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은 고즈넉한 한옥마을의 정취와 현대의 예술, 트렌드가 한데 어우러져 인근 직장인은 물론 관광객과 외국인도 필수로 방문하는 코스다. 또한 카페부터 트렌디한 캐주얼 다이닝, 격식을 갖춘 하이엔드 다이닝까지 넓은 외식 선택지가 있어 다양한 연령대의 방문객을 충족시킨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며 역사를 쌓아가는 맛집도 많다. 요즘 삼청동은 큰 파도가 몰아친 이후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듯 잔잔한 풍경이지만 이 또한 새로운 파도가 몰려오기까지의 과정이리라. 삼청동 골목으로 설레는 봄 산책을 떠나보자.


라디오 엠. /사진=장동규 기자
라디오 엠. /사진=장동규 기자

◆라디오 엠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옆 북촌로 5길은 여러 갈래의 삼청동 골목 중에서도 상업적 느낌보다 문화·예술적 감성이 짙다. 미술관 부지의 개방감 있는 조경 환경으로 쾌적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이 골목에 자리한 짙은 코발트블루 빛의 카페 ‘라디오 엠’(Radio M)은 산책길 속 즐거운 오후의 휴식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라디오 엠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카페와 베이커리의 역할을 수행하지만 음악, 예술의 감성을 채워주는 다양한 전시품을 감상하기 위한 공간이기도 해서다. 특히 이곳을 방문했다면 강동주 대표의 수집품이기도 한 진공관 라디오를 구경하는 즐거움을 놓쳐선 안된다.

각기 다른 디자인과 기능을 간직함은 물론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라디오부터 미학적인 아름다움을 겸비한 이 빈티지 라디오들의 보존과 존재의 가치를 가늠해보면 박물관을 관람하듯 경건해진다. 또한 상호의 라디오와 ‘모던 뮤직 뮤지엄’(Modern Music Museum)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M’의 의미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카페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널찍한 빵 진열 공간이 눈에 들어온다. 전문 베이커리이기도 한 이곳의 빵은 다양함과 맛, 비주얼, 건강을 고루 갖췄다. 형제매장이라 할 수 있는 홍은동의 ‘핑크버터’에서 매일 구워 공수하는 이 베이커리 메뉴는 최상의 재료를 엄선함은 물론 빵을 잘 소화하지 못하는 이들을 배려해 천연 발효종을 사용, 톡톡 튀는 레시피에 건강함을 담았다.


일명 ‘폭탄 크림빵’이라고 불리는 둥글고 통통한 비주얼의 빵은 부드럽고 촉촉한 빵 안에 녹차, 고구마, 코코넛, 딸기 등 각기 다른 맛의 크림이 듬뿍 숨겨져 있다. 겉면의 알록달록한 색감이 크림 맛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힌트다.

커피와 함께 즐기면 찰떡궁합인 디저트 메뉴도 다양해 결정하는 데 애를 먹는다. 색색의 과일로 존재감을 뽐내는 타르트 종류만도 10가지 이상이다. 입구 옆 쇼케이스의 케이크와 달콤한 무스류는 보기만 해도 상큼한 ‘레몬 무스’와 화이트 초콜릿과 꾸덕꾸덕한 식감이 조화로운 ‘레드벨벳 케이크’가 인기메뉴다. ‘홀(Whole) 케이크’로도 판매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에도 좋다. 이 외에 담백한 유럽식 하드계열 빵도 건강함과 고소함을 전달할 준비를 마쳤다.

라디오 엠의 다양한 메뉴 중 숨은 강자는 바로 빙수다. 강 대표는 달콤한 밀크 베이스에 다양한 맛을 응용한 전용 파우더를 개발해 레시피와 판매까지 시스템 전 공정에 걸쳐 철저한 기획을 통해 단일 메뉴만으로도 시장성과 효율성을 모두 갖춘 빙수를 선보인다.

해외시장에도 진출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앞으로의 목표는 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 라디오 엠의 빙수와 카페, 베이커리 메뉴를 소비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란다. 그 시작점인 삼청동 라디오 엠이 성지가 될 날을 고대해본다.

메뉴 폭탄크림빵 4500원, 딸기빙수 1만3800원
영업시간 (매일) 11:00~23:00


황생가칼국수.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황생가칼국수. /사진제공=다이어리알

◆황생가칼국수
삼청동에서 이름난 칼국수와 만두 전문점. 2001년 북촌칼국수로 시작해 2014년 황생가 칼국수로 이름을 변경했다. 대표메뉴인 칼국수는 깊게 우려낸 사골 육수를 사용해 담백하고 깔끔한 맛을 자랑한다. 이곳의 만두는 매일 아침 공수한 재료로 소를 만들고 즉석으로 빚어 믿음이 간다. 언제나 매장 한편에서 바쁘게 만두 빚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골칼국수 9000원, 왕만두국 9000원 / (매일) 11:00~21:30


르꼬숑. /사진제공=다이어리알
르꼬숑. /사진제공=다이어리알

◆르꼬숑
아늑한 분위기의 양옥집을 개조해 만든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으로 제철식재료를 사용해 코스 구성이 매달 바뀐다. 정겨운 프랑스의 가정집 같은 분위기와 어울리는 홈메이드 스타일의 요리를 선보이며 최소한의 재료로 양념한 에스카르고는 소박하지만 깊은 맛을 자랑하는 르꼬숑의 요리 스타일을 가장 잘 나타내는 메뉴 중 하나다.

평일점심코스 4만9000원, 저녁, 주말코스 9만8000원 / (매일) 12:00~22:00 (명절 휴무)


이태리재.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이태리재. /사진제공=다이어리알

◆이태리재
아란치니, 미트볼 등 베네치아식 한입거리 안주인 ‘치케티’로 이름난 곳. 간단한 요리에 와인 한 잔을 곁들이고자 하는 이들이 그 맛에 반해 이것저것 추가해 즐기는 풍경이 흔하다. 국내 이탈리아 다이닝시장에서 구운 뇨끼의 유행을 선도한 곳이기도 하다. 이곳의 뇨끼는 감자 비율을 높여 팬에 구워내 부드러운 맛이 특징이다.

트러플크림뇨끼 2만2000원, 성게어란파스타 3만5000원 / (런치)12:00~15:00 (디너)18:00~22:00 (월, 명절 휴무) 

☞ 본 기사는 <머니S> 제589호(2019년 4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