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서 9단 "매판 최선을 다하면 세계대회 우승은 따라오지 않을까요"
지난해 9단이 되어 올해 처음으로 출전한 신진서는 첫 출전에 단숨에 우승컵까지 들어 올리는 쾌거를 이뤘다(맥심커피배는 프로 9단에게만 출전 자격이 주어지는 대회다). 이날 바둑이 끝나고 대국장을 나온 신진서는 "9단이 됐을 때부터 맥심커피배 우승을 노렸다"며 활짝 웃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최종국은 완승했는데.
결승전을 두기 전에 포석을 열심히 공부했는데 3국에서 연구한 것과 연관된 정석이 나와서 초반부터 바둑이 잘 풀린 거 같다. 특히 결승 1국은 준비한 대로 포석이 나와서 쉽게 이길 수 있었다.
Q : 중요한 대국 전에 포석을 신경을 많이 쓰는 것 같다.
포석을 미리 준비하면 심리적으로 안정되고 초반부터 유리하게 판을 짤 수 있는 찬스가 많아서 포석을 많이 준비하는 편이다.
당연히 패배에 대한 괴로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결승 3국이라는 기회가 있기 때문에 다른 패배보다는 아프지 않았다. 결승 2국은 내가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내용이 좋지 않았던 것도 있지만, 이동훈 9단이 워낙 완벽하게 잘 둬서 패배한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
Q : 오늘 집에 가서 무엇을 할 예정인가.
일단 오늘 둔 바둑을 인공지능(AI) 바둑 프로그램으로 돌려보면서 복기를 할 것이다. 또한 갑조리그 출전을 위해 당장 내일 아침 중국에 가야 하므로 이에 대해 준비를 할 것 같다.
Q : 복기할 때마다 매번 인공지능을 사용하는가.
그렇다. 승률이 어땠는지도 궁금하고 부분적으로 궁금한 수들이 많아서 바둑이 끝나면 항상 인공지능을 돌려보며 복기한다. 바둑을 두면서도 궁금한 게 생기면 빨리 집에 가서 인공지능을 돌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잦다. 인공지능의 여러 장점이 있지만 복기할 때 굉장히 유용하다.
Q : 대회 일정이 살인적인 것 같다. 부담은 없는지.
시합이 많다는 것은 일단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고 컨디션 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체력적인 부분도 관리의 필요성을 느끼는 데 요즘에는 과거보다 천천히 두기 시작하면서 체력적으로 신경을 쓰고 있다. 또한 바둑을 두면 질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심리적으로 동요하지 않고 다음 판을 준비할 수 있도록 심적으로도 관리를 잘해야 할 것 같다.
Q : 올해가 3분의 1 정도 지났다. 성적은 만족스러운가.
월드바둑챔피언십과 백령배 등 큰 세계대회에서 패해서 아직까진 만족스럽다고 말하긴 어려운 것 같다. 다만 최근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서 앞으로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 중국 갑조리그 등에서 중국 선수들을 상대로 성적이 좋아진 부분은 고무적이라고 생각하고 자신감도 붙고 있다.
Q : 좋아진 성적만큼 바둑의 완성도도 높아졌다고 느끼는가.
예전과 비교하면 바둑 내용이 어느 정도는 나아졌겠지만, 아직은 세계 일인자라고 할 수 있는 박정환 9단 같은 선수들에 비해서는 완성도가 낮은 거 같다. 실력적인 부족함이라기보다는 균형 감각 같은 면이 아직 부족하다. 다만, 과거 나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경솔한 부분은 많이 개선된 것 같다. 이제는 경솔하게 말도 안 되는 수를 둬서 패배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졌다.
Q : 세계대회 우승을 기대하는 팬들이 많아서 그에 따른 부담도 클 거 같다
예전보다 부담을 많이 느끼는 건 맞지만 그래도 승부에 방해가 될 정도는 아니다. 지난해 바둑대상 MVP를 탄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거라 당황했지만 그만큼 응원해주신 팬이 많다고 생각해서 힘이 났다. 당시에 약간 힘이 빠져 있었을 때라 MVP를 타면서 응원의 힘을 받고 좋아진 부분이 있는 거 같다.
Q : 기사에 달린 댓글도 보는 편인가.
바둑을 졌을 때는 악플에 심리적 타격을 받을 까봐 일부러라도 보지 않지만, 평소에는 그래도 찾아보는 편이다. 또한 대회 기간에는 응원해주는 댓글이 많아서 보면서 힘을 얻을 때도 있다. 댓글을 보면서 말도 안 되는 욕만 아니면 내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많이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Q : 올해 목표는 당연히 세계대회 우승인가.
내가 목표를 말할 때마다 세계대회 우승이라고 많이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는 매판 최선을 다해서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싶다. 너무 세계대회 우승만 바라보니 부담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해서 요즘에는 다르게 접근하려 한다. 매판 최선을 다해서 둔다며 세계대회 우승은 당연히 따라오지 않을까.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