맘스터치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간판을 걸었다.

‘엄마의 손길이 느껴지는 저가 버거’가 콘셉트였다. 같은 해 서울 압구정동에는 고급 수제버거 전문점 크라제버거가 문을 열었다. 고급 버거 가격은 맘스터치의 세 배에 달했다. 크라제는 성장했다. 맘스터치는 장사가 잘 안됐다. 모기업은 맘스터치 브랜드를 정리하려 했다. 정현식(현 대표) 등 직원들은 2004년 회사를 인수해 새롭게 사업을 시작했다. 가성비와 가맹점의 생존에 집중했다.

이후 15년간 성장을 거듭했다. 지난달 문을 연 강남역 매장은 1180번째다. 1000호 점을 넘긴 후에야 핵심 상권인 강남역으로 진입했다. 쌍문동의 맘스터치가 성장하는 동안 크라제버거는 경영난으로 브랜드가 LF로 넘어갔다.

'입찢버거' 싸이버거 대박

맘스터치의 대표 제품은 싸이버거다. ‘입찢버거(너무 커 입이 찢어질 것 같은 버거)’, ‘혜자버거(가격에 비해 양과 맛이 만족스러운 버거)’로도 불린다. 2005년 처음 나온 후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았다.

출시 초기 2000원대 가격으로 10~20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싸이버거는 맘스터치 ‘가성비 전략’의 상징이다. 양은 많고, 가격은 싸지만 만족도가 높은 제품이다. 현재 가격은 3400원. 맥도날드 등 다른 프랜차이즈 대표 햄버거 평균 가격(5000원)보다 30%가량 싸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햄버거 패티를 치킨으로 쓴 것이다. 소고기를 주로 쓰는 다른 햄버거보다 가격을 낮췄다.

지금도 맘스터치 매출의 50%가 싸이버거에서 나온다.

뒷골목 2층 입점 전략

가성비 전략은 매장으로 이어졌다. 맘스터치는 ‘B급 상권’으로 들어갔다. 포화상태인 핵심 상권 대신 학원가, 골목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1층보다 싼 2층에 많이 자리잡았다. 종각역점은 2층, 명동점은 5층에 점포를 냈다. 장년층들이 이 브랜드를 잘 모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후발주자가 살아남는 전략이었다.

임차료가 낮은 곳에 들어가 가격 경쟁력을 살리면서 틈새시장을 노렸다. ‘맘세권(맘스터치와 역세권의 줄임말)’이라는 말도 생겼다. 지역으로 봐도 서울 비중은 8.6% 정도다. 지방, 특히 영남이 가맹점의 35%를 차지한다.

맘세권 전략에는 가맹점 전략이 담겨있다. 가맹점을 하는 점주들의 창업 부담과 임차료 부담을 줄여주자는 취지다.

'먹방' 타고 SNS서 열풍

“맘터 언제 가냐고 ××.”

남학생 30명이 모인 단체카톡방에서 말다툼이 벌어진다. 뒷담화 때문이다. 시끄러운 와중에 한 소년이 화를 내며 맘스터치를 찾는다. 이 카톡방 대화 짤(이미지)은 ‘맘스터치 가고 싶은 학생’이란 이름으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명해졌다. ‘싸우면서도 먹고 싶은 햄버거’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맘스터치는 10~20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탔다. 밴쯔, 입짧은햇님 등 유명한 먹방 BJ(1인 방송 진행자)들이 맘스터치 신메뉴를 시식하면서 맘스터치의 인기는 치솟았다. 그 덕에 2014년까지 별다른 광고를 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다. 2015년 TV 광고를 시작했다. 광고비는 전액 프랜차이즈 본사가 부담한다. 가성비, 가맹점 이익 우선 전략은 마케팅에서도 이어졌다.


패스트푸드 업계 2위로

맘스터치는 2004년부터 10년간 꾸준히 성장했다. 2014년 매출 794억원에 매장 수는 559개였다. 이때부터 한국 소비 시장의 메가트렌드가 된 가성비 흐름에 올라탔다. 젊은이들은 싸이버거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시작했다. 차트 역주행이라고 할 만하다.

때마침 지방에서 서울 및 수도권으로 신규 가맹점을 늘리는 전략도 맘스터치의 지명도를 높이는 데 일조했다. 그 결과 맘스터치를 운영하는 해마로푸드서비스 매출은 작년 2845억원을 기록했다. 중견기업 대열에 들어섰다. 매장은 1182개(29일 현재)로 늘었다.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KFC 등 4강 구도를 깨버린 토종 햄버거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 지금은 롯데리아에 이어 매장 수 기준으로 2위 패스트푸드 업체가 됐다.

가정간편식 진출

맘스터치는 요즘 4000원대 포장 삼계탕도 판다. 지난해 가정간편식(HMR) 시장에 뛰어들었다. 원자재인 닭과 보유하고 있는 물류 시스템을 적극 활용했다.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납품하는 대신 전국 맘스터치 매장에서만 판매한다. 지난해 여름 출시 1주일 만에 물량 10만 개가 모두 동나기도 했다. 후속 제품으로 닭곰탕, 닭개장(사진)도 출시했다. 가격은 2000~3000원대로 가성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온라인 쇼핑몰 ‘맘스터치몰’도 열었다. 닭 가공식품을 판다. 온라인 전용 상품이다.

작년 말 맘스터치는 ‘인크레더블버거’를 내놨다. 믿을 수 없는 만큼 큰 버거란 의미다. 세트 메뉴는 7000원으로, 고급 수제버거와의 경쟁에서도 가성비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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