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무리가 사라졌다

윤신영 기자 2019. 4. 2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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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집단의 개체수가 지난 3년 사이에 갑자기 1만 마리 이상 줄어들면서 군집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핼리 만의 펭귄 군집은 영국남극조사단이 조사한 1950년대 이후 매년 1만 4300~2만 3000마리의 개체수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핼리 만의 펭귄 군집은 영국남극조사단이 조사한 1950년대 이후 매년 1만 4300~2만 3000마리의 개체수를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갑자기 절반 가까이가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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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엘니뇨로 번식 실패
남극 황제펭귄 군집의 모습이다. 추운 계절이나 폭풍이 볼 때는 이보다 빼곡하게 수천~수만 마리가 모여 있다. 모여 있는 밀도는 일정하기 때문에, 위성 촬영으로 면적을 알면 대략적인 개체수를 구할 수 있다. 사진제공 NOAA

남극에서 두 번째로 큰 황제펭귄 집단의 개체수가 지난 3년 사이에 갑자기 1만 마리 이상 줄어들면서 군집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라진 개체는 대부분 어린 개체로, 전문가들은 급격한 기후변화와 해수 온도 변화로 주변 빙하의 상태가 변해 번식에 실패한 것으로 진단했다.

필립 트라탄 영국남극조사단(BAS) 연구원팀은 남극 웨델해 근처 브룬트 빙붕에 위치한 ‘핼리 만’ 지역의 펭귄 군집을 위성 영상을 통해 관찰한 뒤 개체수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남극과학’ 25일자에 발표됐다. 

핼리 만의 펭귄 군집은 영국남극조사단이 조사한 1950년대 이후 매년 1만 4300~2만 3000마리의 개체수를 꾸준히 유지해 왔다. 남극 전체의 황제펭귄의 약 6.5~8.5%로, 남극 전체의 황제펭귄 군집 54개 중 두 번째로 컸다.

하지만 2016년 갑자기 변화가 시작됐다. 연구팀은 지상 30~50cm의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영상 촬영 위성인 ‘월드뷰2’와 ‘월드뷰3’로 2009년부터 2018년까지 매년 9월 중순~12월 초에 찍은 핼리 만의 이미지를 분석해 황제펭귄의 개체수를 확인해 왔다. 그런데 2016년 황제펭귄 군집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음을 확인했다. 핼리 만의 펭귄 군집은 영국남극조사단이 조사한 1950년대 이후 매년 1만 4300~2만 3000마리의 개체수를 꾸준히 유지해 왔는데, 갑자기 절반 가까이가 줄어든 것이다.

근처의 영국 핼리 남극기지 대원들의 도움으로 현장 확인을 한 결과 줄어든 개체는 주로 새끼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번식 성공률이 매우 낮아진 것이다. 2018년의 경우, 번식 장소에 가 있는 성체 펭귄의 수는 전체의 2%가 채 안 되는 100여 마리에 불과했다. 

연구팀은 번식 성공률이 떨어진 이유로 기후변화와, 2015년 찾아온 이상기후를 꼽았다. 2015년 전세계에 60년 만에 가장 심한 엘니뇨가 닥쳤다.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높은 상태가 6개월 이상 길게 이어지는 이상기후다. 바다의 증발량이 많아지면서 남아메리카 등 태평양 동부에 이상기상 현상이 일어난다. 연구팀은 핼리 만 근처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 강한 바람과 폭풍이 몰려들면서 새끼와 알을 위협하고, 기후변화로 번식지인 해빙까지 떠내려가면서 전체적인 번식 환경이 매우 불안정해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왼쪽 위 2015년에 비해 이후에는 바다와 잇닿은 빙하 모습이 다르다. 기후변화로 녹기도 했고, 엘니뇨에 의한 폭풍까지 겹쳐 펭귄의 개체수가 급감했다. 사진제공 학술지 남극과학

실제로 핼리 만에 살던 황제펭귄 가운데 사라진 절반을 제외하고 나머지 절반은 부근의 다른 서식지로 이주한 사실이 밝혀졌다. 핼리 만에서 약 55km 떨어진 또다른 군집의 개체수가 2016년 이후 갑자기 10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2015년에는 약 1200쌍의 황제펭귄이 살았지만, 2018년에는 1만 4000마리로 이상으로 늘었다.

그나마 핼리 만의 펭귄은 이주할 곳이 있어 절반이나마 생존했다. 하지만 남극의 환경이 전반적으로 나빠질 경우에는 대책이 없다. 트라탄 연구원은 “기후변화가 계속된다면 남극 바다와 얼음의 상태 등 생태적 불안정성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예측 연구 결과 21세기 말 황제펭귄이 최대 70%까지 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제펭귄의 군집. 사진제공 위키미디어

[윤신영 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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